황 명예교수는 그러면서 "플루토늄 방식이든 고농축우라늄 방식이든 한국의 핵무장은 조기에 탐지돼 국가 파탄과 함께 반도체·자동차·국방산업 등이 몰락할 것이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우라늄 고갈 속 핵무장론, 韓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기술 개발 제약"
황 명예교수는 "비(非)과학적인 '한국의 초단기 핵무장 가능론'은 한미동맹과 지역안보협력을 훼손하며 시급한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기술 개발에 대한 국내외(國內外) 반대여론을 조성한다”며 "세계 경제대국인 한국으로서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정책이 국방, 경제, 사회복지, 환경보호 및 산업기술을 강화하는 최상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황 명예교수는 "향후 수십 년간 탄소중립을 위한 원자력의 세계적 확대 속에 우라늄가격 폭등이 시작되고 금세기 말에 우라늄 고갈이 예상된다. 기후대책으로 촉발된 원자력 시대의 에너지 안보와 국가경쟁력은 저농축우라늄 공급 능력에 좌우된다. 미국·캐나다·유럽은 우라늄 공급 보장을 위해 사용후핵연료 재활용과 고속원자로 산업화에 전력투구하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황 명예교수는 "최근 국내의 핵개발 여론의 확대재생산은 저농축우라늄의 국내 생산에 필요한 국내적 지지기반을 약화시켜 원자력산업의 암울한 미래를 초래한다. 정부와 국회는 원자력 최강국을 향한 노력의 일환으로 국제동맹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국내 핵개발론을 잠재우고,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활용을 기후대책을 위한 미래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신동익 "韓, 한미협정에 따라 20% 저농축 가능한데도 시도조차 안 해"
주오스트리아 겸 비엔나 국제기구대사로 재임하며 국제원자력기구(IAEA) 한국대표와 원자력공급국그룹(NSG)·포괄적핵실험금지기구(CTBTO) 총회 의장을 수임했던 신동익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자문위원은 "한미원자력협정은 미국산 우라늄을 이용한 20% 미만의 저농축을 한미 간 협의를 통해 추진할 수 있도록 경로를 마련했다. 한국은 한미 고위급 사전협의를 통해 저농축 실험은 할 수 있는데도 현재까지 미(未)시행하고 있다"며 "시범적으로라도 해볼 수 있는 것을 못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자문위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5년간 탈(脫)원전 정책으로 흐트러진 가치사슬과 공급사슬을 원상복구해서 '원자력 에너지주권'을 확보해야 한다. 결론적으로는 원자력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정책에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정권교체마다 '탈(脫)원전' '탈(脫)탈원전' '탈(脫)탈탈원전'이 반복되니 (윤석열정권의 후임 정권이 나오는) 4년 후에는 어떻게 될지 몰라 인적자원이 고갈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신동익 "국제사회 제재로 원전 운용 마비되면 경제·사회 인프라 붕괴될 것"
신 위원은 '핵무장 한국'이 직면할 국제사회의 제재로 ▲NPT 및 IAEA 안전조치 위반 ▲유엔 안보리 제재 ▲NSG의 핵심 부품과 물질 공급 중단 ▲한미원자력협정에 따른 미국의 제재 ▲CTBTO 차원의 대응 등을 언급했다.
이 경우 "대외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IMF 환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회복불능 상태에 빠질 위험이 있다. 무역뿐만 아니라 투자 중단과 증시 추락으로 대규모 부도와 실업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진단한 신 자문위원은 "제재 효과는 천천히 오지만 느끼는 순간 피해가 확실히(slowly but surely) 나타난다"고 말했다.
신 자문위원은 그러면서 "미국·호주·카자흐스탄 등이 원전 원료인 우라늄 수출을 중단해 한국 에너지 공급의 약 30%를 차지하는 원전 운용이 마비되면 경제·사회 인프라가 붕괴한다. 원자력산업 타격으로 바라카원전 이후 제3국으로의 원전 수출도 불가능하고 한미동맹 약화로 핵 억제력 등 자체 국방력 강화를 위해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된다"고 전망했다.
천영우 "핵무장론 신앙 탈피하고 '북핵 거부' 중심으로 전력구조 개편해야"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수석, 외교통상부(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북핵6자회담 수석대표 등을 역임한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핵무장 담론이 과학과 안보적 부가가치를 토대로 한 냉철한 분석보다 '신앙'의 영역에서 전개되고 있다"며 "북한은 핵을 선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문명국가'는 핵무기를 선제 사용할 수 없다는 현실을 핵무장론자들은 간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천 이사장은 "핵억제의 원리는 핵공격으로 잃는 것이 얻는 것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손익구조에서 발생하고, 대다수의 핵무장국 간에는 '상호확증파괴'(MAD)에 의한 '공포의 균형'으로 억제력이 유지되는데, 북한은 핵사용의 손익구조가 역전(逆轉)될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핵무장 집단이라는 사실을 '억제만능주의'에 함몰된 미국의 안보전문가들이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역설적이지만 북한 체제가 안정을 누리는 동안에는 억제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만, 핵사용으로 잃을 것이 없어지거나 오히려 생존 연장에 도움이 된다고 김정은이 판단하는 순간부터 억제력 작동은 정지된다"고 강조한 천 이사장은 김정은정권이 내부적 변고를 당해 실존의 벼랑 끝으로 몰릴 경우를 그러한 순간으로 꼽았다.
천 이사장은 "'억제 중심적 접근'에 함몰되지 말고 북한의 핵 선제 사용을 거부(deny)하는 데 목표를 두고 전력구조도 거부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 김정은이 핵공격 명령을 내리더라도 북한 핵미사일을 발사 준비 단계에서 대부분 제거하고 선제타격에서 놓친 미사일을 모두 요격하는 것이 거부의 요체"라고 설명했다.
"아무리 강력한 응징보복도 수만 명의 인명을 잃고 난 이후에나 사용될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에 불과하다"고 전제한 천 이사장은 "미국이 이미 과잉보유하고 있는 '사후약방문'에 우리가 중복투자하는 것이 그만한 안보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겠는가. 선제사용이 불가능한 핵무기가 선제적으로 북한의 핵미사일을 제거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더 유리한가. 미국이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응징보복 자산과 미국이 과소보유하고 있는 거부자산 중 어디에 투자해야 하겠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김재천 "핵무장은 하수(下手)… 트럼프類에 힘 싣고, 한·미·일 공조 균열"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이 핵무장을 추진한다면 한미동맹이 훼손되고 동북아 안보구도도 더 취약해질 것"이라며 "한국의 핵무장은 한국의 안보 강화라는 관점에서 평가할 때 '하수'(下手)"라고 단언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 핵무장이라는 자율권을 포기하는 대가로 현 수준의 안전보장을 미국으로부터 제공받고 있다. 한국이 자율권을 앞세우며 핵무장을 감행한다면 당연히 '트레이드-오프'가 발생할 것이고 이는 미국의 안전보장 약화로 귀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핵무장은 '한국의 방어는 한국에 맡기자'는 미국 내 '트럼프류(類)'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것이고, 이는 전략자산 전개 중단, 한미연합훈련 축소와 중단, 나아가 주한미군 철수 주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미동맹이 유지는 되더라도 매우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한국이 핵무장한다면 동북아 안보구도는 더 대립적으로 변할 것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관계에서 볼 수 있듯 '안정-불안정 모순'(stability-instability paradox)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핵균형 상황에서 서로 핵도발을 할 수 없다는 '핵의 안정적 관계'가 형성될지 모르나, 이를 믿고 오히려 서로 재래식 도발을 '마음껏' 감행해 한반도 안보위기는 더 고조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한국의 핵무장은 동북아의 힘의 균형을 북·중·러 수정주의 세력에 유리하게 변화시키고 일본의 핵무장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며 "동북아 확장억제 체제의 붕괴는 미중 경쟁에서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핵무장한 한국과 일본이 미국과 강력한 동맹관계를 회복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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