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월성 원전’ 공익 신고했다가, 4년째 고통의 굴레

입력
수정2024.01.29. 오전 9:55
기사원문
이세영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경제성 조작’ 제보 강창호 위원장, 부당 직위해제 이어 형사 재판도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을 최초 제보한 강창호(52) 한국수력원자력 새울원자력본부 새울1발전소 노조위원장은 ‘공익 신고자’로 인정받았지만, 직위 해제에 이어 형사 재판까지 받게 된 것으로 28일 전해졌다.

강씨는 작년 11월 사무실 무단 침입,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강씨가 지난 2020년 1월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과 관련해 산업부와 한수원 관계자 등 11명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고발하자, 한수원은 같은 해 2월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강씨에게 직위 해제 및 출근 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렇게 사무실 출입이 금지된 상태이던 2020년 12월 강씨가 한수원 사무실에 들어가 다른 직원 컴퓨터에서 ‘직위 해제자 동향서’ ‘일자별 근태 내역서’를 출력한 게 사무실 무단 침입에 해당한다며 검찰이 기소했다. 또 검찰은 강씨가 2022년 1월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 공소장을 한수원 노조원들에게 제공한 것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봤다. 회사가 경찰에 수사 의뢰하면서 검찰의 기소로 이어진 것이다.

강씨의 첫 재판은 다음 달 2일 열릴 예정이다. 그의 변호인은 “사무실 무단 침입 부분은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수원이 강씨에게 내린 직위 해제 및 출근 정지 처분에 대해 2022년 5월 서울행정법원이 취소 판결을 내렸다. “강씨의 공익 신고는 회사의 명예를 손상한 게 아니라 공익적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것이다. 이 판결은 작년 2월 서울고법에서 확정됐다. 변호인은 “법원의 판결은 ‘징계가 처음부터 무효’라는 뜻이기 때문에 강씨는 사무실 출입이 허용돼 있는 상태에서 합법적으로 들어간 것”이라고 했다.

또 강씨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부분도 범죄가 아니라고 변호인은 주장하고 있다. 강씨가 한수원의 징계를 취소하기 위한 소송을 하는 과정에서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 공소장을 정상적으로 입수했고 이 소송에 함께 참여한 한수원 노조와 공유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강씨는 본지 통화에서 “공익 신고를 한 뒤 회사의 보복성 인사 조치 등에 맞서면서 소송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퇴직금을 다 썼다”고 했다. 그는 또 “국가가 공익 신고자로 인정해줘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절대 공익 제보를 하지 마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강씨는 다음 달 2일 첫 재판이 열리는 울산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호받지 못하는 공익 신고자의 현실과 대책’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한편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으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정재훈 전 한수원 사장 등이 직권남용,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만 2년 7개월째 받고 있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