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尹 때문에 애플에 반도체 수출 못한다?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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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1.24. 오전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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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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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구글, BMW 등이 원자력발전에서 나온 전기를 쓰는 반도체는 쓰지 않는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한 토론회에 참석해 "탈원전을 하면 반도체뿐만 아니라 첨단 산업을 포기해야 한다"고 한 발언에 대해 "세계적으로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며 주장한 논리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RE100에 따라 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전력이 재생에너지로 만들어져야 애플, 구글, BMW 등 주요 수요자에게 반도체를 팔 수 있다"며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원전으로 반도체 공장을 돌리겠다는 것은 우리 반도체 산업의 앞길을 막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귀를 의심하게 하는 이야기"라고도 했다.

그런데 홍 원내대표의 말대로 원전 전기로 만든 반도체는 애플에 납품할 수 없다는 말이 사실일까? 국내 주요 반도체 업체 관계자에게 물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처음 듣는 얘기"란다. 오히려 정 반대의 사실을 확인했다. 애플이 공개한 '환경발전 보고서 2023' 주석을 보면, 애플이 규정하는 청정 전기의 범위에는 태양광이나 수력 등 신재생에너지 뿐 아니라 '원자력'과 '수소발전'도 포함돼 있었다.

글로벌 주요 기업들은 정부 규제와는 별도로 지속가능한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해 완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탄소배출량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 등 부품 협력사들에게도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명시하도록 하고 있으며, 기준 이상의 탄소를 배출한 기업이 만든 제품은 공급망에서 배제시키기도 한다.

홍 원내대표가 인용한 'RE100'이 재생에너지 100%를 원칙으로 한다는 점은 사실이지만, 글로벌 기업들이 RE100의 원칙을 100% 수용하지는 않는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에서 단계적인 로드맵을 구축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탄소중립 정책의 무게중심은 원자력발전을 포함하는 무탄소 에너지 100%를 의미하는 'CF100'으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프랑스 등 글로벌 주요 국가들은 재생에너지만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인식 하에 원전 비중을 늘리는 에너지 계획을 마련하고 있으며, 작년 말 한국과 미국, 일본, 영국 등 22개국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기 위해 원자력 발전량을 2010년 대비 3배 더 늘리는 데 협력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동 선언문을 내놓기도 했다.

날씨와 계절 등 외부 환경이 바뀔때마다 전력 공급량이 오락가락하는 신재생에너지만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기업들도 신재생에너지 공급망 구축에 드는 비용 등을 감당하면서 중국과 개발도상국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는 것 역시 어렵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촘촘하게 연결된 마이크로그리드 전력 관리 체계를 구축하거나 또는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만들어 신재생에너지를 저장해놓을 수 있으면 가능할 수도 있겠으나, 이 역시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투입된다. 기업 뿐 아니라 정부도 탈원전에서 기조를 바꿔 원전 의존도를 높이는 정책을 펼치는 이유는 바로 이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다.

애플이 우리 정치권의 원전 공방에 관심을 가질 이유는 없지만, 만약 홍 원내대표의 발언을 혹시라도 번역해서 접하게 된다면 상당히 난처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청한 한 재계 관계자는 "여야 간 생산적인 논쟁이나 비판은 산업이나 정책 발전에 도움이 되겠지만, 정확한 사실을 바탕으로 비판해야 한다"며 "이번 논쟁에서 반도체 수출길을 막으려 한 발언의 출처는 안타깝지만 대통령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애플.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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