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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그래서 전기요금은 얼마인가요

산업통상자원부는 조만간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할 것이다. 이는 2년마다 수립되는 계획으로 이른바, 앞으로 전력수요를 감당하기 위하여 어떤 발전설비가 언제, 어디에 건설되어야 하는지를 미리 계획한 것이다. 이 계획이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전력은 다른 에너지와 달리, 필요하다고 해서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거나 꿔올 수가 없다. 필요에 맞춰서 미리 발전소를 건설해 놓지 않으면 공급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 수요를 미리 예측해서 발전소를 건설해 놓아야만 한다.

이때 발전설비를 과도하게 건설하면 정전의 위험이 줄어들지만 설비과다로 인하여 불필요하게 전기요금이 올라간다. 반대로 발전소가 부족하면 발전설비의 가동률이 높아지고 효율이 높아지겠지만 필요할 때 전력을 공급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전력수요는 일정하지가 않다. 하루에도 근무를 시작하는 오전 9시부터 전력수요가 늘어나고 퇴근 후에는 전력수요가 줄어든다. 덥거나 춥거나 흐리거나 하는 기상의 상황도 전력수요에 많은 영향을 준다. 그래서 그때그때 전력수요에 대하여 가용한 발전설비 가운데 가장 값싼 발전설비부터 가동해서 전력을 공급하게 된다.

따라서 발전단가가 비싼 발전소를 많이 건설하느냐, 값싼 발전소를 많이 건설하느냐에 따라 전력요금은 달라진다. 값싼 발전소를 많이 건설하면 전력요금이 낮아지지만 발전소별로 운전특성이 다르다. 긴급한 전력수요의 증가와 감소에 빨리 대응할 수 있는 설비도 있고 느리게 대응할 수 있는 설비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재생에너지와 같이 전혀 대응하지 않고 기상상황에 따라 제멋대로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설비도 있다.

전력생산 가격, 운전특성, 송전망의 건설, 안정화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여 내놔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쉽지 않다.

그런데 전력을 소비하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딱 2가지만 관심이 있다. 첫째, 정전이 발생하지 않고 전기가 공급될 것인지 그리고 둘째, 그래서 전기요금은 얼마인지이다.

전력수요는 어떤 모델로 예측을 했고 어떤 요소를 고려하여 가감을 했으며 예비율은 연도별로 어떻게 확보해서 전력공급을 안정화할 것이고 어느 발전원을 얼마나 건설할 것인지 등의 구체적인 얘기는 관심도 없고 들어도 모를 수도 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알 필요도 없다.

그런데 산업부는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서 발전소를 건설하게 되면 전기요금이 얼마가 될지를 국민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어려운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전력수요가 나날이 달라지는데 어떤 발전원이 얼마나 투입될지 계산하기 어렵다. 발전원별로 고장이나 정비로 인하여 가동되지 않는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석유가격도 변화하고 국제정세도 달라진다. 지구촌 어느 부분에 전쟁이 나면 에너지 가격이 달라진다. 미국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느냐에 따라서도 에너지 가격이 달라진다. 따라서 발전설비가 정해졌다고 하더라도 전력요금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이것을 정부가 발표하면 나중에 왜 다르냐고 따질 사람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이런 모든 불확실성을 고려해서 발전설비 건설계획을 수립한 것이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더라도 전력요금을 추산할 수는 있다. 국민이 성숙하고 국회가 공부를 해서 불가피한 영역을 따져 묻지 않게만 된다면 산업부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에게 중요한 것은 가격이다. 가격을 보면 정부가 불필요하게 값비싼 전원에 불필요한 투자를 하는지 알 수 있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카르텔에 따라서 특정 전원에 몰아주기를 하는지 알 수 있다.

학생들이 학원을 몇 군데 다니는지, 수면시간을 얼마나 줄이고 공부시간을 얼마나 늘렸는지, 연습장을 일주일에 몇 권씩 소비하는지, 코피가 몇 번 났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공부를 했는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변명거리를 늘어놓기보다는 성적표 하나만 보여주면 된다. 그게 전력요금이다.

국민이 정부가 비싼 전원에 투자하는지 싼 전원에 투자하는지는 알아야 한다. 또 전력정책심의위원회라는 최종결정기구에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기업의 대표가 참여하여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이번 계획에 원전이 몇 기가 들어가는지 그런 것은 국민의 안중에 없다.

그래 이 전력수급기본계획대로라면 2년 후, 5년 후, 10년 후에는 전기요금이 얼마나 될 것인지를 제시해 보라.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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