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계, 사실 정확히 알리는 노력 부족했다"...尹 당선자 원전정책 설계자의 일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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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규 서울대 교수 "원안위 전문성, 독립성 강화 위해 장관급 격상 필요"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가 2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국민들에게 원자력에 관한 사실을 제대로 알리는 노력을 게을리 한 것도 최근 몇년간 탈원전 정책이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라고 봅니다. 교수들을 포함해 원자력 분야 과학자들이 나서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사회 수용성을 염두에 둔 활동을 했다면 탈원전에 따른 사회적 갈등도 없었을 겁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최근 5년간 탈원전 정책이 원자력계의 인식에도 영향을 줬다며 “원자력계가 소통을 통해 국민 수용성을 늘리고 사실을 제대로 알리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주 교수는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장으로 일하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응해 원자력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각종 활동을 이어 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대선 출마 선언 직후 지난해 7월 주 교수를 찾아 서울대를 방문해 원자력 정상화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후보 캠프에서 정책총괄본부 원자력정책분과위원장을 맡아 원전 관련 공약을 설계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원자력계는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등으로 생태계가 급격히 쪼그라드는 상황을 겪어 왔다.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사고 이후 2013년 한국수력원자력 납품비리, 2016년 경주 지진 등으로 커진 탈원전 정서가 문재인 정부 들어 급격히 세를 불리며 정책화한 것이다.

주 교수는 2016년 원자력 이슈에 대해 합리적인 해법을 제시하겠다는 목표로 설립된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의 센터장을 맡았다. 주 교수는 “교수 본연의 목적은 연구인데 지나고 나니 연구만이 다는 아니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방향을 제대로 잡는 일도 중요하다는 걸 인식해 책임감을 갖고 임했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는 원전 공약으로 원전 최강국을 내세우며 에너지 중 원전 비중을 35%로 높이는 공약 등을 내걸었다. 이같은 공약을 만들 때도 국민 공감대가 최우선에 있었다는 설명이다. 주 교수는 “원자력 비중을 더 높여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보수적으로 원전 비중 35% 공약을 만들었다”며 “추가 원전 추진이나 이런 것도 공약에 넣지 않은 이유가 국민들의 정서를 이제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 교수는 “천지원전이나 대진원전 등 과거 한때 논의됐던 사항도 전혀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해야 된다고 나중에 판단되면 국민적 공감대를 먼저 형성한 다음 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커진 소형모듈원자로(SMR) 설치 장소 논란도 사회 수용성이 중요한 사례가 됐다. 주 교수가 한 언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충남 당진 등 기존 석탄화력발전소에 SMR을 지으면 된다고 하며 논란이 인 것이다. 지역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반발이 일자 인수위가 나서 개인 의견이라며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같은 논란도 결국 SMR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없어 발생한 오해라는 설명이다. 주 교수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세운 테라파워가 계획한 것을 예로 든 것으로 테라파워도 이르면 2028년을 실증 시점으로 보고 있다”이라며 “국내 개발중인 SMR 실증도 2035년에나 가능할 텐데 벌써 장소를 정한다거나 하는 것은 말도 안되고 이번 정부에서도 설치 논의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친원전 방향으로 돌아섰지만 국민 수용성을 높이는 소통은 계속해서 나선다는 계획이다. 최근 주 교수는 원자력 관련 교수들과 함께 학교 교사들을 상대로 한 원자력 제대로 알리기 운동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 교수는 새 정부의 원전 분야 현안 순서에 대해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 등 원전 생태계 원상회복이 첫 과제라고 짚었다. 정상화 과정에는 설계 수명이 다해 가는 원전을 계속 운전하는 것과 가동률을 높이는 것도 포함된다는 설명이다. 주 교수는 “특히 탈원전의 제일 큰 문제가 원전 생태계 몰락이었던 만큼 신한울 건설을 빠르게 재개해야 다시 복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신한울 건설 재개를 징검다리로 해서 해외 원전 수출로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 상황은 러시아와 중국 등 강력한 경쟁자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어 한국의 원전 수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주 교수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러시아가 전쟁으로 신뢰가 상당히 떨어졌다는 게 원전 수출 입장에서는 중요한 상황”이라며 “중국에 대해서도 서방 국가의 견제가 심한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으로 우리가 제일 우수하다”고 말했다.

정상화의 다른 과제 중 하나로 원자력 규제를 담당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도 지적했다. 전문성 강화를 위해서는 원안위 위원을 검증하는 객관적 체계가 필요하다고 봤다. 주 교수는 “원안위 위원은 원자력 안전을 검증할 충분한 소양과 경륜을 갖춰야 하는데 추천하고 임명하는 과정에서 검증 과정이 없다”며 “당이나 청와대에서 추천하면 검증 없이 위원으로 선임되는데 객관적인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전문성 결여 외에도 더 큰 문제가 독립성 결여라고 비판하며 원안위의 장관급 격상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를 모델로 해 위원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NRC는 상임위원을 대통령이 제청하면 미 의회 상원에서 인준 절차를 거친다. 위원에게는 독립적으로 조사와 분석을 할 수 있도록 작은 조직을 부여한다. 주 교수는 “미국은 원전 93기 중 50기 이상이 40년이 넘었지만 원전 이용률이 92%가 넘는다”며 “오래된 원전을 가동해도 높은 이용률로 가동할 수 있는 건 합리적인 규제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 교수는 최근 일어난 불합리한 규제의 예로 방사선 누출을 차단하는 원전 발전소의 격납시설 내부철판 부식과 콘크리트 공극이 발견된 사례를 들며 “공극과 부식으로 문제가 발생해도 얼마나 위험한지를 판단해 안전에 문제가 없으면 운영하면 된다”며 “당연히 공극이 없는 게 좋은 것이니 보수는 하되 미리 계획을 세워서 하면 되지만 지금은 공극만 발견되면 그냥 다 세우고 검사하는 식으로 가다 보니 2018년 원전 가동률이 66%로 떨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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