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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매체 : 아시아 게제일 : 2024-07-02 저자 : 박상덕 수석

한전 적자를 최소화하려면
한전의 재정 건전성 확보는 전기요금 인상 없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정부가 올해 7∼9월 전기요금을 또 동결했다. 공공요금과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으리라.



한전의 부채는 202조원, 누적 적자는 42조원이다. 1년 이자 비용만 4조4000억원으로 전망된다. 전기요금 인상 없이 한전의 재무구조를 개선할 방안은 없다. 국민 생활과 수출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다면 요금 인상을 최소화하는 것 외에 길이 없다.



시장적인 측면과 기술적인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보자. 시장적인 측면에서는 가격 입찰제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 초기에는 에너지 원별 경쟁부터 시작한다고 하는데 원별 경쟁도 빠르게 없애 자유로운 경쟁을 유도하면 도매가격이 낮아질 것이다.





이렇게 되는데 시간이 필요하기에 그전에 변동비 반영 시장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변동비 반영 시장에서는 연료비가 낮은 에너지원이 전력공급에 먼저 참여하게 되기에 총비용이 높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우선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게 된다. 그 결과 총비용 측면에서 더 저렴한 발전원을 밀어내어 전기요금은 올라가게 된다.



원래 변동비 반영시장은 발전 시장 경쟁 도입 이후 전력 판매 부문도 자유화한다는 전제하에 만들어진 제도다. 경쟁이 제한된 상태로 20년 이상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총비용 즉 정산비용이 낮은 순서로 전력공급에 참여하도록 개선할 때가 왔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전력망 신뢰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기후 대응, 4차산업혁명 등으로 전력수요 및 재생에너지의 증가는 불 보듯이 뻔해 전력망 추가 확충이 필수적이다. 당연히 한전 재정은 추가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현재 N-2 신뢰도를 유지하고 있다. 즉 2개의 구성 요소가 동시에 고장나도 정상적으로 전력을 공급해야 한다는 기준이다. 이 기준을 상황에 따라 N-1로 운영하는 가변 신뢰도로 변경한다면 전력망 확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미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상정사고 기준을 상황에 따라 N-1, N-2, 탈락이 없는 경우로 정밀화해서 관리하고 있다.



또 하나, 전력 품질에도 다양한 옵션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전력 품질은 송배전 손실률, 전압, 주파수, 정전 빈도 등으로 판단한다. 우리나라 손실률은 4% 이내로 영국 8%, 미국 5% 등 선진국 중에서도 가장 적다. 전압, 주파수 유지율도 세계적인 수준이고 호당 정전 시간은 9분 정도다. 외국을 여행해 보면 우리와 같은 수준의 품질이 유지되는 나라가 드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실 위와 같은 전력 품질은 고품위 전력을 필요로 하는 시설에서만 요구된다. 이런 수준의 품질을 전력망 전체로 유지하기 위해 한전이 투입하는 노력과 경비는 큰 부담이 된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품질 기준을 선별적으로 완화하는 것이다. 높은 기준이 필요한 시설에는 현행대로 고품질 전력을 공급하고 일반 설비에는 완화된 품질의 전력을 공급하면 비용이 내려갈 수 있다. 공급 측면에서도 전력 품질을 떨어뜨리는 간헐성 재생에너지의 경우 스스로 품질이 유지된 전력을 공급하게 하면 한전의 부담은 줄어든다.



부채가 200조원이 아니라면 혹은 다른 방법으로 부채를 해결할 수 있다면 현행 전력 품질 기준을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지금은 비상 상황이다. 한전이 무너지면 전력산업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한전의 적자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에서 비롯됐다. '탈원전으로 전기요금은 인상되지 않는다'는 헛된 말을 지키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하는 바람에 발생했다. 정부가 바뀐 직후에 전기요금을 대폭 인상했어야 했다. 탈원전의 문제점을 만천하에 드러내며 한전의 재정 건전성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였었다. 참으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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