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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매체 : 아시아타임즈 게제일 : 2024-12-24 저자 : 박상덕 수석

사면초가에 빠진 독일의 탈원전
원자력이 가장 효과적인 무탄소 에너지라는 사실은 UN 산하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의 과학적 조사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일반적으로 청정에너지로 인식되는 태양광보다 원자력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약 4분의 1에 불과하다. 또한 태양광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려면 추가적인 보조 수단이 필요해, 사실상 완전한 청정에너지라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유럽 최초로 탈원전을 선언했던 이탈리아는 친원전 정책으로 돌아섰고, 원전 건설을 중단했던 스위스, 벨기에, 스웨덴 등도 원전 추가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2023년 11월에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9)에서는 31개국이 2050년까지 전 세계 원자력 발전량을 세배로 늘리겠다는 목표에 서명했다. 이로써 원전을 도입할 능력이 있는 모든 국가들이 재생에너지만으로는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이 어려운 현실을 인정한 셈이다.


그럼에도 독일은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과 반대로 탈원전 정책을 고수해 왔다. 프랑스와 원자력 기술 경쟁에서 밀린 독일은 탈원전을 선언하고, 기계산업 강점과 북해의 풍력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풍력산업을 선택했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해 북해의 풍력 자원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간과했다. 또한 태양광도 도입했지만, 중국과 가격 경쟁에서 밀려 태양광 수입국으로 전락했다.


독일은 탈원전과 재생에너지의 과도한 보급으로 여러 가지 문제를 겪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전기요금 상승이다. 현재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전기요금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독일을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더불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로 온실가스 감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2023년 8월, 독일 정부의 기후정책 자문위원회의장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과도하다고 인정했으며, 독일 연방환경청은 독일이 2045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독일 내에서도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대 야당인 기민당의 대표는 원전 가동 중단을 "전력 공급을 인위적으로 줄인 중대한 정치적 실수"라고 지적했다. 기민당과 기독사회당은 탈원전이 정치적 결정이었다며, 원전 재가동을 검토하고 소형 모듈 원전과 핵융합 원자로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독일의 전력 문제는 자국의 정책적 선택으로 초래된 일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결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독일과 전력망이 연결된 주변국들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인접국인 폴란드는 독일에서 유입되는 풍력 전기로 인해 송전선로에 혼잡이 발생하고 전력공급이 불안정해졌다. 2015년 8월, 폴란드의 산업단지에서는 일시적인 순환 정전이 발생했으며, 그 이후 독일의 과도한 송전을 차단하기 위해 2016년 위상변환기를 설치하고 독일 전력 수입량을 제한했다.



최근 노르웨이는 노르웨이와 덴마크, 독일, 영국을 연결하는 해저 전력망 재검토를 선언했다. 독일을 포함한 주변 국가들이 노르웨이의 전기를 과도하게 수입하면서, 노르웨이 전기요금이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에 달했다. 또한 원자력발전을 재추진하고 있는 스웨덴은 독일과 스웨덴 남부의 전력망 연결 프로젝트를 보류했다. 독일이 값싼 전기를 과도하게 수입하면서, 스웨덴 내 전기 가격의 지역 간 격차가 심화되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독일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의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동남아 및 아프리카 국가들은 원자력 도입을 선언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호주까지도 원자력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사면초가에 빠진 독일은 원자력발전을 다시 도입하는 것 외에는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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