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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매체 : 조선일보 게제일 : 2021-08-03 저자 : 주한규 교수

태양광에 가린 최대전력 과소예측과 블랙아웃 위기
요즈음 전력예비율이 10%에 간당간당해 전력 불안이 논란이다. 전력거래소는 예비 전력이 경보 발령 수준인 5.5GW보다 꽤 높으니 안정권으로 본다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전력거래소가 실시간으로 집계하는 전국 발전기 출력 총합에는 태양광 발전 출력 중 일부만 나타나고 큰 폭의 누락이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7월 23일 자 보도 설명 자료에 따르면 실시간 집계에 누락된 태양광 설비 용량이 15GW이다. 태양광 발전 효율을 60%로만 잡아도 누락된 태양광 전력이 9GW 정도도 될 만큼 매우 크다. 안정적 예비 전력보다 훨씬 큰 규모의 태양광 전력이 날씨가 흐려지면 급격히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블랙아웃’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미래청 옥상 위에 태양광패널이 설치되어 있다. / 고운호 기자

1000kW 미만의 소규모 태양광 시설에는 실시간 발전 정보 송출 시스템이 없기에 이 시설들에서 발전한 전기는 배전망에 연결된 여러 전기 수용가에 의해 바로 소비된 것으로만 나타난다. 그렇게 되면 겉으로 보기에는 전기 소비, 즉 수요가 그만큼 준 것으로만 나타난다. 이를 수요 상쇄 태양광이라 부른다. 여름철 최대 전력 수요는 에어컨 수요가 제일 높은 오후 2시쯤에 발생하지만 수요 상쇄 태양광 전력은 햇빛이 센 이른 오후에 가장 크기 때문에 겉보기 전력 피크가 5시쯤으로 미뤄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 최대 전력은 2시쯤에 표시된 전력에 그때의 수요 상쇄 태양광 출력을 더한 만큼이다. 실제 최대 전력이 크게 과소평가되어 보이는 것이다. 이 실제 최대 전력의 예측과 대비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주에 대통령이 수요 상쇄 태양광 전력을 조사해 반영하라고 지시했을 만큼 중요하다.

작년 말에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9전기본)이 확정됐다. 여기에는 2034년까지 동·하계 최대 전력 예측치가 있다. 최대 전력은 최근의 실적치를 시작점으로 해서 추정된 증가 기울기를 적용함으로써 예측한다. ‘9전기본’의 최대 전력 예측에는 세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시작점을 정할 때 작년 최대 전력 발생 시점의 수요 상쇄 태양광 전력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작년의 최대 전력은 8월 26일에 89.1GW로 기록됐다. 여기에는 최소 약 6GW로 추정되는 수요 상쇄 태양광 전력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둘째, 작년에 코로나로 인한 경기 위축으로 예외적으로 감소된 전력 수요를 고려하지 않았다. 이 두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작년 실적치 89.1GW를 그대로 시작점으로 정했기에 올해 하계 최대 전력은 90.0GW로 설정됐다. 이 두 요인을 제대로 고려했다면 시발점은 95GW보다 꽤 높아졌어야 하고 올해 최대 전력은 최소 96GW로 설정되었어야 한다. 그랬다면 전력당국이 전력공급부족에 대한 위기의식을 갖고 더 잘 대비했을 것이다. 셋째, 증가 기울기마저 과소 예측해 2034년 하계 최대 전력을 101GW로 낮게 잡았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세계적인 탄소 중립 드라이브로 장차 전력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날 것은 명약관화한데도 이렇게나 최대 전력을 과소 예측한 것은 장기적인 전력 불안 문제를 잉태한다.

수요 상쇄 태양광의 문제점은 날씨가 쾌청할 때는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날씨가 흐린데 불쾌지수가 높은 후덥지근한 날에는 전력 수요는 크게 줄지 않는데 태양광 전력이 확 떨어질 수 있다. 블랙아웃 위기는 이럴 때 올 수 있다. 일상적으로 태양이 약한 겨울철 추운 오전은 더 큰 문제이다.

코로나 이후 경제 회복과 탄소 중립을 향한 전기화율 증가로 우리나라 최대 전력은 ‘9전기본’ 예측보다 훨씬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전력 당국은 부주의와 탈원전 의도로 된 최대 전력 과소 예측의 중대한 오류를 부끄럽게 여기고 이를 조속히 시정하여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전력 설비가 남으면 잉여 설비 유지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다소 증가하는 것뿐이지만, 모자랄 때 발생할 수 있는 블랙아웃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까지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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