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완의 디알로고] “안전에는 탈원전·친원전 없다…SMR 규제안은 개발자와 함께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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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12.27. 오전 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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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안전 이끄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유국희 위원장
탈원전, 원전 확대 상관없이 규정대로 심사
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검증에도 참여
전문성 확보는 상임위원제가 바람직
차세대 원자력은 선제적 규제방향 제시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소월로 원자력위원회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정부 정책이 탈원전이든, 원전 확대든 상관없이 안전 기준에만 맞춰 심사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이태경 기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1632년 ‘두 우주 체계에 대한 대화’란 책에서 당시 주류 이론이던 천동설을 배격하고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지동설을 주장했습니다. 갈릴레이의 ‘디알로고(Dialogo, 대화)’처럼 심층 인터뷰를 통해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사람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지난달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의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윤석열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에 따라 2024년 한 해에만 최대 13건의 규제 심사가 몰려 졸속 심사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원전 확대를 밀어붙이는데 원안위가 들러리를 서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 정부 시절 국감은 정반대 모습이었다. 지금 여당이 된 당시 야당 의원들은 지난해 월성 원전의 삼중수소 누설에 대해 1차 조사 결과가 공식 발표되기 전에 언론을 통해 유출된 것을 두고 “탈원전을 위해 공포를 조장했다”고 원안위를 공격했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여부를 묻는 원안위의 공론화위원회도 탈원전을 밀어붙이려는 수단이라고 비판했다.

유국희(劉國熙·56) 원안위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해 12월 임명돼 두 정부를 오가며 정반대 비판을 들어야 했다. 그는 최근 서울 중구 원안위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원자력 안전 규제는 법령에 정해져 있는 절차와 요건에 따라 진행한다”며 “산업부나 원전 사업자는 언제까지 원전 건설을 하겠다는 목표가 있겠지만 우리는 우리 절차와 규정에 따라 심사할 뿐이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말했다.

어떤 정부든 원안위 입장은 같다는 말이다. 유 위원장은 “원안위가 정치에 휘둘리지 않도록 상임위원제로 바꾸자는 논의도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지금으로선 어떻게 하면 한정된 인력과 시간에 철저한 심사를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韓日 양국에서 문제가 된 삼중수소

-지난해 월성 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를 기준치 넘게 유출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와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규제기관이나 원자력 전문가, 원전 운영사 모두 위험한 수준이 아니라고 했는데 결론은 언제 날까.

지난해 9월과 올 5월 민간조사단이 중간 조사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지역대표와 시민단체까지 참여하는 현안소통협의회도 따로 구성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최종 결과는 내년 3월쯤 나올 것으로 본다.

-삼중수소가 나왔지만 안전하다는 말인가.

우리는 배출 관리 기준에 맞는지 보는 것이다. 중간 조사 결과는 월성원전 부지 내에서 삼중수소가 일부 누설된 것을 확인했지만 외부로 유의미한 유출은 없다는 것이다.

-확실한 답은 아닌 것 같다.

밖으로 나가지 않고 원전 부지 내라고 해도 계획하지 않은 누설과 방출은 적합하지 않다. 원안위는 누설이 되면 얼마나 됐는지 확인하고 사업자가 누설을 막는 안전조치를 하도록 한다. 이후 문제가 없는지 계속 감시한다. 이런 안전 조치를 해왔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는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능 오염수를 내년부터 약 30년에 걸쳐 해양 방류하겠다는 방침을 공식 결정했다. 이 오염수에도 삼중수소가 제거되지 않고 그대로 나온다고 한다.

삼중수소는 국내 가동 원전에서도 나온다. 하지만 일본은 사고로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일본이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안전하게 배출할 수 있는지 보겠다는 방침이다. IAEA가 후쿠시마 근해에서 시료를 채취해 분석하고 있다.

-일본이 자국 기준대로 한다지만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나. 그러면 우리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봐야 하지 않나.

외교 채널을 통해 일본 규제기관에 4차례 문의해 3번 답을 받았다. 또 IAEA의 해양 모니터링에도 참여하고 있다. IAEA는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바닷물 시료 분석을 여러 곳에 맡긴다. 그중 하나가 원안위 산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면 우리나라에도 영향이 미친다는 주장도 있다.

방류가 미치는 영향은 해양수산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시뮬레이션 연구를 하고 있다. 원안위는 일본이 계획대로 하는지 확인하고 해양 감시도 강화할 방침이다. 방사능 측정 장소를 현재 34개에서 내년 40개소로 늘릴 계획이다. 지금은 수치가 평소와 차이가 없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보관되어 있는 방사능 오염수. 일본 정부는 내년부터 30년에 걸쳐 오염수를 바다로 방출할 계획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후쿠시마 근처 해양 시료를 채취해 일본 정부의 계획대로 되는지 검증하고 있는데 국내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AP연합

정치에 휘둘리는 비상임위원제

-국내 원전에 일본 오염수 방류까지 감시하려면 인력이 부족하지 않나.

지난해 기준 원자력 규제기관 인력이 한국은 산하 기관 빼고 160명인데, 미국은 2868명, 일본은 1089명이다. 그렇지만 인력을 늘리기는 쉽지 않다. 관계 부처와 계속 협의해야 하지만 먼저 교육을 강화해 적은 인력으로 효율적인 규제를 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현장 교육을 더 늘리고 정책 기획 기능을 강화했다.

-원안위가 비상임위원 중심이어서 효율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다. 1주일에 한 번 모여 생소한 기술적 내용을 검토하니 신속하고 철저한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원안위를 상임위원 5인 체제로 개편하고 대통령 소속 장관급 기관으로 격상하자는 논의가 있다고 들었다. 미국, 프랑스가 그렇게 하고 있다. 효율성 측면에서는 상임위원제 방향으로 가는 게 맞는다고 본다. 그래야 상시로 검토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법을 바꿔야 하는 내용이라 내 소관 밖이다.

(원안위원은 위원장과 사무처장이 상임이고 나머지 7명은 비상임인데, 4명은 여야가 2명씩 추천한다. 위원장이 사무처장과 비상임위원 3명 추천권을 갖고 있어, 위원장을 앉힌 정권 입맛대로 운용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를 전문성을 갖춘 상임위원제로 바꿔 정치적 입김에 좌우되지 않도록 하자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수소제거기가 원안위 회의에서 계속 결론을 내지 못하는 것도 비상임제의 한계 아닌가.

피동촉매형수소제거기(PAR)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수소폭발로 원자로 격납건물이 파괴된 것을 보고 국내에 추가한 것이다. 그런데 불꽃이 튀니 문제라고 하는데 그 자체로 안전하지 않다고 보는 건 무리다. 이미 화염과 연소를 가정하고 이게 건물에 영향을 주는지 평가하기 때문에 불꽃이 튀었다고 위험하다는 것은 과학적인 분석이 아니다.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위치한 고리 원자력발전소 2호기(오른쪽에서 두 번째). 2023년 4월 설계수명 40년 끝난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의 수명 연장 신청을 받아 심의 중이다./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차세대 원자력 기술 맞춰 새 규제도 준비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지난 정부 시절 고리2호기의 수명 연장을 위한 서류제출을 미뤄 내년 4월 설계수명이 끝나면 1년 이상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고리2호기는 4월 주기적안전성평가보고서를 제출해 6개월간 서류적합성 검토를 마무리하고 원안위에 보고했고, 3·4호기도 서류적합성 검토 중이다. 이후 한빛 1·2호기도 계속 안전성평가 보고서가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이나 산업부의 목표가 있겠지만 내 답은 원안위는 우리대로 절차와 규정에 맞춰 심사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규제기관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산업부는 신한울 3·4호기 착공시기를 인수위 발표보다 앞당겨 2024년으로 밝혔다. 국감에서 이를 두고 원안위의 졸속 심사를 우려하는 지적도 나왔다.

2024년 조기 건설 재개는 산업부가 원전 산업 생태계 복원을 위해 정한 목표 시점으로 이해한다. 인허가 시점은 원안위가 독립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다. 신한울 3·4호기는 한수원의 사업 보류로 5년간 심사가 중단된 점을 고려해 그사이 변경된 기준과 지진, 기상, 인구 자료의 변화도 반영해 철저히 심사하겠다.

-그렇지만 규정 대로 하면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너무 느리다는 지적도 있지 않나.

우리도 시행령을 개정해 신속 심사를 추진하려고 한다. 심사를 꼼꼼하게 해야 하지만 불필요하게 지연할 필요는 없다. 빨리 의사결정을 해주도록 필요할 때 인력을 더 투입할 수도 있다. 꼼꼼하면서도 빠르게 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소형모듈원전(SMR)과 같은 차세대 원자력을 12대 국가전략기술 중 하나로 선정해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지금은 SMR에 대한 안전 규제 기준이 없지 않나.

SMR과 관련해 규제 접근 방식을 완전히 바꾸겠다. 기존 원전은 인허가 서류가 와야 검토를 한다. 사후 검토 규제 방식이다. SMR처럼 새로 개발되는 기술은 우리가 선제적으로 규제 방향을 제시하려고 한다. 그래야 처음부터 규제에 맞게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다. SMR 규제안을 위해 다양한 원자로 방식을 두고 공부하고 있다. 또 규제 준비단이란 이름으로 개발자와 규제자 간의 소통 채널도 만들겠다.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소형모듈원전(SMR) 같은 차세대 원자력 기술은 개발 전에 선제적으로 안전 규제 방향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개발자와 소통 채널도 만들겠다고 했다./이태경 기자

라돈 측정기 대여해 민간 참여 유도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들어간 침대를 회수해 원안위가 원전뿐 아니라 일상생활의 위험도 관리한다는 점이 부각됐다. 이제 안전한가.

라돈 침대는 전량 수거해 소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또 다른 라돈 침대가 나올 가능성은 있다. 이를 위해 감시망을 강화했다. 전국 고철 재활용 업체에 방사능 감시기를 다 설치했고, 소비자원과 협력해 천연 방사성 물질을 쓸 수 있는 제품을 매년 선발해 확인하고 있다.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이상한 방사성 물질이 나오기도 한다.

규제기관이 100% 다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일반인에게 라돈 측정기를 대여하고 있다. 의심나면 측정해보고 이상하면 우리에게 신고한다. 그러면 우리가 출동한다. 또 중고품 거래 사이트에도 안내문을 띄워 특정 제품이 천연 방사성 물질을 썼기 때문에 폐기하도록 유도한다.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원안위는 원자력의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의무를 가진 기관이다. 오직 그 목적만 위해 탄생한 기관이기 때문에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안전을 확인하고 평가하겠다. 이런 노력에 대해 국민적 신뢰를 받도록 노력하겠다.

유국희

충북 충주고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핵공학 석사, 세종대에서 기후변화정책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1년 5급 경력 채용으로 과학기술처에서 공직에 입문해 핵융합연구과장, 우주개발과장, 원자력안전과장을 지냈다. 2011년 원자력안전위원회로 자리를 옮겨 안전정책국장, 기획조정관을 지내다가 2017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이동해 연구성과정책관과 대변인, 국립중앙과학관장을 지냈다. 지난해 12월 문재인 정부에서 3년 임기인 제6대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대학, 대학원에서 원자력을 전공해 ‘원전 마피아’라는 비판도 있지만, 원자력 진흥을 위한 연구개발과 안전 규제를 두루 경험해 규제기관장으로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IAEA 핵사찰이나 각종 원전 사고에서 언론에 전문적인 내용을 쉽게 풀어주는 능력을 보였다는 평도 받았다.

유국희 원안위 위원장(왼쪽)이 지난 17일 제116차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원자력안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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