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 중 탈원전과 탈화력발전을 동시에 추진하는 시나리오(A안)를 채택하면 2050년까지 연료비와 저장장치, 발전설비 등에 1005조원 비용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석탄 발전은 중지하되 LNG발전은 5%(61TWh), 원자력은 7.2%(86.9TWh)를 유지하는 방안(B안)을 선택해도 887조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됐다. 문재인 정부는 A와 B안 중 하나를 탄소중립 정책으로 채택할 계획이다.
25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김승완 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전날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이 주최한 ‘탄소중립 추진 비용의 규모와 해법’ 심포지엄에서 이런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김 교수는 “2050년에 A안을 달성하려면 1년에 33조∼35조원 정도가 소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가 지난해 7월 발표한 A안은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70.8%(889.8TWh)로 늘리고,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연료는 0%, 원자력은 6.1%(76.9TWh)의 비중을 갖는다. 탈화석연료와 탈원전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안이다.
김 교수는 1005조원 가운데 연료비 비용이 51%, 무탄소발전 관련 비용이 33%, 에너지 저장장치 비용이 16%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무탄소발전은 암모니아 혼소기술(석탄화력, 가스터빈), 수소 혼소기술(가스터빈) 등의 새로운 발전 기술로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다. 김 교수는 에너지 저장 설비의 경우 배터리를 활용한 ESS 방식 대신 수소 기반 저장 장치(HESS· Hydrogen-based Energy Storage System)를 활용하면 관련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했다.
HESS는 ESS 대비 대용량 전기를 최대 1000시간까지 저장할 수 있다. 기존 배터리 기반 에너지 저장방식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다. 가동 중 소음이 거의 없고 부산물로 물만 방출한다. 다만 HESS는 ESS보다 전력저장 효율이 낮다는 문제가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ESS의 최고효율(Round Trip)은 90% 수준인데, HESS는 35%에 불과하다. 또 ESS에 비해 빠르게 자가방전된다는 문제점도 있다.
김 교수는 탄소중립 시나리오 B안의 경우 2050년까지 887조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계산했다. B안이 A안에 비해 약 120조원 적지만, 탄소 배출은 늘어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30%까지 늘리는 ‘2030 온실가스감축 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333조원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김 교수는 “이번 비용 추산 결과는 사용한 전력수요와 재생에너지 패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탄소 비용, 탄소포집기술(CCS)과 관련된 비용 등 국가 공인 데이터를 마련해야 한다”며 “다양한 탄소중립 모델링 연구를 통해 소요 비용 범위를 주기적으로 전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