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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매체 : 문화일보 게제일 : 2026-10-29 저자 : 주한규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

[포럼] AI 시대 ‘원전 규제’ 4대 혁신 급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 27일 고리원전 3·4호기 10년 계속운전을 허가했다. 2022년 9월 신청 이후 4년 넘게 걸린 만시지탄의 결정이지만, 환영할 만하다. 다만, 불합리한 현 제도 아래 심사 지연으로 인해 실제 운영 기간이 10년에 상당히 못 미치게 된 점은 아쉽다.

안전성이 확인된 원전의 40년 이상 계속운전은 세계적 추세다. 기존 설비를 활용하는 계속운전이 매우 저렴한 발전 단가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원전 대부분(94기)이 20년 계속운전 허가를 받았고, 2025년 초 기준 40년 이상 가동 중인 원전이 60기나 된다. 심지어 25기는 추가로 20년을 연장해 총 80년까지 운전할 수 있게 됐다. 유럽연합(EU)에서도 2023년 말 가동 원전(90기)의 40% 이상이 40년을 넘겼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까다로운 계속운전 제도와 절차, 제한된 심사 역량으로 허가가 지연되고 원전 정지 기간이 길어진다. 현재 심사 중인 원전 7기의 적기 계속운전과 후속 원전 계속운전의 효과성 제고를 위해 몇 가지 규제 혁신 과제의 추진이 요구된다.

첫째, 안전성 심사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체계 구축과 실행이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심플리파이(SimplifAI)’를 활용해 규제 문서 검색과 지식 활용의 효율성을 높인다. 우리도 기존 심사 사례 검색, 안전해석 결과 검토, 위험도 평가 등에 AI를 활용하되 최종 판단과 검증은 전문가가 책임지는 체계를 구축, 적극 활용해야 한다.

둘째, 전문 규제 인력 확충과 합리적 규제 문화 정착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계속운전에 더해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SMR), 신규 대형 원전, 선진 원자로의 인허가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신속하면서도 충실한 심사를 위해서도 규제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전문 인력 확충이 긴요하다. 이에 더해 규제자가 지나치게 보수적인 입장만 견지해 심사가 지연되지 않도록 과학적·합리적 판단을 장려하는 문화를 진작해야 한다.

셋째, 계속운전 허가 기간 합리화이다. 현행 10년으로 제한된 계속운전 기간을 미국·일본처럼 20년으로 늘리되 10년마다 하는 주기적 안전성 평가는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또한, 심사 지연이나 대규모 안전성 증진 설비 개선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정지기간은 계속운전 허가 기간에서 제외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넷째, 원자력 안전규제 체제와 방식 자체의 쇄신이다. 지난해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규제 체제와 방식을 혁신하고 일정 기간에 인허가 심사를 끝낼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계속운전 심사기간이 1년으로 제한됐고, 그 결과 실제로 두 원전에 대한 계속운전 허가가 1년 이내에 이뤄졌다. 우리도 이런 방향으로 법령을 개정하고 규제 체제와 방식을 쇄신해야 한다. 규제 방식 쇄신 과정에는 미국에서 이미 실행 중인 위험도 기반 규제, 곧 고위험도 분야에 규제 역량을 더 투입해 심사를 효율화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이 규제 혁신안은 안전성에 타협하지 않으면서도 심사의 신속성뿐만 아니라 효과성도 높이는 방안이다. 효과적인 원전 계속운전은 AI 시대에 대폭 증대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는 가장 빠르고 경제적인 수단이 될 것이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출처 : 문화일보(https://www.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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