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RE 100, 그리고 CF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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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8.0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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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 한국전력공사 강릉지사 고객지원부 체험형인턴

올해 상반기에 한국 사회를 관통한 키워드는 ‘RE 100’이었다. RE 100은 재생에너지 100%의 약자이며 소비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자는 캠페인을 의미한다. 올해 2월 기준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등 전 세계 349개 기업이 RE 100에 참여 중이며 국내에서는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등 20여 개 기업이 가입한 상태다. 또한 한국에서는 2021년 1월에 국무회의를 통해 한국형 RE 100인 ‘K-Re 100’ 제도가 출범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RE 100은 비효율적이며 탄소배출 제로를 추구하는 CF(Carbon Free) 100 캠페인이 더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조홍종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3월 2일에 열린 제1차 전력정책포럼에서 “RE 100보다는 CF 100 또는 ZC(Zero Carbon Electricity) 100을 인정받는 것이 국내 현실에 더 부합한다”라는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게다가 6월엔 에너지 IT 플랫폼 기업 엔라이튼(Enlighten, 대표 이영호)이 국내 최초로 CF 100 파트너사로 등록을 완료하기도 했다.

◇ RE 100의 근본적인 한계

CF 100은 왜 RE 100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일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RE 100의 근본적인 한계를 명확하게 짚고 넘어야 한다. RE 100에서 말하는 재생에너지는 태양열,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석유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에너지원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RE 100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천연가스, 원자력발전 등도 모두 재생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

그런데 해외에서 RE 100에 참여 중인 기업은 애플을 비롯한 소프트웨어 기업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대부분 제조업 기업들이다. 한국의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2020년 기준 27.8%로 미국(11.6%), 영국(9.6%)보다 높은 편이다. 전체 에너지원별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도 2021년 11월 기준으로 6.7%에 불과하다. 반면에 서유럽 국가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2019년 기준으로 40%에 달한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이 RE 100에 참여하려면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Energy Storage System) 구축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재생에너지는 전력효율이 떨어지고 시간대마다 발전량이 달라지고 전력 수급 과정에서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용훈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2월 7일 열린 에너지교수협의회 14차 토론에서 “RE 100은 태양광 요트로 태평양을 건너는 것과 같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한국형 RE 100의 허와 실

또한 현재 한국에서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한국형 RE 100도 기존의 글로벌 RE 100의 한계점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형 RE 100은 이행과정에서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현재 산업부가 한국형 RE 100의 이행 수단으로 채택하고 있는 방법은 크게 6가지다. 첫째는 재생에너지 설비를 직접 설치하여 사용하는 ‘자가 발전’, 둘째는 에너지공단의 거래 플랫폼을 통한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Renewable Energy Certificates) 구매’, 셋째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일정 지분을 투자하고 발전사와 제3자 PPA 또는 REC 계약을 별도로 체결하는 ‘지분투자’, 넷째는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중개로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는 ‘제3자 PPA’, 다섯째는 발전사업자로부터 직접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는 ‘직접 PPA’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대부분 여섯째 방안인 ‘녹색프리미엄’을 선택하고 있다. 녹색 프리미엄은 한전이 재생발전사업자들로부터 비싼 가격에 재생에너지를 구매한 뒤 이를 기업들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그리고 프리미엄으로 조성된 재원은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재생에너지 재투자에 활용한다. 기업들이 기존 전기요금을 웃돈을 주고 사기만 하면 재생에너지 조달 실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늘리는 것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기에 녹색 프리미엄은 K-RE 100 수단 중 유일하게 온실가스 감축 인증이 불가능하다.

물론 기업들의 처지에서는 녹색 프리미엄을 채택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REC 구매의 경우에는 전력 가격과 재생에너지의 수요에 따른 가격 변동성이 높다. 또한 PPA의 경우 한전에 송전망 이용료를 지급해야하므로 기업으로서는 녹색 프리미엄보다 많은 가격을 지급해야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한전의 송전망 이용료를 무작정 낮출 수도 없는 상황이다. 낮은 전기요금으로 적자 상황에 놓여있는데 PPA에 대한 공급도 저렴하게 제공할 의무까지 부과하는 것은 한전에 불합리한 처우이기 때문이다.

◇ RE 100을 넘어선 CF 100을 대비하자

현재 기업들과 전문가들은 RE 100의 대안으로 CF 100을 주목하고 있다. CF 100은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자력과 CCUS(Carbon capture and storage,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탄소 배출을 줄인다는 목적은 RE 100과 같지만 재생에너지의 100% 활용보다는 탈탄소화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만을 요구하는 RE 100에 비해 탄소중립 이행에 훨씬 현실적인 수단인 셈이다.

심지어 RE 100에 가입한 구글조차도 2018년부터는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CF 100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지난 6월에 ‘CF & RE 100 써밋 클럽’이 창립총회를 가지며 CF 100 활성화를 위한 준비가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국가별로 산업구조와 재생에너지 보급 여건이 다르므로 RE 100은 더 이상 국내기업의 탄소중립 이행을 강제하는 ‘전가의 보도’가 될 수 없다.

물론 관건은 CF 100에 대한 산업계 전반의 공감대 형성이다. RE 100에 비해 CF 100은 아직 전반적인 참여도가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RE 100에 참여하라는 압력을 받는 상황에서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국가들과 연대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CF 100 구축을 위한 국제적인 여론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도 2019년 10월에 한 매체에 기고한 칼럼에서 “RE 100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외국으로부터 수입 규제를 받거나 탄소세를 부과받는 등의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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