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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매체 : 전기신문 게제일 : 2026-09-21 저자 : 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수요광장)12차 전기본, 탄소중립·에너지안보·전기요금 모두 잡을 수 있는가
12차 전기본 수립에 대한 평가를 AI에게 물었다. 돌아온 답은 “좋은 목표를 나열하는 것으로 좋은 에너지정책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무엇이 좋은 목표인지 다시 물었다. 강력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재생에너지 대폭 확대, 석탄발전 조기 폐지, 대규모 전력망 건설, ESS‧양수 등 유연성 자원 확대, 지역주민 이익 공유 확대, 전기요금부담 최소화 등이 답이었다. 이 정책 목표들은 상호 충돌할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에너지정책에 모두 반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12차 전기본 초안 발표가 당초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다. 원인은 AI로 인한 전력수요 증가 때문이다. 지난 4월 전력수요 예측치가 발표될 때만 해도 전기본 초안 발표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런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가 발표되면서 초안 발표는 계속 늦어지고 있다. 정부는 8월 수요예측 재전망을 통해 4월 예측치에 비해 최대전력 27GW, 연간 목표수요량 190TWh를 상향 조정했다. 각각  20%, 29%가 증가한 것이다. 불과 4개월 만의 재예측 결과치고는 이례적으로 큰 증가폭이다.

이어서 정부는 2040년 재생에너지 용량을 220GW로 확대하는 보급 전망을 발표했다. 11차 전기본의 2038년 재생에너지 목표 용량 120GW와 비교하면 목표용량이 100GW나 늘어난 것이다. 올해부터 2040년까지 매년 12GW를 증설해야 한다. 참고로 금년 상반기 중 태양광‧풍력용량은 2GW만이 증가했을 뿐이다.

전력시스템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까. 태양광과 풍력의 평균 이용률을 적용한 발전량은 2040년의 전체발전량 중 대략 40% 수준이다. 11차 전기본 원전 발전비중이 35%인 점을 감안하면 간헐성 전원과 경직성 전원의 발전비중이 75% 이상이다. 연간 발전량만으로 계통운영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봄·가을 경부하기에 재생에너지 출력이 집중되면 원전의 최소출력과 충돌할 가능성이 커진다. 인터커넥션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저장장치, 원전의 유연운전, 수요반응, 출력제어와 송전망 보강이 함께 준비돼야 한다.

전력공급 측면의 과제도 크다. 정부는 작년 11월 COP30에서 2040년까지 석탄발전을 전면 폐지하겠다는 탈석탄동맹에 가입했고, 금년 4월 에너지대전환 추진계획에서 재차 확인했다. 2038년에 남아 있는 석탄발전 용량이 22GW이다. 늘어난 최대 전력수요 대략 27GW를 합하면 신규 발전설비 소요량은 50GW 수준이다. 여기에 예비력을 포함하면 대략 60GW 이상을 건설해야 한다. 또 11차 전기본에서 유보된 3GW를 더하면 전체 신규설비 소요량은 약 63GW에 이른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재생에너지의 피크기여도 산정방식을 개편하고, 기존에 반영하지 않았던 BESS를 공급설비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방식을 적용했을 때 2040년 재생에너지 실효용량 35GW에서 11차 전기본의 확정설비에 이미 포함된 13GW를 제외하고, 새로 반영되는 BESS 실효용량 20GW를 더하면 공급가능 실효용량의 순증분은 약 42GW로 추정된다. 그러나 재생에너지의 변동성과 배터리의 충전 가능성 및 방전시간을 고려하면, 이를 원전이나 LNG와 같은 수준의 공급능력으로 간주할 수 있는지는 신중한 검증이 필요하다. 정부의 산정방식을 그대로 인정하더라도 약 20GW의 신규설비가 추가로 필요하다. 탄소배출을 늘리지 않으면서 대규모 용량을 확보하려면 원전 확대를 배제하기 어렵다.

또 하나 따져봐야 할 것은 전체 비용과 전기요금이다. 정부가 제시하는 에너지정책 목표는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나 정책을 평가할 때는 목표가 얼마나 좋은가 뿐 아니라, 그 목표를 어떤 비용으로 달성할 수 있는가도 중요하다. 전력정책을 평가할 때 최종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전력비용이 핵심 지표 중 하나다. 재생에너지 확대에는 BESS, 예비전원, 계통보강과 출력제어 비용이 수반된다. 따라서 발전원별 단가뿐 아니라 이러한 비용을 모두 포함하는 시스템 비용과 최종 소비자의 전기요금 영향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좋은 목표를 모두 모아 놓아야 좋은 에너지정책이 되는 것이 아니다. 목표 간 충돌을 인정하고, 우선순위와 비용을 투명하게 제시하는 것이 좋은 에너지정책이다. ‘좋은 것은 모두 하겠다’는 정책은 정치적으로는 매력적일 수 있지만 경제적 측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12차 전기본은 목표의 목록이 아니라 실행 가능한 전력시스템의 설계도가 되어야 한다.

[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출처 : 전기신문(https://www.ele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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