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최근 중동·아프리카 순방에서 가장 눈에 띈 성과 중 하나는 UAE와 튀르키예 등과 체결한 원자력 협력 MOU다. 이번 합의들은 단순한 의전적 선언이 아니라, 한국 원전 산 업이 향후 10~20년 동안 어떤 전략적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다. 문제는 이러한 MOU가 '종이 합의'에 머물지 않고 실제 수주, 산업생태계 확장으로 이어지도록 체계 적인 후속 조치를 만드는 일이다.
먼저 UAE와의 MOU는 기존 바라카 원전 협력의 단계를 한 차원 높여 AI 기반 원전 운영 고 도화와 제3국 공동 진출을 명시적으로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의 경쟁은 단순한 EPC 경쟁이 아니라 디지털·AI 기술을 접목한 안전성∙효율성 경쟁이기 때문이다. 원전에서 생 성되는 방대한 운전 데이터를 디지털 트윈으로 분석하고 예측 정비를 적용하는 기술은 앞으로 원전의 브랜드 경쟁력을 결정할 핵심이다. 여기에 제3국 동반 진출까지 포함되면서 한국과 UAE가 '공동 플랫폼'을 구축하는 형태로 협력의 폭이 확장되었다.
튀르키예와의 원전 협력 MOU는 또 다른 전략적 의미를 가진다. 아직 본 계약에는 이르지 않 았지만, 시놉 제2원전과 관련해 부지평가, 기술검토, 인허가 협력, 사업모델 설계 등 사실상 초기 사업 준비 단계부터 한국이 공식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는 원전 수주에 서 가장 중요한 '초기 시장 진입권'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특히 튀르키예는 EU, 러시아, 중국 등 주요 경쟁국이 모두 관심을 갖는 지정학적 요충지이기에 한국 원전이 들어간다는 것은 단 순한 수출 이상의 전략적 파급력을 갖는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가 실제 계약과 건설, 나아가 운영·정비 시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수 과제가 존재한다.
첫째, 국내 정책과도 정합성을 맞춰야 한다. 해외에서 한국 원전의 장점을 강조하면서 국내에 서는 신규 건설이나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에 소극적이라면 상대국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국 내 원전 정책의 일관성과 기술개발의 지속성은 곧 해외 수주의 신뢰도와 직결된다.
즉 원자력계를 위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신규 원전 건설 및 계속 운전 인허가 조치를 앞 당겨 국내 인프라를 탄탄하게 다져야 한다. 지금처럼 원전 건설에 15년 걸린다는 핑계를 대며 미적거리거나 원전이 위험하니 공론화해야 한다는 태도는 결국 원전 산업 종사자의 기를 꺽고 기껏 회복시키고 있는 인프라를 유지하려는 의지마저 사라지게 한다.
둘째, 늘 이야기되는 내용이지만 정부 차원의 상설 원전 수출 이행 TF가 필요하다. 더구나 원 전 수출은 산업부에, 원전 운영은 기후부에 나뉘어 있는 상황은 수출에 독이 된다. 대통령실– 산업부–기후부-외교부–원안위–수출입은행–한수원·한전이 참여해 UAE와 튀르키예의 각 MOU 별로 로드맵을 만들고 분기별로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체계가 요구된다.
셋째, 금융 패키지의 선제적 준비가 필요하다. 현대 원전 수주는 기술보다 금융이 승패를 좌 우한다. 한국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중심이 되어 장기 저리 융자, 보증, 지분투자 조합 등을 미리 설계해야 한다. 특히 튀르키예는 고금리·환율 변동성이 큰 만큼 금융 구조를 안정 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성공의 핵심이 된다.
넷째, 규제·인허가를 개혁하고 국제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문재인 정권에 의해 만들어진 탈 원전 인허가 체제를 뿌리 뽑고 위험도 및 성능 기반 규제를 적극 도입하여 규제를 선진화해야 한다. 사업 리드타임을 줄이기 위해 한국 원전의 인허가 경험과 안전성 평가 자료를 현지 규 제기관과 공유하고, 교육 및 심사 기준 협력을 체계화해야 한다.
이번 원전 MOU는 한국 원전 산업이 다시 세계 무대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중요한 기반이 다. 이제 필요한 것은 탈원전의 망령을 버리는 정치적 의지와 주도면밀한 전략적 집행력이다. 한국이 세계 원전 시장에서 수주국을 넘어 표준 선도국이 되기 위해서는 이번 MOU들을 구체 적 행동과 실질적 성과로 연결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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