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등에 관한 특별법안(가칭) 공개
처분장 확보 일정 단축·부지내 저장시설 이전 의무 조항 ‘눈길’
부지선정, 정부 주도 아닌 지자체 공모 방식…주민투표 거쳐야

지난 23일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가 주관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방안 법제화' 토론회에서 윤종일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등에 관한 특별법안(가칭)'의 주요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23일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가 주관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방안 법제화' 토론회에서 윤종일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등에 관한 특별법안(가칭)'의 주요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35년 이내로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 부지를 선정하고, 2043년 중간저장시설 확보, 2050년 처분장 운영을 명시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등에 관한 특별법안(가칭)'이 공개됐다.

지난 23일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가 주관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방안 법제화' 토론회에서 윤종일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지난 수개월 동안 논의 끝에 원자력계의 중지를 모은 특별법 초안을 발표했다.

윤 교수는 "정치·사회적 환경 변화와 무관하게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을 확보할 수 있도록 부지선정 절차와 방식, 마일스톤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데 초점을 뒀다"며 "내년 부지선정 절차에 착수하고, 2043년과 2050년에 중간저장시설, 처분장을 각각 운영하도록 법안에 일정을 확실하게 못 박았다"고 말했다.

이는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 제시된 처분장 일정을 무려 10년 앞당긴 것이다. 앞서 정부는 부지선정 절차에 착수한 후 20년 이내에 중간저장시설을 확보하고, 37년 이내에 처분장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경우 처분장은 빨라야 2060년경에 확보할 수 있다.

윤 교수는 "기본계획을 수립할 당시엔 연구용 지하연구시설(URL)이 처분장 확보 로드맵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전체적인 일정이 뒤로 늦춰졌다"며 "많은 전문가 의견을 취합한 결과 연구용 URL을 활용하면 처분장 확보를 8~12년가량 단축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부지내 저장시설에 대한 정의 조항과 해당 시설에 임시 저장된 사용후핵연료의 이전 의무 조항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국내 원전은 2031년 한빛·고리원전을 시작으로 순차 포화를 앞두고 있다. 지역주민의 동의를 얻어야 부지내 저장시설을 확충할 수 있는데, 현행법에 이전 의무 조항이 없어 어려운 상황이다.

윤 교수가 공개한 법안에는 '부지내 저장시설에 저장된 사용후핵연료는 2043년부터 중간저장시설로 이전하며, 2050년부터는 중간저장시설에 저장된 사용후핵연료를 처분시설로 이전한다'고 규정돼 있다.

윤 교수는 "아쉽게도 앞서 김성환 의원이 발의한 법안엔 이전 의무 조항이 없다 보니 지역주민의 거센 반발을 샀다"며 "지역주민의 수용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이전 의무 조항을 법안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또한 "부지내 저장시설의 용량은 '계속운전을 포함한 운영기간 동안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양'으로 규정해 운영허가 만료원전의 계속운전을 적극 추진하려는 정부 방침을 법안에 녹여냈다"고 덧붙였다. 김성환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부지내 저장시설의 용량을 '설계수명 내 발생할 양'으로 제한해 이른바 독소조항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윤 교수는 또 "부지선정 역시 과거 많은 부작용을 낳은 정부 주도 방식이 아닌 지자체로부터 신청을 받는 방식을 채택했다"며 "지자체장이 지역주민 의견을 확인하고 지방의회로부터 동의를 득한 후 신청하도록 하되, 관리시설 예비부지로 선정되더라도 주민투표를 거치도록 근거 조항을 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개된 법안은 지난 7월 한국연구재단의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안에 관한 법제화' 정책용역과제로 진행됐다. 법안은 고준위 방폐물 관리정책의 주요 사항 법제화를 조속히 추진한다는 정부 국정과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이달 말 국회에 발의될 예정이다.

지난 23일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가 주관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방안 법제화' 토론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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