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탈원전 5년의 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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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보듯 특정 국가의 정치적 탐욕과 이익 추구는 결국 지구촌 전체의 생존 위협으로 다가온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 또한 지구상 생존 시계 회전 속도를 가속한다. 전기는 인류 생활과 산업의 필수동력원이 된 지 오래며, 코앞에 닥친 지구생존 문제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저감이라는 전기 생산 방법의 경제성과 환경적 요구를 동시에 찾으라는 과제를 우리에게 던졌다.

이 같은 생존 숙제를 풀기 위해 우리는 광복 직후 87% 이상 전원을 북쪽에 의존해야 했던 절박한 상황에도 천신만고 원자력에 착목, 해외교육과 연구개발로 원자로 등 주요 설계 및 건설기술을 내재화했다. 오일쇼크 등을 겪으면서 준(準)국산 에너지인 원자력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 1978년 턴키방식으로 건설한 고리1호기의 경험과 피나는 노력으로 지난 40년간 별다른 사고 없이 기저 부하를 도맡아 값싼 전기를 공급했으며, 원전 도입 30년 만에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이라는 쾌거를 이루며 원자력 강국에 진입한 것이다.

값싸고 안정적이며 최고 품질을 자랑하던 원자력산업이 현 정부의 탈원전 선언과 함께 지난해 수립된 에너지기본계획에 이은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주력 전원 구성 자리를 신재생에 내주며 사실상 나락에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 5년간 탈원전 정책의 과오는 적지 않다. 첫째 국내 원전산업 생태계 전반을 고사 상태에 빠뜨렸다. 원전 주기기 업계는 물론 중소 협력업체까지 공급 체인 전체가 무너지다시피 했으며, 원자력 전공 학생 이탈로도 이어졌다. 둘째 공급 안정성 훼손에 따른 전력 수급 불안이 야기됐다. 그간 원자력과 석탄을 기저로 안정적 전력 공급을 해 왔으나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보듯 가격과 공급 불안이 심화된 연료 문제와 OECD 최하위 에너지 지정학적 여건에서 무리한 신재생 확대는 결국 우리 계통의 안정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한전과 발전 자회사의 재무 여건이 악화일로에 있다. 원유가격 등 연료비 단가가 폭등하면서 일반적으로 ㎾h당 90원이 넘으면 한전 적자 압박이 커진다고 보는 계통한계가격(SMP)이 지난해 93.34원에서 올해 들어 210원 이상으로 치솟으며 전력회사의 감내 한계를 이미 넘어섰다. 여기에 신재생 의무비율 확대에 따른 부담 증가로 발전공기업 영업비용이 지난해보다 70% 수준까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새 정부에 대한 여러 측면의 기대와 요청이 잇따르지만 국가 에너지전략에서 만큼은 구정부 5년간의 탈원전 전략을 조속히 버리고 정상화시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70% 넘는 국민이 탈원전을 부정 평가하는 지금이 과학적 팩트와 합리성에 기초해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지속 가능한 전원을 구성할 좋은 기회이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비등했던 탈원전 글로벌 여론도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배출 억제라는 지구촌의 절박함이 가해지면서 친환경성이 이미 검증된 원전에 호의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추세다.

주요국의 원전 건설 재개로 2035년까지 적어도 800조원 규모 시장이 열린다는 국제원자력기구(IEA)의 전망과 우리가 한발 앞서 있는 소형모듈원전(SMR)까지 고려한다면 놓칠 수 없는 미래 에너지 먹거리다.

2050년 넷제로 달성에 원전이 불가피하다는 글로벌 인식과 여론을 새 정부가 유연하게 수용하면서 탈원전으로 왜곡됐던 전력수급계획의 정상화로 산업 생태계 회복의 기운을 불어넣는 동시에 경쟁국에 비해 여전히 비교 우위에 서 있는 원전 수출에 힘을 집중해야 할 때다.

박규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 7912par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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