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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탈원전 11] 전력수요
  • 작성자 박인식 (bec@5483) (DATE: 2017-09-14 05:3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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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에 발표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GDP 성장률을 3.4%로 적용하였는데 금년에 확정할 제8차 계획에는 이보다 낮은 2.5%로 적용하였다. 이와 같이 성장률이 하향 조정됨에 따라 2030년 전력수요는 113.2GW에서 101.0GW로 11.3GW가 줄어든다. 성장률이 둔화되었으니 그럴 수 있는 일이다. 그런 가운데 정부에서는 내년 GDP 성장률을 제8차 전력수급계획에 적용한 성장률과는 달리 3.0%로 계획하고 있어 탈원전을 합리화하기 위해 전력수요를 줄이려는 꼼수가 아닌가 하여 논란이 되었다.

 

전력은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생활수준이 향상되는 만큼 수요가 늘게 마련이고, 심화된 양극화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어려운 이들까지 돌보겠다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으니 그 수요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너나 할 것 없이 발상의 전환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니 그로 인한 수요는 또 얼마이겠나. Volvo가 2019년부터 내연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하고, 독일 메르켈 총리는 2040년부터 내연자동차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하니 전기자동차가 도로를 점령할 날도 멀지 않았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 자동차업계에서도 이에 뒤질세라 전기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중심의 세상이 된다면 무엇보다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전원계획이 검토되어야 하는데, 전력수급계획에 이런 내용이 반영되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물론 기술발전으로 에너지 효율이 급속하게 향상되고 있기는 하다. 가전제품 하나를 보아도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에너지 효율이 높다. 그렇다고 해서 전력수요가 줄어들었나? 주변을 한 번 돌아보라.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기기가 얼마나 많은가? 옛날에는 정전이 되면 불편하기는 하지만 살 수는 있었다. 이제는 전기가 없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지난 번 호우 때 정전으로 고층아파트 주민들이 피난 간 걸 보지 않았나? 80년대 말, 처음으로 가졌던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용량이 고작 40MB였다. 그때 파일 하나 크기가 GB 단위로 커질 수 있다고 상상이나 했겠나. 이렇게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격변하고 있는데, 전력수요를 공격적으로 늘려 잡지는 못할망정 기왕 세워놓은 계획까지 축소해서야 되겠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지난 50여년 전력수급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전력난과 공급과잉을 반복했다. 1961~2011년 통계에 따르면 5~10년을 주기로 무려 일곱 차례나 이런 널뛰기를 경험했다.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서 경제성장을 견인해야 할 지난 50년간 절반은 전력난에 시달렸고, 1/3은 전력공급이 넘쳤으며, 겨우 1/5만 적정선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적정선을 유지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아깝기는 해도 넘치는 것이 오히려 낫지 않겠나. 한 걸음만 잘못 내딛으면 나락으로 떨어질 만큼 국가 간의 경쟁이 치열한 때에 전력난이라는 리스크를 감수해야할 이유를 나는 도무지 찾지 못하겠다.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GDP 성장률만 낮춘 것이 아니라 설비(발전용량) 예비율도 22%에서 20%로 낮췄다. 예비율을 잘못 관리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살피기 위해 2011년 순환정전으로 돌아가 보자. 1998년에 설비예비율이 31.1%를 기록했고, 2003년도에도 30.3%에 이르렀다. 안심했던 정부는 전력산업을 개편하고 수요를 소극적으로 전망하여 설비투자를 최소한으로 줄였다. 결과는 재앙이었다. 2011년 9월 15일 예비전력이 24만kW로 떨어지는 상황을 맞았고, 전력거래소에서는 이를 수습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은 사용자에게 아무런 통보도 없이 지역별 순환정전에 들어가기에 이르렀다. 그 이후 매년 산업계의 조업단축으로 위기를 넘겼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매년 수천 억 원의 보조금을 쏟아 부었고 기업은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장기적인 탈원전·탈석탄 정책이 이뤄졌을 경우다. 2017년 고리1호기 영구정지를 시작으로 월성1호기, 고리2~4호기, 한빛1·2호기, 한울1·2호기, 월성2~4호기를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폐쇄할 경우 9.7GW가 줄어든다. 영동1·2호기, 서천1·2호기, 호남1·2호기, 삼천포1~4호기, 보령1~4호기, 태안1·2호기, 하동1·2호기 등 30년 이상 가동된 노후 석탄화력을 순차적으로 멈출 경우 8.5GW가 줄어든다. 무려 전체에 20% 가까운 시설용량(18.2GW)이 줄어드는 것이다. 여기에 LNG발전 등 나머지 발전설비는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대로 증설된다고 가정할 경우 2021년까지 설비예비율이 20%를 넘겠지만, 2024년 10%, 2025년 이후는 6~9%에 불과하게 된다. 굳이 이런 리스크를 감내해가면서까지 탈원전을 해야 할 명분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물론 신재생에너지로 이를 만회하겠다는 생각일 줄 안다. 그런데 무려 18.2GW에 달하는 전력을 신재생에너지로 감당하는 게 가능할까? 차차 살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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