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이재명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한국의 가장 큰 약점은 에너지 공급"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발언은 단순한 전력난 우려가 아니다. 인공지능이 불러올 산업 구조의 대전환 속에서 한국이 마주한 핵심 전략 과제를 정확히 짚은 것이다.
세계는 지금 인공지능 혁명의 한복판에 있으며, 특히 초인공지능 단계로의 진입은 국가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변화를 떠받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술이나 자본이 아니라 전력 중심의 에너지 인프라다. 손정의 회장이 한국의 에너지 문제를 걱정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본에서는 원전 가동에 따라 전력 요금도 인하하고 있다. 2017년 간사이 전력회사가 원전 재가동을 근거로 요금 인하를 단행한 바 있으며, 2025년 10월 홋카이도 전력회사도 토마리 원전 3호기의 가동 재개 승인을 받은 뒤, 가정용 전기요금을 평균 약 11% 인하하고 산업용 전기도 약 7% 인하한다고 공표했다. 현재 재가동을 논의 중인 가시와자키 가리와 원전 6·7호기에서도 재가동이 승인되면 공급 전력량이 크게 늘어, 전력 안보 + 가격 안정 효과가 기대된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 고무되어 일본 정부의 최근 에너지 계획에서는 2040년까지 원전 비중을 지금의 약 8~9% 수준에서 약 20%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렇게 일본에서 확인된 사실을 알고 있는 손정의 회장은 이 대통령에게 간헐에너지 확대보다는 원전 확대를 권고한 것이다.
한국은 반도체 산업·통신 인프라·디지털 기술 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이 산업들이 요구하는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준비는 충분하지 않다. 여름과 겨울의 전력 예비율은 한 자리수로 떨어진 적도 있다. 기저 발전의 부족, 송전망 병목, 전기요금 구조의 왜곡 등은 한국 전력 시스템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겉으로 보기에는 설비 용량이 많아 보이지만 석탄 발전의 퇴출과 새로운 대규모 산업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다.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는 2023년 기준 전체의 약 2%에서 30년에는 6~8%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초대형 그래픽 연산 시설 하나가 원자력발전소 한 기에 가까운 전력을 요구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한국은 수도권에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 연산 시설이 집중되어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추진하는 차세대 반도체 클러스터가 완성되면, 두 기업만으로도 10~20GW 수준의 전력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분석이 있다. 추가로 산업 부문과 자동차의 전기화, 열에너지를 위한 히트펌프 보급 등 기후 정책에 따른 전체 에너지 소비 구조 변화까지 고려하면 한국은 앞으로 최소 50~100GW 이상을 새로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손정의 회장의 발언은 한국 전력 시스템의 미래 경쟁력에 대한 냉정한 진단이다. 한국이 인공지능과 반도체 중심의 세계 산업 질서에서 선도적 지위를 유지하려면, 기술 투자뿐 아니라 그 기술을 지탱할 에너지 인프라를 확실히 구축해야 한다. 전력 공급이 불안정한 국가는 초대형 데이터센터나 인공지능 허브가 들어설 수 없으며, 이는 결국 국가 경쟁력의 약화를 의미한다.
손정의 회장의 우려는 단순한 충고가 아니라 한국의 미래 경쟁력에 대한 전략적 조언이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전력이 곧 국가의 힘이다. 지금 한국이 전력 혁신에 나선다면 초인공지능 시대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가 감·탈원전을 유지한다면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한국의 반도체와 인공지능 산업은 성장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이 바로 에너지 특히 전력을 국가 전략의 중심에 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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