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경주지진 2배 강도 흔들림, 원전 설비에 가해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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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4.15. 오전 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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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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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구조내진실증시험센터/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 네모난 판 모양의 진동대 위, 중력가속도 0.2g의 흔들림 속에서 사물함 형태 설비 두 대가 다른 모습으로 흔들린다. 면진장치를 갖춘 왼쪽 설비는 진동대와 분리돼 설비 전체가 안정적으로 좌우로 움직인다. 통째로 움직이기 때문에 설비 내부 안 부품들도 흐트러짐이 없다. 면진장치가 없는 다른 설비는 상단부로 향할수록 고꾸라질 듯 위태롭게 흔들린다.

지난 12일 찾은 대전 소재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구조내진실증시험센터에선 실제 지진 상황을 구현한 진동대에 0.2g 규모의 지반가속도(지진으로 땅이 흔들리는 정도)를 가하는 설비 안정성 시험이 진행됐다.

강한 지진이 나면 가장 먼저 걱정을 하는 대상 중 하나가 원자력발전소다. '원전 안전'을 책임지는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경주지진 발생 관련 지진종합대책의 일환으로 기기·구조물의 구조·내진성능 검증을 위해 실증시험이 가능한 센터를 만들었다. 지난 1월 준공된 센터는 국내 최고 수준의 내진시험용 진동대 2기와 구조시험을 위한 정동적 유압가력시스템 등을 갖췄다.

이날 시험에서 지진상황으로 가정한 0.2g 지반가속도는 우리나라에서 100년 내 가장 강했던 지진인 경주지진이 인근 월성 원전에 미친 영향보다 훨씬 센 수준이다. 경주지진 당시 월성 원전의 지반가속도 계측값은 0.1g 수준이었다. 통상적으로 원전은 0.2~0.3g 수준의 내진설계값을 갖고 있다.

지반에 고정된 건축물은 지진의 진동과 함께 흔들리지만 원전은 면진설비를 갖춘 설비처럼 하단부를 지반에 고정하지 않고 짓는다. 단단한 암반을 굴착해 조밀하게 철근을 설치하고 콘크리트를 타설한다. 블록을 끼우듯 암반에 발전소를 꽉 끼우는 것과 비슷하다. 지진이 와도 끄떡없다고 자신하는 이유다.

구조내진실증시험센터를 갖춤으로써 지진에 대한 대응력과 안전성이 더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원전의 안전성은 원전의 이용률과도 직결된다. 한수원은 중소기업, 국내외 대학, 연구소 등과 함께 구조내진실증시험센터 인프라를 공유해 원전 연구개발(R&D) 생태계 강화에 일조한다는 계획이다.

박동희 한수원 구조내진그룹장은 "실제 지진이 나면 지진파를 모사해서 테스트할 수 있게끔 센터를 만들었다"며 "문제가 발생 시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고 자체 해결로 예산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통합예측진단(AIMD)센터/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이어 방문한 중앙연구원 통합예측진단(AIMD)센터에선 대형 화면을 통해 각종 원전 설비의 현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한수원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자동예측진단 모델'을 통해 26개 가동원전, 1만2000여 대의 주요 설비들을 24시간 모니터링하며 이상징후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로 하루 평균 100여대 이상 설비상태를 자동 진단한다. 지난해에만 주요설비 고장 14건을 예방했다.

지난 10여 년간 누적된 진동, 열화상 등 데이터에서 특징들을 추출, 머신러닝기술을 활용해 설비 상태를 정밀하게 분류함으로써 정확한 진단결과를 도출한다. 이전 열화상과 현재 열화상 상태를 비교해 이상 징후를 미리 포착하는 식이다. 동종 설비 비교진단을 통해 빈도 높은 결함, 고장 부품 등 유사 고장의 근본 원인도 찾아낼 수 있다.

아울러 한수원은 가상공간에 현실의 쌍둥이 모델을 만들고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현실에 적용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개발 중이다. 가상공간에서 원전의 모든 계통과 설비를 구현해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주요 상태를 확인하는 원격 진단이 가능해진다. 2025년 2월 개발이 목표다.

한수원 디지털플랜트기술그룹 관계자는 "사람이 진단하면 객관화되지 않은 노하우·경험 등에 의존해 오류가 발생할 수 있고 미세한 이상징후를 놓칠 수 있지만 인공지능 설비는 정확한 진단과 예방이 가능하다"며 "사람이 진단할 경우 인력 1만명 이상 필요한 대량 설비를 한 번에 진단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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