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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매체 : 조선일보 게제일 : 2018-02-26 저자 :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발언대] 전북교육청의 섬뜩한 탈핵 교재
전북도 교육청이 탈핵(脫核) 교재를 발간해 초·중·고 학생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과학 담당 교사와 교육지원청 담당 장학사에 대한 대대적인 연수도 수행되었다. 또 이 교재를 타 시·도에 배포하고 있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검토한 결과 많은 문제가 있었다. 옳지 않은 사실이 많았다. 원전 사고에 관한 자료는 대부분 사실이 아니었다. UN이 발표한 공식 통계 대신 탈핵 단체의 주장이 담겨 있었다. 또 과학적 사실보다 원전 사고(事故)와 핵폭탄의 피해를 먼저 가르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가 전 세계 바다를 오염시킨다는 주장도 황당하다. 바닷물의 양을 검색해보면 이 주장이 얼마나 허구적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부분적인 사실을 전체인 양 해석하고 예외적인 경우를 대표적 사례인 양 표현하고 있다. 4개국에 불과한 탈(脫)핵 선언국을 대세인 양 기술하고, 동일본 대지진의 쓰나미 피해자를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피해자로 둔갑시키고 있다.

사회적 공분을 유도해 이성(理性)을 마비시키고 있다. '거대 송전탑에 희생당하는 사람들' '약자들의 눈물로 만들어지는 전기' 등의 표현으로 원전 이외의 문제를 원전 문제로 돌리고 있다. 그러면서 원자력의 공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다. 지난 40년간 우리나라에서 원전이 얼마나 값싸고 깨끗하게 전력을 생산해왔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않는다. 원자력산업을 통한 값싼 전기가 경제 개발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다. 다른 산업을 얼마나 성장시켰는지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다.

학생들에게 과학적 진보를 부정하고 역행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무슨 교육인가? 모든 과학은 부작용을 갖고 탄생한다. 그러나 부작용을 점차 줄이고 긍정적 작용을 늘려가는 것이 진보의 역사인데 원자력을 악(惡)으로 규정하고 진보를 부정하고 있다.

이런 내용이 어린 학생들에게 주입되고 있었다는 데 섬뜩함을 금하기 어렵다. 지식과 과학적 사고 대신 이념을 가르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교육은 학생이 미래를 살아가는 데 도움보다 방해가 될 것이다. 자기 자녀에게도 그런 교육을 시키고 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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