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말 되니 탈원전 한적 없다고 우기는 정권 [매경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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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3.01. 오전 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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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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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빗대 원전 저주하더니
대선 앞두고 친원전 뜬금발언
원전 배척 탄소중립안과 모순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이 "향후 60여 년 동안은 원전을 주력 기저전원으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24시간 상시 가동하는 주력 발전원으로 생산 단가가 저렴한 원전의 역할과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느닷없는 임기 말 친원전(?) 발언은 이례적이다. 임기 내내 과학 대신 탈원전 미신과 이념에 사로잡혀 고집스럽게 탈원전 대못질을 해온 대통령 아니던가. 지난해 10월 탈원전 반대 서명이 100만을 넘어섰을 때도 일언반구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원전을 안 돌려도 전기가 남아돈다고 했던 그다. 그래서 더 놀랍다. 말 바꾸기 논란에 청와대는 펄쩍 뛰었다. 평소 해왔던 말과 다르지 않다는 거다. 아예 "탈원전을 추진한 적이 없다"고도 했다. 혹세무민이다. 시계를 고리 1호기 영구 정지를 선언한 2017년 6월 19일로 되돌려보자. 당시 대통령은 "원전 중심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탈핵시대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노후 원전을 세월호에 빗댔고 "안전하지도, 저렴하지도, 친환경적이지도 않다"며 저주를 퍼부었다. 원전에 대한 혐오와 적대감이 이 정도였다. '묻지마' 탈원전 폭주 증거도 차고 넘친다. 국가기관이 경제성 조작 무리수까지 둬가며 멀쩡한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했다. 짓던 원전을 못 짓게 하고, 잘 돌아가는 원전은 멈춰 세워 원전 생태계를 짓밟았다. 임기 두 달 남은 정권이 원전을 '핵발전소'로 부르는 반핵인사를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에 꽂아넣었다. 임기 후에도 탈원전 몽니를 부리겠다는 거 아닌가.

'원전=주력 전원' 발언 자체도 진정성이 의심된다. 불과 4개월 전 원전 죽이기와 정면 배치돼서다. 지난해 11월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2050년 탄소중립안의 핵심은 29%대인 원전 비중을 6%로 낮추고 대신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70%로 가져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50년까지 원전 28기(건설 중 포함)를 9기로 확 줄일 계획이다. 당장 내년 4월 고리 2호기를 시작으로 향후 8년간 설계수명에 도달한 원전 10기 가동이 중지된다. 신한울 3·4호 건설을 재개할 생각도 없다고 한다. 한마디로 탈원전 폭주를 계속하겠다는 거다. 원전의 설 자리를 없애놓고선 향후 60년간 원전을 주력 전원으로 쓰겠다는 건 도대체 무슨 말인가. 아무 말 대잔치 수준이다. 대선을 앞두고 탈원전 비판 여론을 비껴가려는 면피성 립서비스라는 걸 스스로 실토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신한울 1·2호, 신고리 5·6호의 빠른 가동을 주문한 것도 황당하다. 정상적이라면 이들 원전은 이미 전기를 생산하고 있어야 한다. 북한 장사정포 공격에 대한 대비책을 내놓으라는 황당무계한 억지를 부리며 다 지어놓은 신한울 1·2호 가동을 1년 넘게 훼방 놓은 게 이 정권이다. 그래 놓고선 가동을 서두르라고 남 이야기하듯 한다. 유체이탈도 이런 유체이탈이 없다. 신고리 5·6호기는 이런저런 핑계로 공사를 지연시키면서 완공 예정일이 2024~2025년으로 3년이나 밀렸다. 짓지도 않은 원전을 빨리 가동하라는 건 언어도단이다. "세계적인 (원전) 선도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탈원전 억지로 세계 최고 원전을 사양 산업화시킨 정권이 할 말은 아니다. 에너지에 정치가 개입되면 답이 없다. 지난 5년간 철저하게 실패한 탈원전 정책이 그 방증이다. 탈원전 폭주로 일감을 잃은 부품 업체 수백 곳이 파산했고, 근로자들은 피눈물을 흘렸다. 사상 최대 한전 영업손실은 전기요금 폭탄으로 돌아올 것이다. 지난 5년간 해외 원전 수주는 전무하다. 에너지 안보는 흔들리고 탄소중립은 더 멀어졌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원전 산업의 주도권은 중국으로 넘어갔다. 국익 훼손에 사회적 갈등까지 촉발시켰다. 이 정도면 국민한테 석고대죄부터 해야 한다. 그런데도 사과는커녕 탈원전 중단은 없지만 원전은 주력 전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자기모순적 주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원전을 시한폭탄이라고 했던 여당 대선후보의 '감원전'도 대통령의 탈원전과 오십보백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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