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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매체 : 아시아타임즈 게제일 : 2025-12-30 저자 : 박상덕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수석연구위원

[박상덕 칼럼] 원전은 초(超)정치의 대상
최근 대통령이 "원전이 정치 의제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언급한 것은, 한국 에너지 정책의 고질적 문제를 정확히 짚은 진단이다. 원전은 설계에서 해체까지 수십 년을 요구하는 장기 인프라이기에 단기 정치 논리에 흔들릴수록 국민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원전 확대와 축소가 반복되면서 산업 생태계는 붕괴되고 전문 인력은 이탈했으며, 국가 신뢰도는 손상 되어왔다. 안전성, 경제성, 탄소 감축, 산업 경쟁력 같은 정량 적 기술적 문제가 '친원전 대 탈원전'이라는 이념 정치로 소비되었기에 원전의 정치 의제화를 문제 삼는 인식 자체는 분명 타당하고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 발언이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질문이 있다. 과거 이 대통령 본인은 원전 안전성과 경제성 및 후쿠시마 방류수 문제를 둘러싼 논쟁에서 강한 정치적 프레임으로 활용해 왔다. "탈원전은 세계적 흐름이다", "원전은 안전성과 경제성 모두에서 과대평가 돼 왔다"는 등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하지 않은 발언을 해왔다.



또한 후쿠시마 방류수 반대를 위해 단식 선동까지 했었지만 방류 2년이 넘은 지금 우리 바다에 어떤 문제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 세계적 학자를 돌팔이로 폄하했던 사실은 정치화를 위한 욕망의 깊이를 드러낸 것이다. 과학적 불확실성을 위험의 최대치로 해석했고 국제기구의 평가보다 국민 불안이 정치적 동원의 언어로 쓰였다. 이는 단순한 비판을 넘어 명백한 정치 의제화였다.



그렇다면 지금의 "정치 의제화 반대"는 진심일까. 대통령이 된 이후 입장이 달라질 구조적 이유는 존재한다. 원전은 이제 전력 수급, 산업 경쟁력, AI·반도체와 같은 국가 전략과 직결된 사안이다. 불안을 키우는 언어는 국정 운영에 오히려 부담이 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 점에서 정치의 부작용을 체감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문제는 방식이다. 과거의 정치화에 대한 성찰 없이 원칙 선언만으로 탈정치를 말할 수는 없다. 더욱이 에너지는 본질적으로 정치적 영역이다. 입지 선정, 안전 규제, 전기요금, 해외 수출까지 모두 정치의 결정 대상이다. 따라서 해법은 비정치화가 아니라 정치의 영향으로부터 원자력 정책을 보호하는 제도화된 초(超)정치화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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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의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원전은 정치에서 배제된 것이 아니라, 초당적 합의와 독립 규제, 장기 지원 법제화로 정권 변화의 충격을 최소화해 왔다. 반면 우리는 오히려 정권에 따라 탈원전과 친원전으로 갈팡질팡 해오고 있기에 세계 최고 기술과 산업이 퇴보하고 있다. "정치 의제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말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가다. 사망률, 전력망 안정성, 비용 구조, 국제 기준과 같은 정량적 지표가 정책의 언어가 되어야 한 다.



대통령의 발언이 진심이 되려면 다음 단계를 제시해야 한다. 과거 정치화에 대한 최소한의 자기 성찰, 과학과 국제 기준을 판단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명확한 선언, 그리고 정권을 넘어 지속될 에너지 원칙의 법제화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발언은 갈등을 잠시 관리하기 위한 수사에 그칠 것이다. 그저 민주당이 즐겨 사용하는 포퓰리즘일 뿐이다.



원전은 이념이 아니다. 위험의 상징도 아니다. 원전은 전력∙산업∙안보를 떠받치는 국가 인프라다. 간헐에너지보다 치사율이 낮으며 온실가스 배출도 적다. 진정으로 정치 의제를 넘어서고자 한다면 원전을 정치에서 빼겠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정권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제도적 결단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국가 전략의 수준을 가르는 기준이다.



무탄소 전력 중심 시대로의 전환 속에서 우리나라의 전력 산업이 세계를 선도하도록 뒷받침하는 초정치적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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