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사외칼럼

[기고]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C-테크, 원자력 발전

입력 : 
2022-03-24 00:04:02
수정 : 
2022-03-24 08:47:15

글자크기 설정

사진설명
전 지구적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2050년 혹은 206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실현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발전 부문뿐만 아니라 비전력 에너지 부문에서도 탄소를 줄여야 한다. 일각에서는 재생에너지로 무탄소 전력을 대량 생산해 기존 소비 전력은 물론 비전력 에너지까지 대체하는 방식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무탄소 에너지를 전부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것, 즉 RE100은 실제론 불가능하다. 재생에너지의 태생적 약점인 변동성 극복을 위해서는 막대한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가 필요하고, 여기에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낮에만 발전하는 태양광은 ESS와 짝을 이뤄야만 온당한 독립 발전원이 된다. 그런데 배터리가 주종인 ESS는 매우 고가이고, 여기 투입되는 리튬 등 다량의 금속재료 때문에 급격한 가격 하락을 기대할 수 없다. 향후 태양광 발전단가가 더 떨어지면 전력 저장에 필요한 ESS 운용 비용이 발전 비용보다 비싸질 수도 있다. 재생에너지 운용의 고비용성은 불가피하다.

그래서 미국과 유럽, 중국 등은 무탄소 에너지인 원자력을 청정에너지로 분류하고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원자력을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적응하는 기술, C-Tech(Climate Technology)의 하나로 인정한 것이다. 미국은 혁신 원자력(Advanced Nuclear)이라는 기치 아래 소형모듈원자로(SMR)를 다양한 형태로 개발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중국도 고유한 SMR 개발에 적극적이다. 유럽연합(EU)은 최근 택소노미에 원자력을 포함시켰다.

탄소중립에 대한 원자력의 기여는 1차적으로 대형 원전 증설을 통해 가능하다. 대형 원전은 막대한 전력을 생산하는 것은 물론 수소 생산을 통해 무탄소 에너지 공급에도 기여할 수 있다. 수소는 물 전기분해로 생산하는데, 이용률이 15%에 불과한 태양광으로 전력을 공급할 경우 고가의 전기분해 장치 이용률이 떨어져서 수소 생산비용이 높아진다. 반면 원전은 상시 전력 공급이 가능하고 전력 단가도 낮다. 태양광 전기분해의 반도 안 되는 비용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게 가능하다. 이미 상용화된 저온 알칼리 수전해 방식만으로도 채산성이 있고, 앞으로 원전의 고온 수증기를 이용하는 고온 증기 수전해 방식까지 활용하면 정부 목표인 1㎏당 3000원 이하에 수소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SMR의 성능과 안전성이 입증되는 2035년 이후에는 핵심 C-Tech로서 원자력의 역할이 더욱 부각될 것이다. SMR는 용량이 작기에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증진시키는 다양한 혁신 개념 구현이 가능하다. 신개념 SMR 중 액체금속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미국 테라파워의 '나트륨(Natrium)'이라는 SMR는 고온 용융염을 열저장체로 활용해 재생에너지와 연계 운용할 수 있다. 이 같은 장점을 앞세워 빌 게이츠와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2027년 가동을 목표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지원하는 또 다른 개념의 SMR인 XE-100은 헬륨가스로 냉각하는 원자로다. 800도 이상의 열을 공급할 수 있어 고효율 수소 생산, 화학공정, 난방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미래 원전은 탄소중립 실현에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원자력 수소와 SMR를 포함해 다양한 원자력 활용 방식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당위가 여기에 있다.

[주한규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