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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매체 : 동아일보 게제일 : 2018-07-24 저자 : 주한규 센터장

<기고> 탈원전, 돌아갈 길 남겨두자
지난해 말 제8차 전력수급계획으로 탈원전 정책이 확정된 후 비가역적 탈원전화가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반핵 환경운동가들을 원자력 관련 기관 임원으로 임명해 사업을 통제하고 예산을 삭감해 미래 원자력 연구를 차단하고 있다. 최근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가 결정한 신규원전 부지 해제 조치는 비가역적 탈원전화의 핵심 조치다. 정부고시를 통해 6년 전 경북 영덕과 강원 삼척에 지정됐던 원전 예정 부지가 7월 말 해제된다면 나중에 원전을 다시 건설하려고 해도 주민 불신으로 해당 지역에는 건설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1년간 탈원전 정책의 변경을 고려할 요인과 사례가 여럿 생겼다. 먼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었던 일본에서 강화된 안전기준을 충족하는 원전 9기를 가동시켰다. 일본이 원전 재가동을 추진하는 이유는 원자력을 대체할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의 증가로 무역적자, 전기요금 인상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 수입액 증가는 지난해 한국에서도 관측됐다. 2015년까지 에너지 수입액은 5년 평균 연 1625억 달러로 전체 수입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규모였다. 2015년부터 유가가 급락하자 2016년 에너지 수입액은 과거 절반 수준인 809억 달러로 줄고 그 덕분에 무역흑자가 대폭 늘었다. 그런데 지난해 에너지 수입액은 1095억 달러로 전년보다 35%나 증가했다. 올해 유가는 더 오르고 있다. 원자력 대신 LNG 발전을 늘리면 수백억 달러 규모의 무역적자 요인이 발생한다. 반면 원전 수출이 성사되면 무역흑자에 기여할 수 있다.


지난달 한국갤럽이 발표한 원자력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는 원전 비중의 유지 또는 확대 의견이 축소보다 54 대 32로 우세했다.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 당시 2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44 대 39에 비해 차이가 17%포인트나 커진 것이다. 이는 원전 가동률 저하로 인해 지난겨울에 나타났던 빈번한 수요 감축 지시와 한전의 2분기 연속 적자, 석탄 발전량 증가로 인한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과다배출 등 탈원전 부작용이 빠르고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나타낸다.

원자력은 재생에너지와 상생하며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고, 무역수지 개선과 국가 에너지 안보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원자력 안전에 대한 국민의 원자력 인식은 아직 탈원전 정책을 전면적으로 바꿀 정도는 아닌 듯하다. 장래의 가능성마저 완전히 차단하는 비가역적 탈원전화가 계속 진행되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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