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탈원전 정책 폐기와 원자력산업 생태계 강화"를 국정과제에 포함시키고, 강력 추진 중이다. 산업부는 신한울 3‧4호기에 대해 환경영향평가 기간과 기기 사전제작을 앞당겨 2024년에 공사를 재개하겠다고 했다. 한마디로 요즘 원전업계는 바쁘다. 다른 한편 새 정부는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활용하기로 했다. 새 정부가 탈태양광, 탈풍력을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지레 놀란 반원전 진영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원전의 부활이 재생에너지의 몰락을 의미하지 않음에도 말이다. 부산에서 '고리2호기 수명연장 반대 기자회견'이 열리더니 국회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친원전 정책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단골메뉴인 원자력 안전문제를 다시 들고 나왔다. 정권이 바뀌면서 공수가 과거의 구도로 회귀된 모습이다. 

그러나 대결의 지형이 예전과는 다르다. 친원전, 반원전 행사에 참석하는 사람 수와 분위기가 이를 대변한다. 왜 그럴까에 대한 이유를 생각해 봤다. 물론 개인적, 주관적 의견일 뿐이다. 

우선 태양광, 풍력의 본 모습이 일부 드러났다는 점이다. 반원전 진영은 태양광, 풍력 확대를 주장하며 지난 정부시절 내내 한 목소리로 태양광이 원전을 대체할 수 있고, 발전비용도 원전 보다 더 싸질 것이다. 탄소문제도 태양광으로 해결할 수 있다. 덤으로 수출과 일자리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해 왔다. 한 인사는 2022년이 되면 태양광이 원전에 비해 경제적 전원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사고가 자유로운 정부와 다수의 전문가들도 경제성 역전 가능성에 동조했다. 5년이 지난 현재 원전의 경제성은 여전하고 태양광, 풍력 비용은 좀처럼 싸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비중이 늘어날수록 태양광, 풍력의 간헐성 때문에 발생하는 계통수용비용이나 배터리 비용 등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고 이것은 전기소비자의 부담이라는 사실만 확인되었다. 이제는 지역의 주민들도 재생에너지를 거부하는 분위기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환상은 스스로에 의해 부정되고 있다. 

두 번째, 반원전 운동가들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변했다. 과거 시민들은 활동가들을 별로 생기는 것도 없이 현장에서 고생하는 사람들로 생각했다. 하지만 소수에 불과하리라 짐작했던 부자 운동가는 알고 보니 다수였고, 이름이 알려진 상당수의 운동가들은 부동산 부자, 자녀를 해외에 유학 보내는 기득권층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들이 공격해 왔던 보수 기득권과 다르지 않았다. 반원전 운동가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시민들은 그들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고 있다. 

세 번째, 탈원전 정책은 그동안 수세적 방어에 급급했던 친원전 전문가들에게 '싸움의 기술'을 익히고 전의를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에너지와 원전에 매진하던 사람들은 태양의 입사각과 풍속을 공부했다. 원전의 약점을 방어할 수 있는 대책과 논리를 준비했다. 탄소감축 대안으로서 원전과 태양광이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분석했다. 탄소대안으로서 원자력의 필요성은 영혼이 자유로운 정부와 다수의 전문가들도 동의했다. 최근 에너지 안보에 대한 경각심도 한 몫 했다. 

하지만 친원전 진영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원전업계의 분위기는 쓴 소주가 아니라 샴페인이다. 일부 인사들이 주장하는 원전 만능주의는 지난 정부시절의 태양광 만능주의와 아주 닮아 있다. 자만하는 순간 역풍은 불어온다. 

아마도 당분간은 반원전과 친원전 간의 대결은 난타전의 양상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전투력이 비슷한 양측이 생사의 대결을 벌인다면 심각한 수준의 상처만 남을 뿐이다. 싸움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전기는 독식논리가 통하지 않는 분야다. 상대를 깍아 내려 나를 높이는 것은 하수의 전술이다. 나의 장점을 부각하고 단점을 인식하여 보완하는 것이 고급 전술이고 공존할 수 있는 길이다. 심판은 시민들 몫이다. 

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프로필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본부장 ▲원자력학회 에너지믹스특별위원회 위원장 ▲의사협회 미세먼지대책 특별위원회 위원 ▲서울대학교 전력연구소 객원연구원  ▲넥스트에너지코퍼레이션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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