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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수요예측 결과가 공개되었다. 확정치는 아니지만 크게 변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번에도 전력수요는 과학적 이론과 합리적 가정, 정책적 판단을 종합하여 예측되었다. 전기본 총괄위원회는 과도한 수요 증가를 가정하지 않았고, 인구 감소와 저성장 구조를 반영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이 전망 결과는 결론을 정해 놓고 수치를 맞춘 것은 아닌지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경제성장률 전제다. 불과 2년 전 수립된 11차 전기본에서는 계획기간 15년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1.63%로 가정했다. 반면 12차에서는 이를 1.0% 수준으로 낮췄다. 장기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년 만에 연평균 0.63%p나 낮아졌다. 앞으로 한국 경제는 구조적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말과 같다. 경제는 경기순환, 기술혁신, 산업투자 등에 따라 변동한다. 반도체, AI, 첨단 제조업 육성을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면서 전력수요 전망에 장기 저성장을 전제하는 것은 모순적이다.
첨단산업, 데이터센터, 전기화 등 추가수요는 11차와 같이 별도 추정되었다. 그러나 역시 ‘구체화된 계획만 반영한다’는 원칙 아래 증가 추세를 축소 반영했다. AI 데이터센터가 대표적인 사례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GW급 발전소 규모의 전력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세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경제성장 전망을 반영한 모형수요는 낮추고 추가수요 역시 보수적으로 반영하면서 전체 수요를 의도적으로 낮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수요관리 목표치는 더욱 강화되었다. 복잡한 과정을 거쳤지만 결과적으로 전체 설비용량 규모를 결정하는 최대전력은 11차 전기본과 같다. 토론회 자료의 그림을 판독하면 그렇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미스터리하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또 있다. 바로 ‘상향 시나리오’다. 위원회는 상향안이 연1.3%의 낙관적(?) 경제성장과 탄소감축 목표 강화를 반영했다고 설명한다. 탄소감축이 강화되면 산업, 수송, 건물 부문의 전기화가 확대되면서 전력수요가 증가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그런데 이번 결과만 봐서는 탄소는 더 줄이는데 전력수요는 별로 늘지 않는다. 게다가 상향안의 전력수요에 대응하려면 원자력과 같은 장공기 설비는 지금부터 건설에 착수해야 할 텐데 어떻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인지 상상하기 어렵다. 상향안의 진정한 의미가 몹시 궁금하다. 일각에서는 상향안이 있는데 왜 하향한은 없느냐고 지적한다. 하지만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전기본이라면 이번의 수요예측 결과는 너무 낮다.
12차 전기본의 전원믹스와 신규전원은 어떻게 구성될까. 2040년 최대전력은 11차의 2038년 대비 약 2.5GW 증가한다. 여기에 예비율 22%를 적용하면 추가 필요 설비는 3.1GW다. 또한 11차에서 최종 반영되지 못하고 유보된 신규 필요설비 3.1GW가 있다. 여기에는 11차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신규원전 1기가 포함된다. 합치면 총 6.2GW 규모다.
무탄소 전원으로서 신규전원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뿐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재생에너지 목표는 공격적으로 정해진다. 4월에 발표된 정부의 에너지 대전환 구상대로라면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는 11차 전기본의 78GW에서 100GW로 20GW 이상 확대된다. 매년 12GW 이상 증설되어야 하고 향후 설비계획 단계의 선택지를 사실상 강제, 제한하는 양이다.
신규설비 규모 6.2GW는 11차에 반영된 원전 외에도 대형원전 2〜3기가 반영될 여지는 충분하다. 특히 이번 수요예측에는 첨단산업, AI 데이터센터, 전기화 수요가 증가 반영되었고,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 수요들은 거의 산업용 수요이기 때문에 변동성 에너지원 보다는 안정적인 기저전원을 더 필요로 한다. 최종 구성은 여러 요인에 의해 달라질 수 있으나 낮은 수요예측에도 불구하고 “신규원전이 들어올 공간이 없다”는 주장은 과장된 것이다.
오히려 진짜 문제는 재생에너지 증가에 대비하기 위한 유연성 자원의 확대, BESS, 양수발전, 송·배전망 투자로 인한 비용 부담이다. 이것은 전력시스템 전체 비용 문제로 귀결된다.
전기사업법에서는 전기본의 목적을 ‘전력수급의 안정’으로 규정한다. 이번 12차 전기본의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지금 미래 전력수급의 안정을 지향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원하는 정책에 맞춰 위험을 미래로 미루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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