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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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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외치면서...원전 때문에 전력수급 문제없다는 정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7.08 13:10

-산업부, 5일 ‘여름철 하계수급대책’에서 올여름 최대 전력수요, 역대 최고치인 8830만kW(킬로와트)로 예상

-산업부, "가동 원전 확대로 역대 여름철 최대 전력공급 여력을 확보해 안정적인 전력수급 가능할 것"

-최대부하 급증할 경우 기업들에 수요감축요청 계획…전문가들 "탈원전·산업용 심야 경부하 요금 인상 추진과 상반되는 대책" 지적

-"공공부문 절약 등 국민참여형 절전운동도 실효성 떨어져"

▲신고리 5·6호기 건설 현장의 모습. (사진=연합)


정부가 탈원전 정책 추진과 여름철 전력수급 대책에서 모순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 5일 ‘여름철 하계수급대책’에서 올여름 최대 전력수요가 역대 최고치인 8830만kW(킬로와트)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동시에 가동 원전 확대로 역대 여름철 최대 전력공급 여력을 확보해 안정적인 전력수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최대부하시 원전정지 현황은 2016년 겨울 7대, 2017년 여름 8대, 2017년 겨울 10대, 2018년 여름 6대다. 탈원전 정책을 추진 중인 2018년에 가동 원전수가 가장 많게 된 상황이다. 즉 원전가동 확대로 지난해보다 최대공급능력이 확대됐으며, 이는 원전 없이는 여름철 최대부하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반증이다. 가동원전 조기폐쇄, 신규원전 건설 백지화 등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현 상황과 상충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18년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 자료=산업부


이덕환 에너지정책 합리화는 추구하는 교수 협의회 공동대표는 "정부의 자가당착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8차 전력수급계획 상 전력수요예측은 이미 1월에 틀렸지만 정부는 여전히 탈원전으로 인해 전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그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들도 전력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인식이 부족한 가운데 전기소비는 갈수록 더 늘어날 것"이라며 "이번 여름이 고비라고 본다".

산업부는 또한 수요감축요청(DR), 석탄발전기 출력상향 운전, 전압하향 조정 등을 적극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수요감축요청(DR)의 경우 안정적인 기업활동 뒷받침을 위해 예비력이 일정수준(1000만kW) 이하로 낮아지는 상황에서 전력수요 급증(8830만kW 초과)이 예상되는 경우 실시하고, DR 요청시에도 하루 전에 예고해 실시할 계획이다.

이 교수는 "경부하 요금을 인상해 기업들이 피크타임인 낮 시간에 공장을 가동하게 해놓고 수시로 수요감축을 요청한다는 것은 경제를 죽이겠다는 소리"라며 "경부하 요금 할인은 피크타임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기업들이 수요가 적은 밤시간에 공장을 가동하도록 유도한 것인데 지금와서 특혜를 누렸다고 하는 것도 앞뒤가 안 맞는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은 대부분의 회사 시스템이 전산화 돼있어 전기가 모든 업무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며 "특히 우리나라의 강점인 제조업, 그 중에서도 반도체, IT 공장은 전력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그만큼 불량률이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한편 정부는 공공부문의 선도적 역할과 함께 국민참여형 절전운동을 통해 에너지절약 문화 확산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공공기관은 △노타이 등 복장 간소화 △실내온도(26℃~28℃) 준수 △조명 소등 △LED 조명 보급(80%이상) 등 에너지 절약에 솔선토록 했다. 산업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이 공동으로 공공기관 에너지절약 실태를 점검해 이행력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다만 이같은 대책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정범진 한국원자력학회 부회장은 "부하관리, 수요관리 위주의 정책을 펴겠다는 목표는 항상 있었지만 매번 실패했다"며 "현재 정부가 내놓은 자동차 10부제나 냉난방 온도 규제는 실효성없는 정책이지만 올해도 작년과 달라진 점 없이 다시 대책이라고 내놓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차량 10부제도 서울이나 수도권은 대중교통 등 대체 교통수단이 많지만 지방은 자가용 승용차로만 갈 수 있는 곳들이 많다"며 "그런 곳에서 10부제는 차를 목적지에 가지고 온 다음 ‘담 밖에만 주차하는’ 비효율만 양산할 것이다. 어거지로 부하관리를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수요관리는 현명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절약이란 사치품 소비를 줄이는 것이지 필수품을 아끼는 게 아니다"라며 "5000원짜리 커피를 마시는 시대다. 이 커피와 폭염 속에서 가동하는 에어컨 중 무엇이 더 필수품인가? 국민 삶의 질을 올린다고 최저임금은 올리면서 전기세를 아끼기 위해 그들더러 더위와 추위를 참으며 일하게 해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는 게 과연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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