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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매체 : 자유일보 게제일 : 2024-08-12 저자 : 박상덕 수석

월성원전에 숨어있는 슈레딩거의 고양이
원래 ‘슈레딩거의 고양이’는 미시 세계에만 적용되는 양자역학 토론에서 나온 개념이다.

고전 역학에서는 현상을 지배하는 물리법칙과 현재 상태를 알고 있다면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알 수 있다고 본다. 즉 인과법칙을 따른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양자역학에서는 물리법칙인 슈레딩거 방정식에 대입해 미래의 상태를 구해보면, 하나의 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해가 존재한다. 즉, 미래에 어떻게 될지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런 모순을 드러내기 위해 슈레딩거가 도입한 사고실험이 ‘슈레딩거의 고양이’다. 이 실험은 원래 양자역학의 불완전한 면을 비판하기 위해 슈레딩거가 고안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양자역학을 묘사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고실험이 되어 버렸다.

고양이 한 마리와 청산가리가 든 유리병, 방사성물질 라듐, 방사능을 검출하는 가이거 계수기 및 망치가 상자에 들어 있다. 상자는 외부 세계로부터 차단되어 있고, 밖에서 내부를 볼 수도 없다. 라듐 핵이 붕괴하면 가이거 계수기가 탐지, 망치를 작동시켜 유리병을 깨게 돼 청산가리가 유출되고 청산가리를 마신 고양이는 죽게 된다. 라듐이 붕괴할 확률은 1시간 뒤 50퍼센트이다. 1시간 뒤 고양이는 죽었을까 살았을까?

지금까지의 결론은 상자를 열어보기 전까지는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관찰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기에 관찰이 결과에 개입한다고 보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데 미시 세계가 아닌 거시 세계 즉, 월성원전 중수로 4개 호기에서 슈레딩거의 고양이가 나타났다. 관찰자 입장에서 참으로 혼란스럽다. 1호기와 2, 3, 4호기의 양상은 다르지만 죽었는지 살았는지 또는 죽일 것인지 살릴 것인지를 알 수 없다는 차원에서 차이가 없다.

일단 2~4호기부터 파헤쳐 보자. 외부에서 보기에는 두 개의 모순된 문서가 발견된다. 즉 원전을 살리겠다는 계속운전계획과 원전을 죽이겠다는 폐쇄계획이 동시에 관측된다.

지난 4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2026~2029년 사이 운영허가가 만료되는 월성 2~4호기 운영을 계속하기 위해 방사선 영향·안전성 등을 평가한 보고서를 규제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계속운전을 위한 주기적안전성보고서는 원안위에 제출되어 서류적합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원안위의 계속운전인허가 정보시스템에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월성원전 2~4호기 폐쇄계획도 발견되고 있다. 물론 탈원전을 추진한 문 정권 아래에서 만들어진 문건이라고 생각되기는 하지만 이 계획을 폐기하지 않고 유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더구나 월성원전에 2000톤급 중수로 저장탱크를 설치하는 계획이 공개됐는데, 2000톤은 월성 1~4호기의 중수를 전부 담을 수 있는 양이다. 이렇게 큰 중수 저장설비를 만든다는 것은 월성원전 전체를 멈추고 중수를 빼낸다는 의미가 아닌지 의심된다.

월성1호기는 어떠한가? 공식적으로는 문 정권의 경제성 조작에 의해 블법적으로 폐쇄됐다. 그런데 친원전을 지향하는 윤석열 정권이 들어섰다면 과거에 행해진 불법적인 부분을 들여다보고 문제를 찾아내 바로잡아야 하지 않는가? 상처가 너무 깊어 수술로 살아나기 어렵다면 그 이유를 국민 앞에 정정당당하게 밝히고 핵심 주모자를 처벌해야 한다. 만약에 수술로 살아날 수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한수원은 내부적으로 살아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국민 앞에는 침묵하고 있다. 시간만 보내고 있다. 월성1호기 재판에서 피고인들을 유리하게 하려는 침묵인가?

거시 세계에서는 절대로 나타날 수 없는, 나타나서는 안되는 슈레딩거의 고양이가 월성 원자력에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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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jayupress.com/news/articleView.html?idxno=32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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