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리스크 커진 풍력, 필요성 커진 원전

입력
기사원문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가스 가격이 폭등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침공 전부터 유럽의 가스 가격은 폭등하고 있었고, 러시아의 침공은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것이다. 유럽과 전 세계 가스 가격이 오른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해 유럽에 바람이 덜 불어 풍력발전량이 줄었고, 결국 가스를 더 사용할 수밖에 없어 가격이 오른 것이다.

유럽 최대 풍력 생산국인 영국·독일·덴마크는 지난해 3분기 풍력이용률이 14%에 그쳤다. 이는 전년도 평균 20∼26%와 비교했을 때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특히, 유럽 최대의 풍력발전 용량을 가진 독일의 2021년 풍력 총생산량은 전년 대비 약 16% 줄었다. 그만큼 가스발전을 더 할 수밖에 없으므로 가스 가격이 대폭 오른 건 당연했다. 그래서 2021년 하반기 유럽의 가스 가격은 이미 계속 상승 중이었다. 게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불난 집에 부채질, 아니 기름을 부은 격이 된 것이다. 설령 당장 급한 불을 끄더라도 불씨인 재생에너지 변동성은 여전하므로 언제 다시 가격이 폭등할지 모른다.

이처럼 태양광·풍력과 같이 날씨에 따라 변동하는 간헐성을 가진 전력설비의 비중이 커지면 날씨가 가격을 크게 좌우한다. 따라서 재생에너지가 증가하면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태양광·풍력이 기상 여건에 따라 생산량이 변하면 이를 백업해줄 가스발전이나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지불할 비용도 오르게 된다. 즉, 소비자는 이전보다 더 비싼 요금을 내야만 전처럼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

풍력의 변동성 문제로 인한 에너지 수급과 가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찌감치 영국은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탈원전을 정착시키려던 독일에서도 원자력의 계속 이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원자력발전을 줄이는 바람에 전력 생산 비용이 급증하게 됐다. 탈원전 정책을 펴지 않고 원전이 계획대로 시장에 들어왔어도,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지만 않았어도 지난해 2조6700억 원의 LNG 대비 발전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그리고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테스트로 안전 성능을 확인한 후에도 보수와 운영을 지연시키는 등으로 인한 손해가 5년간 10조 원이 넘는다. 유럽은 바람이 덜 불어 전기 요금이 올라갔고, 프랑스·영국·핀란드·체코·폴란드 등은 신규 원전 건설을 적극 추진 중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원전 기여를 줄인 상황에서 가스 가격이 오르는 바람에 한전은 올해 30조∼40조 원의 적자를 보게 생겼다.

다행히 탈원전 정책은 공식 폐기됐지만,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는 본격화하지 못하고 있고, 원안위의 인허가가 차일피일 지연되고 있다. 게다가 현재 수립 중인 에너지기본계획과 전력수급계획에 신규 원전 건설이 가시화하지 않고 있다. 부지를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신규 원전을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기후변화로 지구상의 온도 차가 줄어들면서 바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그 변동은 이제 상수가 됐다. 재생에너지와 같이 이산화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친환경 원자력의 비중을 조속히 늘려 에너지 안보와 경제성을 확보해야 한다. 아니면 바람 그칠 걱정, 흐릴 걱정 하면서 전기 요금 올라가는 현실만 바라봐야 한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오피니언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