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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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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탈원전 5년'의 막대한 청구서, 원안위는 책임 느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4.06 10:42

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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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현 정부하에서 원안위가 정치적, 이념적으로 치우친 의사 결정으로 발전소 이용률이 저하됐으며, 전문성이 부족해 중요한 인허가에 시간이 지체됐다." "원안위가 새롭게 재탄생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기관이 되어 달라."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으며 대통령직 인수위가 한 주문이다. 왜 인수위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아닌 원안위에 이용률 향상을 요구했을까.

현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한마디로 탈원전·태양광 확대로 집약할 수 있다. 정부는 60년간에 걸쳐 줄여나가는 것이므로 탈원전이 아니라고 했고, 또 누군가는 ‘감(減)원전’이라는 표현으로 국민들을 호도했다.

그러나 원자력업계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았다. 원자력산업협회의 원자력산업 실태조사에 의하면 탈원전 시작 후 3년간 원전분야 매출액은 27조(2016년)에서 20조(2019년)로 25% 감소했다. 2년의 실적을 더하면 매출액은 5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원전업체의 도산, 감원이 다가 아니다. 각 대학의 원자력학과는 지원하는 학생이 없어 교수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주인-대리인 이론에 의하면 소유권이 불분명한 공기업의 역선택, 도덕적 해이 등의 문제점은 국민의 감시·감독 강화, 정보의 투명한 공개 등으로 완화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정부가 밀어 붙인 탈원전은 양상이 다르다. 관리·감독을 담당하는 산업부, 안전문제를 담당하는 원안위, 원전을 운영하는 한수원, 나아가 감시를 해야 할 시민·환경단체까지 거의 모든 대리인들이 공모하여 국민들에게 손해를 끼친 사건이다. 국민의 위임을 받아 관리, 감독을 대리해야 하는 주체들이 정권의 비위를 맞추느라 직무를 유기했거나 권한을 남용한 것이다.

전문지식이 필요한 원전분야에서 발전소 준공은 왜 지연되는지, 몇 년째 가동 중지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원전의 이용률은 왜 떨어지는지, 먹고 살기 바쁜 일반 국민들은 알 도리가 없다.

원안위는 이용률 감소, 가동중지 장기화, 준공지연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원안위가 이용률을 낮출수록 원전의 안전성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판단했다면 대단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

현 정부 5년간 원전의 이용률은 70%대 초반이었다. 만일 현 정부의 원전 이용률이 전 정부의 82% 수준을 유지했다면 약 5조원의 전기소비자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전 정부의 실적 80% 초반도 자랑할 수준이 아니다. 100여개의 원전이 가동 중인 미국은 2013년 이후 매년 90% 이상의 평균이용률 실적을 보이고 있다.

원전의 평균수령도 우리에 비해 높다. 해외에 나가서 원전 건설, 운영, 정비 등 관련기술이 세계 최고라고 자랑하는 우리의 실적이 이 지경이다. 주요 원인은 정비기간의 급증이다. 원전 전문가들은 "같은 원전의 정비·검사기간이 2∼3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은 이용률을 떨어뜨리려 일부러 기간을 늘린 것" 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공극이 발견되어 가동이 중지된 한빛 4호기의 경우는 해도 너무 했다. 이번 정부 5년 내내 가동중지 상태다. 원안위는 4번의 진단과 검증(민관합동조사단, 한전기술, 프라마톰, 콘크리트학회와 원자력안전기술원)에 5년을 보냈다. 보수공사는 시작도 못했다. 이 정도면 최강의 시간끌기 기술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한빛4호기 가동 중지에 의한 소비자 부담 증가액은 부수적인 비용을 제외하고 3조원이 넘는다.

금년 1월 정부가 조속히 가동하겠다고 말한 신한울 1·2호기는 당초 2017년 4월, 2018년 4월에 가동하는 것으로 계획되었다. 지진 발생 등으로 공기가 지연됐지만, 신한울 1호기는 2020년 4월 완공되어, 원안위에 운영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비행기 충돌 위험,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 등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어 미루다가 2021년 7월에야 겨우 조건부 시운전 허가를 받았는데 아직도 시운전 중이다. 신한울 1호기는 한빛원전 보다 용량이 크다. 따라서 상업운전 지연으로 인한 비용은 더 크다.

원안위는 ‘국민이 공감하는 원자력 안전’을 스스로의 미션으로 자임하고 있지만, 안전성이 확인된 원전은 가동하게 하여 국민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원안위의 임무이다. 그것이 헌법7조에 나오는 공무원의 의무다. 인수위가 원안위에 원전 이용률 제고를 요청한 이유를 원안위는 자성해 보아야 한다. 그런데 원전의 인위적인 가동저하로 인한 비용은 어디에 청구해야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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