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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매체 : 매일경제신문 게제일 : 2017-04-03 저자 : 박상덕 수석연구위원

‘부산행’과 ‘판도라’

영화 '부산행'은 1000만명 이상이 관람한 영화지만 영화에서처럼 좀비가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출현할까 봐 걱정하는 관객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영화 '판도라' 관람객은 어떨까? '판도라'에 대한 댓글을 살펴보면 모자의 사랑에 대한 눈물, 무능한 정부에 대한 분개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원자력발전소의 사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내용도 일부 있다. 두 영화가 모두 허구를 다루었는데 차이가 나는 것은 왜일까? 좀비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원자력발전소의 다중적 안전성과 견고성에 대해서는 일반인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그동안 원전의 안전성에 대하여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을 원전 관계자들이 해왔지만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원전 비리 등으로 국민에게 신뢰를 쌓지 못했던 것도 원전의 안전성을 신뢰하지 못하게 하는 데 일조했을 것이다.

물론 영화에서 배울 점도 있다. 경직된 조직 운영을 피하고 유연성을 불어넣어야 하며 전문가가 자기 자리에서 소신껏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어야 하고 국민 마음을 생각하는 원전 정책이 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절대 동감이다.
또한 원전을 관리하는 기술자들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안전의식을 뼛속까지 파고들게 하여 상명하복식 조직문화를 탈피하고 사람을 제일로 하는 안전문화를 정착시키는 것 등은 마음에 깊이 새겨야 한다.

그러나 사고 전개 과정에서 너무 비약적인 상상을 동원한 것이 전문가의 눈으로 볼 때 안타깝다. 규모 6.1에서 격납용기 내로 냉각수가 누출되는 것, 원자로를 냉각하는 다중방어장치를 고려하지 않은 것, 수소 폭발로 격납용기가 폭파되는 것, 사용후연료저장조 밑을 폭파하여 사고를 종결시키는 것 등은 과도한 상상력이다. 격납용기가 약한 일본 원전에서 쓰나미로 발생한 사고 시나리오를 우리나라 원전에 적용하다 보니 무리수가 나온 것이다. 게다가 방사선 피폭에 의해 인체에 나타나는 즉각적인 변화는 후쿠시마 사고에서도 없었던 일인데 추가로 과장해 놓았기에 개인적으로는 영화에 몰입하기 어려웠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관람객이라면 원전 사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이것이 댓글로 나타난 것으로 추측되지만 이 생각이 원자력발전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면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급을 더 어렵게 만드는 불행을 초래할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 당시 후쿠시마 원전보다 진앙에 가까웠던 오나가와 원전은 쓰나미의 피해가 없었기에 지역 주민들이 오나가와 원전 내 강당으로 대피하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원전은 지금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어느 공간보다 훨씬 더 안전하다. 실제로 경주 시민 한 분은 경주 지진 이후 원전 근처에 사는 것을 불안해했는데 일본 쓰나미 때 주민이 원전으로 대피했다는 설명을 듣고 마음을 놓았다는 이야기를 원전 관계자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이처럼 불안은 잘 알지 못하는 것 또는 잘못 알려진 것으로부터 온다. 영화 '판도라'는 원전의 안전성을 폄하하고 있어 원전 종사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전력산업은 주민 수용성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재생에너지까지도 반대를 겪는 지역이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의 미래를 위해서는 전력의 원활한 수급이 필수 불가결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전력산업 종사자들은 주민의 수용성을 위하여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후변화의 강력한 대처 수단이며 준국산에너지로 경제성을 확보한 원자력을 왜곡하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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