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뉴스통신] 이송옥 기자

한국원자력연구원 송철화 공학박사/영년직연구원 (사진=내외뉴스통신)
한국원자력연구원 송철화 공학박사/영년직연구원 (사진=내외뉴스통신)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 정책은 180도 급선회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탈원전’을 기조로 원자력 발전을 서서히 줄여 나간다는 정책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책 방향은 정반대로 잡혔다. 기존 원자력 발전을 유지하고 오히려 더 늘려나가겠다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은 어느 한 시각에서만 바라볼 이슈가 아니다. 환경, 비용, 효용성, 국가경쟁력 등 다각적인 면에서 지속가능성을 검토해야 할 분야다. 한편 현 정부의 ‘원전 친화적’인 정책은 원자력 안전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이고 있다.
지난 37년간 오로지 원자력 안전 연구에만 종사해 온 이 분야의 국내 최고 전문가인 송철화 박사(만 63세)로부터 국가 과학기술혁신의 필요성 및 원자력 정책의 전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송 박사는 현재 한국원자력연구원 영년직연구원으로 재직중이며,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Q. 과학기술 측면에서 현 시대를 진단한다면?

현재 우리는 과학기술 패권경쟁 시대, 대변혁 요인들로 인해 초래되는 대전환(great transition)의 시대에 살고 있습
니다.
디지털전환으로 대표되는 제4차산업혁명 시대 진입, 기후변화 위기, 감염병 대유행, 무역전쟁, 기술패권전쟁 등 다수의 대변혁 요인들로 인한 글로벌 어젠더들이 대두되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중장기적 시각의 전략적 대응을 필요로 하는 매우 중요한 시점으로 생각합니다.
에너지 위기, 무역전쟁 등의 단기적인 이슈 뿐만 아니라 디지털 전환, 기후 변화, 에너지 안보, 기술패권 전쟁 등의 글로벌 어젠더에 국가 차원의 장기적·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과학기술에 의한 해결책 강구가 핵심입니다.
과학기술 주권의 확립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기술지배(Pax Technica) 시대에는 과학기술이 인류의 생존 및 지속성장 여부를 좌우하는 국가 경쟁력의 제1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 운영이 필요한 이 시점에서 국가 과학기술혁신(Science, Technology and Innovation: STI) 시스템의 재설계로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Q. 과학기술혁신(STI)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지?

과학기술이 인류의 생존과 지속적 발전을 지배하는 팍스 테크니카 시대를 맞이하여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경쟁국은 국정 최고책임자의 강력한 의지와 초당적 입법 활동을 통해 혁신 경쟁을 선도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떠한가요? 지난해 블룸버그 혁신지수 세계 1위 등으로 나타나는 몇가지 과학기술 혁신성의 최상위권 지표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측면의 부정적인 국제적 평가들은 우리 과학기술혁신 환경의 낙후성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정책 수립과정의 투명성 부족, 연구개발 성과의 낮은 질적 수준, 비판적 사고가 결여된 구시대적 교육방식, 과학기술혁신을 지원하는 법과 제도의 후진성 등 몇가지 요인들에 대해서는 매우 낮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과학기술혁신 환경의 낙후성에 대한 주요 원인들로는 다음과 같이 평가될 수 있습니다.
단임 정부에 의한 과학기술 정책의 중장기적 전략성 결여, 수시로 바뀌는 정책 최고책임자들의 근시안적 방향 제시, 정책당국자들에 의한 단기 연구성과 독려 및 과도한 연구현장 규제와 간섭, ‘자율과 책임’ 원칙이 상실된 연구현장의 수동적 혁신구조 등입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Q. 기후변화 및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믹스는 어떻게 준비해야 는가?

이 시대의 에너지믹스 구성은 에너지 안보 및 기후변화 대응에 부합해야 하며, 환경 보존과 경제 성장이란 두 가지 시각에서 지속성이 평가되어야 합니다. 
에너지믹스의 선택 기준은 공급 안정성 확보를 위한 최적의 조합을 선택하되, 활용 자원의 한계성 및 에너지 섬이라는 지정학적 특성 등의 고유 여건을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공급망 재편 등의 새로운 국제통상 질서가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국가안보 차원의 전략적 선택이어야 합니다. 
에너지 위기 저항성이 큰 탄소중립형 사회의 구현에 필요한 에너지믹스는 목표의 실현성 및 수단과 방법의 지속성을 함께 고려해야 하며, 이를 통해 환경 보존과 경제 성장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함께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Q. 우리 에너지 수급 현실을 고려한 원자력의 역할은 무엇인가?

원자력 에너지는 국내에서 지난 30여년간 에너지 자립 및 공급안정성 확보에 큰 기여를 해 왔으며, 최근에는 국내의 25~30%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왔습니다. 
동아시아 끝의 반도에 위치해 주변국들과의 전력망이 연결되지 않아 에너지 공급 다양성에 제약이 많기 때문에 지정학적 ‘에너지 섬’으로 평가되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현실을 고려하면 공급 다변화의 노력에 분명히 한계가 존재합니다. 
지속성장이 전제되는 탄소중립 실현 및 에너지 자립도 개선을 위해서는 연료의 비용 및 공급안정성, 기술집약적 특성 등을 고려하여 ‘준 국산’ 에너지로 평가되는 원자력 에너지의 지속적인 이용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선진 원자력 기술 개발·활용 필요성은 무엇인가?

원자력 에너지는 활용성 및 가동 유연성의 제고를 통해 여러 가지 목적과 방식으로 이용될 수 있어서, 일부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선진 원자력 기술 개발 노력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가동 원전의 운전 유연성 향상, 원자력 전기 생산 규모의 다양화를 통한 활용성 제고, 또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원-저장장치와 원자력의 결합을 통한 혼합형 시스템 구현 등을 통해 원자력의 이용을 극대화하려는 기술개발 노력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중소형 원자로는 노후 석탄발전를 대체하여 전기를 생산하거나, 열 에너지를 직접 공급하여 청정수소 생산, 해수 담수화, 산업에너지 용도로 활용되거나, 또는 대형 선박용 동력 제공 등의 다양한 형태로 원자력의 활용성을 제고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초소형 원자로를 이용하여 극지·오지, 우주기지 등에 전기 또는 열 에너지를 공급하거나, 우주선의 동력 공급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방사성 동위원소의 붕괴열을 이용한 위성·우주용 기기 전력 공급원으로는 이미 활용되고 있습니다. 
원자력은 대용량의 고열을 공급할 수 있어 청정수소 생산 방법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대용량의 원자력 수소 생산기술로는 가동중 원전의 열(~250℃)을 이용하거나 또는 수요처에 인접한 공급원으로 고온가스 원자로(750~950℃)를 운용하는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선진형 원자력 기술들에 대한 안전성, 경제성, 유연성을 제고하고 폐기물 처리 부담을 완화하려는 노력과 함께, 전기·열·수소·동력 등 여러 형태의 에너지를 해양, 극지, 오지, 우주 등의 다양한 수요처에서 직접 생산, 공급하는 기술들이 일부 선진국들에서 활발히 개발중에 있습니다.

신형경수로 모의 열수력 실증실험장치의 제어실 앞에서(사진=내외뉴스통신)
신형경수로 모의 열수력 실증실험장치의 제어실 앞에서(사진=내외뉴스통신)

Q. 원자력의 지속적 활용 위한 정책은?

원자력은 미국, 일본, EU 등 주요 국가들에 의해 청정에너지로 채택되어서 안정적 전력공급, 입증된 안전성, 기술집약성 등의 주요 특성을 바탕으로 에너지 위기 및 탄소감축 대응 위한 핵심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원자력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정책적으로 고려되어야 합니다. 
첫째, 지속적인 안전성 향상 노력을 바탕으로 객관적 안전성 확보 노력이 지속되면서 대중의 인지적 안심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둘째, 우수한 경제성이 지속 유지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가동 원전의 가동률 향상 및 계속운전을 통한 활용성 제고, 그리고 운전의 유연성 향상 또는 타 에너지원과의 결합 운전을 통한 가동성 제고 노력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한 강건한 공급망과 우수한 전문인력, 그리고 수출금융 지원 방안을 통하여 경쟁국 대비 우월한 신규원전 공급 능력을 유지해야 합니다.
셋째, 사용후핵연료의 효율적인 처리·재활용·처분을 위한 선진 기술을 조속히 확보하고, 고준위폐기물 관리를 위한 법적·제도적 조치가 완비되어야 합니다.
넷째, 새로운 원자력 과학기술들이 안전하고도 신속하게 도입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준비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다섯째,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에 대한 국가안보 차원의 전략적 대응을 위해 원자력 에너지의 활용성 제고와 원자력 과학기술의 진보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지속해야 합니다.
Q. 마지막으로 원자력 이용에 대한 소견은?

기후 위기는 지구환경 보호 측면을 넘어, 국가안보 및 경제의 문제로 인식해야 합니다.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노력이 감소될 것이며, 물가 상승, 경제 위축 등을 초래할 것입니다.
국내 에너지 수급 상황을 고려해 보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원자력 에너지가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청정에너지 공급원으로서 상호보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환경 보호 및 경제 성장의 두마리 토끼를 구하기 위해서는 원자력의 지속적 이용이 필수적입니다. 
원자력 에너지의 안정적이고도 경제적인 공급을 위해 필요한 원자력 과학기술은 원자력 안전, 핵 안보, 핵물질 비확산 등 세가지 필수요소에 관한 국제적 합의 기준을 바탕으로 개발, 활용되어야 합니다. 또한 관련 기술·제품의 수출을 위해서는 과학기술적 측면 이외에 산업, 금융, 국제통상, 외교 등 다면적인 시각의 접근이 필요한 분야이므로 전략적인 접근과 통합적 시각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국형 신형경수로를 고온고압 실제 운전조건으로 모의하여, 원자로의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실증하는 열수력 종합효과 실험장치로서, 세계 3대 실증장치의 하나이다.(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한국형 신형경수로를 고온고압 실제 운전조건으로 모의하여, 원자로의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실증하는 열수력 종합효과 실험장치로서, 세계 3대 실증장치의 하나이다.(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송철화 박사 프로필]

학력 및 경력
• 한양대 학사/석사(기계공학): 한국과학기술원 박사(원자력공학)
• 한국원자력연구원(’85~현재): 영년직 연구원(’11~), 원자력안전연구본부장
•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정교수(’08~), 전공책임교수(’08~’17)
• 미국 일리노이대학(UIUC) 원자력공학과: 연구교수(’17~’18)
• 프랑스 원자력연구소 방문연구원(’87~’89)
•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국가주도기술전문위원(’10~’12)
• (사)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회: 회장(현)

국제활동
• 미국원자력학회(ANS): 국제위원회(Int’l Council) 위원(현)
• 미국원자력학회(ANS) 열수력부문: 위원장 및 집행위원 역임 
• OECD/NEA 원자력시설안전위원회(CSNI): 의장단(Bureau) 및 한국대표 역임(’16~’17)
• OECD/NEA 원자력안전실무위원회(WGAMA): 의장단(Bureau) 및 한국대표 역임(’11~’17)
• 둥북아 원자력안전 워크샵 주최(’16): 외교부 주관  
• ATH’22(’22, 미국) 대회장, NURETH-19(’22, 벨기에) 기술위원장, NUTHOS-13(’22, 대만) 기술위원장 등 다수 국제학술대회 조직위원 역할
• 국제학술대회 초청강연 및 해외연구기관 자문활동 다수
• Nuclear Engineering & Design 국제학술지: Editor (’14~’21)
• Nuclear Engineering & Technology 국제학술지: Editor (’08~’15)
• J. of Advanced Nuclear Reactor Design & Technol.: Editor (현)
• 일본 및 독일 원자력학회 학술지: 국제자문위원 (현)

수상
• NURETH Fellow (’22)
• 미국원자력학회 학술상 (’21)
• 한국원자력학회 학술상 (’04)
• 산업포장 (원자력안전연구, ’12, 정부) 
• 국무총리 표창 (원자력안전연구, ’05, 정부)
• 기초연구우수성과 50선 선정 (’12, 교과부)
• 신기술 인정 선정 (’09. 과기부)
• 원자력안전마크 (’06, 과기부)
• 원자력연구개발사업 10년 연구성과 홍보大賞 (’02, 과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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