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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탈원전 14] 태양광발전의 경제성
  • 작성자 박인식 (bec@5483) (DATE: 2017-09-24 21:45:47)
  • 첨부파일 No D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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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열악해지는 사업여건을 타개하기 위해 태양광사업에 진출하기로 결정했다. 신규사업 진출을 결정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에서 발주한 10MW 규모의 보성 태양광발전소 건설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는 일은 언제나 막막하기 마련인데 다행히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운영 중인 3MW 규모의 영광 Solar Park와 한국남동발전에서 운영 중인 1MW 규모의 영흥 태양광발전소를 견학하고 관련 자료를 얻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입찰을 준비하다 보니 주요자재인 태양광 모듈 값이 사업비의 70%가 넘는데다가 그마저도 발주처에서 제공하는 조건이어서 이 사업으로 얻을 것이 별로 없어 보였다. 태양광발전소는 지지대에 모듈을 설치하고 모듈을 통해 태양광 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매우 단순한 시설이다. 어차피 모듈 생산에 뛰어들 상황은 아니었으니 우리가 참여할 부분은 설계와 시공에 국한되었다. 시설이 단순하니 설계에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시공이라고 해봐야 부지를 조성하고 지지대를 설치하는 정도에 불과하니 결국은 가격 싸움이 될 것이 뻔해 보였다. 이런 사업을 회사의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는 없는 일이어서 보성 사업 입찰에 한 번 참여하는 것으로 태양광사업 진출을 접었다. 그 당시 태양광발전소 건설비가 MW당 70억 원 정도였다. 이후로 주요자재인 태양광모듈의 값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져 이제는 15억 원 선까지 내려온 것으로 알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 시설공사비는 줄게 마련인데 이는 1) 공정이 최적화 되고 자재비가 떨어지기 때문이거나, 2) 시설의 효율이 향상되어 시설 절대 규모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두 가지 관점에서 기술발전에 따른 태양광발전 시설공사비 변화추이를 살펴보겠다.


첫째, 공정이 최적화되고 자재비가 떨어지는 경우


2008년 무렵 MW당 시설건설비는 70억 정도였는데, 그 중 70% 정도가 모듈 값이었다. 태양광발전소 시설은 매우 단순하다.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서 가격이 떨어질 만한 요인이 없다는 말이다. 1MW 규모 영흥 태양광발전소의 경우, 전체 공사비는 72억으로 모듈 자재비 49억(68%), 지지대 및 인버터 설치비 9억(12.5%), 전기공사 4억(5.6%), 토목공사 4.7억(6.5%), 기타비용 5.3억(7.4%)으로 이루어졌다. 이 중 모듈 자재비를 제외하고는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도 줄어들 여지가 거의 없다. 결국 태양광발전 시설공사비는 모듈 값에 의해 좌우된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그동안 태양광모듈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졌으며 그로 인해 시설건설비가 MW당 70억에서 15억(21%)까지 떨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모듈 자재비가 더 떨어지면 시설건설비도 떨어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까? 나는 그게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영흥 태양광발전소의 시설건설비 구조를 인용할 경우, 모듈 자재비가 무상에 가까운 수준까지 떨어지고 나머지 항목 전체가 70%선으로 떨어져야 70억이 15억으로 내려올 수 있다. 말하자면 이미 더 떨어질 수 없는 수준까지 내려온 것이니, 마른 수건을 쥐어짜서 지금보다 다소 낮출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도 의미 있는 정도는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둘째, 시설 효율 향상으로 시설 절대 규모가 줄어들 경우


시설 효율은 어떤 조건보다도 사업비에 크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간단하게 말해서 효율이 2배라면 시설은 반만 있으면 된다. 땅도 반만 필요하고, 지지대나 인버터도 반만 있으면 된다. 결국 전체 사업비도 거의 반 정도만 들면 되는 것이다. 그러니 효율을 늘린다는 건 공정을 개선하거나 자재비를 낮추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영향을 미친다.


태양광 중에서 실제로 전력생산에 사용할 수 있는 빛은 에너지가 비교적 높은 단파장대의 빛이다. 이는 광전효과를 응용하는 태양광발전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소재에 따라서는 최대 발전효율을 40%까지 올릴 수 있다고는 하지만, 비싸고 구하기 어렵다. 그래서 소재를 구하기 쉽고 값싼 실리콘을 주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실리콘을 이용한 태양광발전의 이론적인 최대효율은 29%이다. 우리나라와 선진국, 심지어 중국까지 효율을 22~25% 정도로 올리고 있다. 2000년 초반에는 이 효율이 14% 선에 머물렀으며, 그 이후 20여년 가까이 세계적인 노력에 힘입어 10% 이상 효율이 향상된 것이니 사용제품으로서는 이제 한계치에 다다른 것으로 보아야 한다.


태양광 패널 표면에서 태양광 반사에 의한 빛 손실도 효율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데, 반사손실을 막기 위한 무반사코팅(Anti Reflective Coating) 기술은 2차 세계대전 무렵에 이미 투과율 96%를 달성했고 현재는 목표로 하는 특정 파장대에서는 투과율이 99.9%까지 도달해 있다.


결국 공정 최적화나 자재비 인하, 또는 기술개발로 시설건설비를 낮추는 것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태양광발전 기술이 비약적으로 향상됨에 따라 태양광발전 단가 또한 낮아지고, 결국 원자력을 포함한 기존 방식의 발전단가와 같아지는 Grid Parity에 곧 도달한다는 주장이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다. 원자력이라고 해서 기술발전도 꾀하지 않고 손 놓고 놀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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