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AI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날로 늘어나면서 전력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의 DGX A100이나 DGX H100과 같은 AI 서버가 사용하는 전력은 6∼10㎾ 정도인데, 60% 정도의 이용률을 고려하면 사용 전력량은 연간 2만㎞를 주행하는 10대 정도의 전기차가 1년간 사용하는 양과 비슷하다. 즉, 8개의 칩을 사용하는 서버 1대는 전기차 10대와 맞먹는 전력을 사용한다. 사용되는 칩 하나가 전기차 1대 이상의 전력을 소모하는 셈이다. 2027년 예상되는 엔비디아 서버 판매량이 연간 150만 대이므로, 전기차 1500만 대가 사용할 전력량이 AI 서버에 추가로 사용될 것이다. 특정 제품의 판매로 추정한 것이므로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전력 수요가 생길 것이다.

이처럼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고 공급하려면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해야 한다. 특히, 밤낮없이 날씨와 무관하게 전력을 계속 공급해줄 무탄소 전원이 대량으로 필요하다. 밤이라고, 바람이 불지 않는다고 AI 서비스를 잠깐 쉬었다 쓸 수는 없다. 오히려 날씨가 좋지 않은 시간에 AI 서비스 이용이 늘어나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스트리밍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밤이나 날씨가 좋지 않은 시간에 이용은 더 늘어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재생에너지, 특히 간헐성 재생에너지는 무탄소 전력 공급에 어느 정도 도움은 되지만 24시간 주력으로 사용하기엔 부적합하다.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과 같이 RE100(재생에너지 100%)을 달성한 기업들도 앞으로 늘어날 전력 수요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현재 직접 생산하거나 전력망으로 수송 받아 쓰는 재생에너지와, 사용하진 않았지만 재생에너지 보조금을 지불하고 장부상 사용한 것으로 인정받은 재생에너지를 모두 합쳐 RE100을 겨우 달성했다. AI 수요가 폭증한다면 재생에너지를 실제로 사용하는 것은 양도 많고 시기도 맞지 않아 불가능하고 장부상 사용했다고 처리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반면 원자력은 24시간 날씨와 무관하게 사용할 수 있어서 AI 전력 공급에 적합하다. 1400MW의 APR1400 한 기로 앞서 얘기한 AI 서버 20만 대 이상을 운용할 수 있다. 실제 빅테크 기업들은 원자력 활용을 준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차세대 원자로를 활용한 전력 공급을 추진 중이며, 구글은 유엔과 함께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모두를 활용해 24시간 무탄소 전력을 공급하는 CFE 또는 CF100을 추진 중이다.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다보스포럼에서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기가 더 중요해졌다며 프랑스는 원전 6기를 신규 건설하고, 조만간 8기 추가 건설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1980∼1990년대 우리나라는 매년 새로운 원전이 추가되고 유가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전기요금이 해가 갈수록 낮아졌었다. 1982년 kWh당 70원이던 전기요금 단가는 1990년 53원까지 떨어졌다. 이 기간 반도체 세계 1위 일본과 경쟁을 시작했던 우리나라의 반도체는 내려가는 전기요금의 도움도 받아서 세계 1위로의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우리나라 원자력과 AI의 새로운 동반 성공 스토리가 쓰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