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전기료 폭탄과 탈원전 해악의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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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4.01. 오후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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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정부가 결국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을 포기해 버렸다. 바짝 다가온 지방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무차별적인 탈원전과 비현실적인 탄소중립의 비싼 고지서는 고스란히 차기 정부에 떠넘기는 처사이기도 하다. 임기 말을 앞둔 현 정부가 그동안의 내로남불과 갈라치기도 모자라 이제는 국민을 상대로 비겁하고 옹졸한 ‘먹튀’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우량 공기업이었던 한전은 쉽게 헤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부실의 늪에 빠졌다.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5조8601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는 적자가 20조 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5년 전 109조 원이었던 부채는 지난해 말 146조 원으로 늘었다. 한전이 이미 자본잠식 상태라는 평가도 있다.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던 연료비 상승이 문제였을 뿐이라는 정부의 진단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다. 지난해 한전의 전력구입비 등 영업비가 11조519억 원이나 늘어난 건 사실이다. 그러나 무차별적인 탈원전을 밀어붙이기 위해 온갖 꼼수로 전기요금을 꽁꽁 묶은 게 훨씬 더 심각한 문제였다. 결국, 한전은 kWh당 200원에 구입한 전력을 100원에 팔아야만 했다. 그런 탈원전을 ‘60년 동안 진행할 에너지 전환’이라고 우긴다고 사정이 달라지는 건 절대 아니다.

당장 2분기에 해결해야 할 전기료 인상 요인이 33.8원이나 된다. 발전단가가 가장 안정적이고 저렴한 원전을 억지로 세워 놓고, 연료비가 널뛰듯 출렁거리는 석탄·LNG 화력의 가동률을 무작정 끌어올린 결과다. 정부가 2020년에 도입해 놓고도 철저하게 외면한 연료비연동제만으론 해결이 불가능하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마무리 단계에 있는 신규 원전의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 70% 수준으로 떨어진 원전가동률을 끌어올리는 노력도 필요하다. 안전과 직결된 원전 가동률을 함부로 높일 수 없다는 우려는 설득력이 없다. 정부가 맹목적으로 탈원전을 밀어붙이기 이전에 우리의 원전가동률은 세계 최고 수준인 90%를 넘었었다. 그렇다고 안전을 소홀히 했던 건 절대 아니다. 우리 원전의 안전 가동 실적은 가장 맹렬한 탈원전주의자인 문재인 대통령도 공개적으로 인정한 명백한 사실이다.

태양광·풍력을 비롯한 재생에너지의 보급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기술의 성숙도가 크게 떨어지는 태양광·풍력은 여전히 파괴적 혁신이 절실한 미래의 에너지다. 성급하게 설치한 재생에너지 설비는 앞으로 20년 동안 기술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것이다.

전기요금의 탈정치화를 위한 혁신적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한전 경영의 투명성 강화가 가장 시급하다. 최고의 전문성과 윤리성을 갖춘 경영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발전사 경영에 문외한인 퇴직 관료와 낙하산으로는 한전의 경영 정상화가 불가능하다.

정부가 전기요금 책정에서 확실하게 손을 떼야 한다. 사실상 구중궁궐로 변해 버린 청와대가 밀실에서 전기요금을 책정하는 현재의 탈법적 관행은 확실하게 폐기해야 한다. 초당적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기요금위원회가 필요하다. 다른 나라 제도를 어설프게 흉내 내는 일도 멈춰야 한다.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한국형 전기요금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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