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 23일 회의에서 고리 2호기 계속운전 허가를 또다시 보류했다. 9월 25일 회의에 이어 두 번째 보류이고, 그새 원자력 전문가 2명의 원안위원은 임기를 마쳤다. 2023년 4월 설계수명이 만료된 고리 2호기의 계속운전 신청은 탈원전정책 기간의 막바지이던 2022년 4월에야 이뤄졌고, 허가 심사에 3년6개월을 끌고 있다.
언론에 보도된 허가보류 사유는 관련 시행령에 명시된 ‘운영허가 이후 변화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의 문구 해석 문제로 보인다. 원안위 홈페이지에 공개된 지난 9월 25일 자 회의록을 보면, 이 문제가 이미 제기됐음을 알 수 있다. 즉, 한국수력원자력의 평가서와 같이 현재 환경조건에서의 방사선환경영향평가로 충분한지, 아니면 원안위원의 지적과 같이 이를 최초 운영허가 당시의 방사선환경영향평가와 비교해 무엇이 변했는지를 보여야 하는지의 문제다.
방사선 안전평가 측면에서는 현재 환경 조건에 맞춰 방사선환경영향평가를 수행하고, 이것이 안전기준을 충족하는지 확인하면 될 일이다.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한수원이 제출한 변화한 환경 조건에서의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를 심사하고, 방사선량 기준을 만족한다고 평가했다. 물론, 한수원이 원안위원의 엄격한 규정 해석에 따라 ‘방사선환경영향평가의 변화’ 자료를 준비하고 제출했어야 한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그러나 문제는, 고리 2호기의 최초 운영허가 당시인 1983년은 방사선환경영향평가가 시행되기 전이어서 해당 평가자료가 없다는 점이다.
원자력의 이용과 개발은 안전이 전제될 때만 가능하다. 정부의 원자력 안전규제는 원자력 이용에 따른 방사선 재해로부터 국민과 국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버팀목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계는 원자력 안전규제를 주관하는 원안위에 큰 트라우마가 있다. 한빛 4호기는 탈원전정책 기간이던 2017년 6월에 격납건물 콘크리트 공극이 발견된 이래, 수차례의 격납건물 구조 건전성 평가에서 모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는데도 공극 보수 허가가 나지 않아 무작정 세워놨다가 5년6개월이 지나서야 재가동에 들어갔다. 탈원전정책에 편승한 산업통상자원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소극 행정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그 기간 한빛 4호기의 예상 발전량을 가스발전으로 충당하면서 발생한 손해액은 약 2조7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미국의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좋은 규제의 원칙’으로 독립성·개방성·명확성·신뢰성과 함께 효율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규제 효율성과 관련해 원자력 사업자는 규제 활동에 있어 가능한 최상의 관리와 행정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고, 규제기관은 규제 역량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수단을 마련해야 하며, 규제 결정은 부당한 지연 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물론, 규제 효율성은 안전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추구돼야 한다. 참고로, NRC는 운영허가 갱신 심사를 18개월 이내에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차세대 원자로 개발에 있어서도 규제기관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원자력 안전규제 체제 마련은 필수다. 원안위 내의 규제 효율화 및 선진화 논의가 가시적인 효과로 나타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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