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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유모국가

입력
2017.06.2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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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유모국가(Nanny state)라는 별명을 얻을지 모르겠다. 유모국가는 국민 사생활과 자유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국가(정부)를 의미한다. 유모가 아이를 키울 때마냥 우유를 먹이고 콧물을 닦아 주려는 행태에 비유한 것으로, 1960년대에 한 영국 보수당 하원의원이 처음 사용했던 말이다. 이후 자전거헬멧 착용을 의무화한다거나,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금지하는 등 소소한 조치에도 빗대졌다. 대표적인 나라가 싱가포르다. 리콴유 전 총리는 그러나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우리가 유모국가라면 더욱 자부심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 문재인 정부의 각종 정책이 국리민복의 원칙에서 출발하는 것은 틀림없지만, 유모국가적 성향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통신비 인하, 최저임금 1만원 달성,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이다. 통신비 인하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가격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위험하다. 3년 내에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는 것은 정작 돕고자 하는 대상을 궁지로 몰 수도 있다. 정규직 전환은 실제로 얼마만큼 가능한지조차 불투명한 실정이다. 기대한 효과보다 역효과가 더 심각할 수 있다.

▦ 일자리 정책도 난관이 많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목을 매지만, 일부 정책에서는 일자리를 감소시킬 개연성이 높다. 예를 들어, 신고리 원전 5ㆍ6호기 건설이 중단되면 관련 건설업체 수백 개가 도산하고 일자리도 사라진다고 한다. 건설 이후 원전에 창출될 일자리도 기대할 수 없다. 일자리 창출과 환경보호라는 두 가지 목표가 상충하기 때문이다.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대규모 쇼핑센터의 진출을 제한하면 일자리가 늘어날 수 없는 것도 그렇다. 이처럼 경제는 이해 관계자가 얽혀 있어 쾌도난마 식으로 해결하기가 어렵다.

▦ 문 정부의 경제모델은 영미식보다는 유럽식에 가까운 듯하다. 삼성경제연구소의 <2020 유럽의 미래>에 따르면 영미식 경제모델이 시장경제원리에 비교적 충실하지만, 유럽식 경제모델은 사회복지제도의 근간을 유지하면서 정부 주도에 의한 시장경제체제를 운영한다는 특징이 있다. 사회적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시장실패를 보완하고 사회적 효용을 증진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을 중시하는 경제모델이다. 유럽식은 빈곤타파와 소득 불평등 해소에 기여한 바가 많지만, 성장 침체기에는 경제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조재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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