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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에 미뤄진 신한울 3·4호기…정부 "인허가 절차 단축 검토"

중앙일보

입력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정부에 신한울 원자력 발전 3·4호기 건설 재개를 공식 요구했지만, 착공까지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신한울 3·4호 착공이 장기간 막히면서 이미 거쳤던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정부는 건설 일정을 당기기 위해 일부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절차 단축 없인 “2030년 가동 어려워”

착공이 막혀 방치된 신한울 원전 3·4호 부지 전경 사진. 한국수력원자력

착공이 막혀 방치된 신한울 원전 3·4호 부지 전경 사진. 한국수력원자력

정부가 절차 단축까지 살피는 이유는 현재 상황대로면 신한울 3·4호 가동이 2030년에도 사실상 어려워서다. 2030년은 정부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까지 줄이겠다고 선언한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목표 연도다.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단기간에 신규 원전을 더 늘리기 힘든 상황에서 신한울 3·4호까지 2030년 가동이 어렵다면 원전을 늘려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는 윤석열 당선인 공약에도 차질이 생긴다.

신한울 3·4호 건설 재개를 바로 하기 힘든 이유는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 여파로 기존에 거쳤던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해서다. 우선 건설 재개를 위해서는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한울 3·4호를 포함해야 한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년 마다 세우는 정부 에너지 수급 계획으로 문 정부는 앞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한울 3·4호를 빼면서 착공을 막았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빨라도 연말쯤 발표 예정이다.

‘탈원전 정책’에 “절차 다시 밟아야”

‘탈원전’ 에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탈원전’ 에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전력수급기본계획 보다 더 발목을 잡는 것은 건설 인허가 절차다. 특히 신한울 3·4호는 지난 2016년 환경영향평가를 받았지만, 정부 탈원전 정책에 막혀 착공하지 못했다. 현행법상 환경영향평가를 받고도 5년간 착공하지 않으면 재협의(재평가)를 해야 한다. 신한울 3·4호는 지난해 8월 이 시효가 지났다. 재협의는 사실상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받는 것인데 통상 이 절차만 1~2년 넘게 걸린다. 환경영향평가 이후 바로 착공한다고 하더라도 건설까지 5~7년 이상 소요된다. 완공 후 원자력안전위원회 승인 절차까지 고려하면 환경영향평가 절차 단축 없이는 2030년까지 가동이 힘들다.

“신한울 1·2호 자료 활용 등 검토”

이에 정부는 신한울 3·4호 건설을 위해 일부 인허가 절차를 면제하거나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27일 정부 관계자는 “신한울 3·4호 건설 재개 관련한 인허가 절차를 어디서부터 다시 받아야 할지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현재 인수위와 정부에서 환경영향평가 절차 단축을 위해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은 신한울 1·2호기 자료를 그대로 인용하는 방안이다. 인수위를 잘 아는 관계자는 “신한울 3·4호 인근에 건설한 신한울 1·2호기 환경영향평가 자료가 있기 때문에 이를 인용해 절차 생략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런 방식의 절차 생략이 가능할지는 환경부 등 소관 부처 유권해석이 필요하다.

환경영향평가 재협의(재평가) 면제 규정을 활용하는 것도 논의 대상이다.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르면 “사업을 착공하지 아니한 기간 동안 주변 여건이 경미하게 변한 경우 승인기관장 등이 환경부 장관과 협의한 경우에는 재협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방식을 택하더라도 제대로 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원전 이용률 상향, 가동연장도 검토할 듯 

지난해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가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을 방문,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각 재개 등 원자력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가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을 방문,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각 재개 등 원자력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한울 3·4호 건설 재개가 순탄하지 않으면서, 윤석열 정부가 기존 원전의 이용률 상향, 수명 완료 원전의 가동 연장 등 다른 대안들도 함께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인수위는 지난 25일 원자력안전위원회 업무보고를 받고 “원전 가동률이 올라가야 한다는 인수위원들의 공감대가 있었다”며 원전 이용률 상향을 공식화했다.

유승훈 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NDC 목표 달성을 위해 신한울 3·4호 건설 절차를 빨리 당길 필요는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신한울 3·4호 건설 절차는 최대한 당기도록 노력하되 기존 원전들을 충분히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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