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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탈원전 10] 원자력발전의 경제성; 사후비용
  • 작성자 박인식 (bec@5483) (DATE: 2017-09-14 05:28:33)
  • 첨부파일 No D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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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경제성을 계산하는데 원전 찬반진영이 차이 나는 부분이 ‘폐로비용, 방사성폐기물처리비용, 사고처리비용’이다. 한전에서는 이를 운전비용에 포함시켰고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는 쪽에서는 대체로 이를 ‘외부비용’ 또는 ‘사회적 비용’의 일부로 분류한다. 이견이 있는 부분을 떼 내어 살펴보자니 편의상 이를 ‘사후비용’으로 분류하겠다.

 

탈원전 진영에서는 우리나라의 원자로 폐로비용이 외국에 비해 현저히 낮게 책정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2013년 6월 ‘방사성폐기물 관리비용 및 사용후핵연료 관리부담금 등의 산정기준에 관한 규정’ 개정을 통해 호기 당 폐로비용을 6,033억원으로 대폭 인상하였으며, 2015년에는 6,437억원으로 조정하였다. 이와 같은 폐로비용은 용량과 노형에 관계없이 동일하다. (호기 당 평균용량을 1GW로 적용할 때 6억원/MWh) 국회예산정책처에서 2014년 발간한 ‘원자력 발전비용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의 MWh당 폐로비용은 미국 7.8억원, 프랑스 4.7억원, 영국 17.2억원이다. (1달러=1,156원) 폐로비용이 건설비용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정량적으로 비교할만한 자료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건설비용이 낮으면 폐로비용이 낮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장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원전 건설비용이 한국 기준으로 일본 158%, 프랑스 242%, 미국 277%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정부 기준에 따른 폐로비용은 결코 낮다고 할 수 없다.

 

같은 자료에서 제시한 중저준위 폐기물 m^3당 처리비용은 한국 6,650만원(산업통상자원부 고시)으로 미국 2,450만원(반웰 폐기물처분장). 영국 1,640만원(원자력폐쇄국), 프랑스 650만원(회계감사원)에 비해 훨씬 높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2013년 발간한 ‘화석연료 대체 에너지원의 환경경제성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사용후핵연료 관리비용은 호기 당 연 170억원인데 이는 원전 균등화 발전원가 중 1.8원/kWh을 차지하며, 폐로비용의 41.8%에 해당한다.

 

탈원전 주장은 원전이 안전하지 않으며 방사성폐기물에서 방사능이 10만년까지 방출된다는 논리에서 출발하고 있다. 방사성폐기물 처리가 그만큼 중요하다. 원자력을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현재로는 신재생에너지 경제성이 떨어지지만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전력단가가 원자력이나 화력 전력단가와 같아지는 Grid Parity에 곧 도달할 것이라고 한다.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발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원자력 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와 관련해서는 동위원소 반감기를 100년 이하로 줄이는 transmutation, 방사능을 1/1000로 폐기물 용량을 1/20로 줄이는 pyro-processing과 같은 기술은 이미 개발단계에 들어서 있다. 아직 실용화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좀 더 걸리기는 하겠지만, 이런 기술이 실용화될 경우 원전의 안전성은 극적으로 개선될 것이며, 이는 구체적인 비용절감으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pyro-processing을 통해서 재처리된 사용후핵연료는 4세대 원전인 소듐고속로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데, 소듐고속로는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등에서 운영하였고 한국과 일본에서 새로운 소듐고속로를 개발하고 있다.

 

중저준위 폐기물에 들어 있는 AP(activation product) 중 대표물질인 Co-60은 반감기가 5.3년, FP (fission product) 중 대표물질인 Cs-137은 반감기가 30년이다. 10반감기가 지나면 방출되는 방사능은 0.1%만 남고 99.9%는 사라진다. 이런 이유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관리기간을 Cs-137의 10반감기인 300년으로 설정하고 있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이 300년이나 위험하다는 말이 아니다. 이에 대한 기술개발 현황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이 또한 기술개발로 인해 앞으로 안전성이나 경제성이 큰 폭으로 향상되리라 기대한다.

 

탈원전 진영에서는 원전 사고비용이 포함된다면 원자력은 다른 전원에 비해 현저하게 경제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2013년 발간한 ‘화석연료 대체 에너지원의 환경경제성 평가’ 보고서에서 2013년 한국환경운동연합과 박승준 교수가 공동으로 수행한 ‘한국 영광 고리 핵발전소 사고피해 모의실험’을 인용하고 있는데, 이는 박승준 교수가 일본 원전 사고평가프로그램인 SEO Code를 이용해 추정한 ‘일본의 원전사고 피해액 계산’을 한국에 적용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피해액이 영광원전 사고의 경우 160조원, 고리원전 사고의 경우 360조원이다. 탈원전 진영에서 인용하는 피해액이 기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이 규모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 피해액은 영광원전 사고로 인해 암으로 인한 사망자가 3만3천명~55만명, 고리원전 사고로 인해 암으로 인한 사망자가 7만3천명~85만명 발생한다는 전제로 산출된 금액이다. 이는 일본 원전사고 피해를 바탕으로 한 것인데 어떻게 원전사고로 발병한 암 환자가 수만~수십만 명에 이른다고 가정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도 어렵고 동의하기는 더욱 어렵다.

 

이는 2013년 UNSCEAR(UN Scientific Committee on the Effects of Atomic Radiation)에서 발간한 ‘2011년 동일본지진 및 쓰나미로 인한 원전사고 방사능노출 평가’ 보고서의 결론과 전혀 다르다. 보고서에서는 “방사능 누출로 인한 급성질환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No acute health effects, i.e. acute radiation syndrome or other deterministic effects, has been observed among the workers and the general public that could be attributed to radiation exposure from the accident.)”라고 결론짓고 있으며, 가장 큰 피해로 ‘mental health’를 꼽고 있다.

 

앞장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 원자력 전력단가가 신재생에너지에 비해, 외국에 비해 낮은 것은 비용이 원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원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비용으로 ‘사후비용’을 든다. 이 주장에 따르면 모든 비용이 적절하게 반영되었을 경우 원전은 경제성이 있다는 게 확인되는 셈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폐로비용과 방사성폐기물처리비용은 적절하거나 그 이상으로 반영되었고, 사고비용은 탈원전 진영에서 주장하는 바가 객관적으로 용납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난 것이니 원전의 경제성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하겠다. 물론 현재 발표된 한전의 원자력 전력단가도 이 모든 요소를 적절하게 반영한 것이니 합리적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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