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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매체 : 문화일보 게제일 : 2019-11-01 저자 : 주한규 센터장

수출 경쟁력에도 악영향 끼칠 탈원전
한전 사장이 전기요금 특례 할인을 폐지해 적자(赤字)를 해결하겠다는 자구책을 내놓자마자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공성을 다하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는 등 탈(脫)원전 후폭풍이 불고 있다. 한전은 정부가 막아온 전기료 원가도 공개하겠다고 한다. 정부와 사전에 협의도 없이 실질적인 전기료 인상책을 내놓는 적자 기업 수장의 심정은 헤아릴 만하다.

2016년 12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던 한전은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9285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원전 발전량 감소를 메운 LNG 발전 증가 탓이다. 탈원전 기조로 인해 원전 가동률이 67%선으로 뚝 떨어진 지난해에 LNG 발전은 2016년에 비해 26%가 늘었다. 게다가 45%나 오른 LNG 단가 요인이 더해져 한전의 원자력 감소분 대체 전기 구입 비용만도 83%나 늘어난 것이다. 이에 더해 지난해 재생에너지 보조금은 약 2조8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비용이 대폭 올랐는데도 전기료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대통령과 산업부 장관의 공언 때문에 전기 판매단가를 높일 수 없는 한전의 적자는 불가피한 것이다.

적자 누증에 따라 2016년 9월 6만 원 선이던 한전의 주가가 이젠 2만6000원 선으로 급락했다. 주주들은 배당 수익은커녕 주가 하락으로 큰 손해를 보게 됐다. 특히, 한전 주식 지분율이 7%선이나 되는 국민연금의 한전 주식 가치는 탈원전 이전에 비해 8000여억 원이나 줄어 한전의 적자가 일반 국민의 연금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전의 자체 신용등급을 투자적격 10단계 중 최저인 ‘BBB-’로 강등시켰다. 다만, 공기업인 한전에 대한 국가 보증이 있어 공식 신용등급은 아직 ‘AA’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주식 지분율이 25%가 넘는 한전의 부당한 경영에 대해 향후 외국인 주주가 제소를 한다면 한전은 ‘투자부적격’ 기업이 될지도 모른다. 지난 7월 한전 소액 주주들이 대통령과 전·현직 산업부 장관을 고발한 데서 그 가능성이 보인다. 한전의 전기 구입 단가 상승 요인이 있는데도 정부가 판매 단가 고정을 강요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이 주주에게 부당하다고 본 것이다.

한전의 적자를 방관할 수 없는 정부는 결국 전기요금을 인상할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 반발을 의식해 주택용 대신 산업용 전기료 인상을 추진할 전망이다. 이는 근래 가뜩이나 위축돼 있는 제조업 경쟁력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2016년 말 단행된 주택용 전기료 누진제 완화 조치로 인해 주택용 요금 평균이 많이 내려가 지금은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의 99.6%에 이른다. 다른 나라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보다 훨씬 싸다. OECD 회원국 중에서 우리나라보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싼 나라가 13개국이나 된다. 향후 산업용 전기요금의 인상은 산업용이 주택용보다 더 비싸지게 되는 반기업적 요금 체계를 초래해 기업의 수출 경쟁력에 악영향을 끼칠 것은 자명하다.

한전의 적자 사태는 역설적으로 원자력의 경제적 효익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싸고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했던 원전이 탈원전으로 소멸되게 되면 전기요금은 대폭 오를 수밖에 없고, LNG 수입 증가로 무역수지도 나빠진다. 더불어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문제 대처도 어려워진다. 탈원전의 문제점을 아는 국민은 이제 원자력의 지속적 이용을 지지하고 있다. 모순투성이의 탈원전을 접으면 한전과 기업과 대다수 국민이 환호할 것이다.


출처 : 문화일보 (https://media.naver.com/press/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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