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文정부 임기끝 `태양광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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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2.23. 오후 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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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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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초 '탈원전' 대안으로 육성

비율늘리기 급급 무분별한 투자

국내시장서 中기업만 배불린 꼴

LG·SK 등도 태양광 사업 접어


국내 4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태양광 사업을 진행하던 LG그룹이 결국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탈원전'의 대안이자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핵심으로 태양광에 주목, 대대적인 투자와 지원에 나섰지만 정권 교체기에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태양광에서 발을 뺀 것이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산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은 일찍이 태양광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적극 육성했다. 그러나 중국과의 경쟁에 밀려 삼성과 SK 등이 진작 발을 뺀 상태다.

그런데도 정부는 어설픈 탈원전 정책을 전면에 내세워 태양광 보급을 2배 가까이 늘렸다. 이미 해외로 나가거나 사업을 접은 국내 태양광 업계는 수혜를 받지 못했고, 국내 시장은 중국 등 외국 업체들의 먹잇감이 됐다.

에너지 전문가 사이에선 태양광 비율 늘리기에만 급급한 현 정부의 무분별한 투자로 인해 중국 업체들만 배불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LG전자는 지난 22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오는 6월 30일 자로 태양광 패널 사업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LG전자는 "그간 태양광 패널 사업의 방향성을 놓고 지속해서 검토해 왔다"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사업과 미래준비에 집중하기 위해 사업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2010년부터 태양광 패널 사업을 시작해 N 타입, 양면형 등 고효율 프리미엄 모듈 위주로 사업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중국의 저가 공세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고, 여기에 폴리실리콘을 비롯한 소재·부품 원가 부담 가중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 결과 LG전자의 태양광 패널 사업 매출은 2019년 1조1000억원 대에서 2020년 8000억원 대로 하락했다.

LG전자는 애프터서비스 등 필요 물량을 고려해 2분기까지 태양광 패널을 생산한다. 태양광 패널 사업 관련 국내 600여 명을 포함한 에너지사업부 직원 900여명에 대해서는 재배치할 예정이다.

이번 LG전자의 철수 결정은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린 한국 태양광 산업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속속 태양광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다. SKC는 2020년 4월 태양광 모듈을 보호하는 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EVA) 시트 사업 중단을 결정한 바 있다. 또 한국의 대표 태양광 기업인 OCI, 한화솔루션은 2020년 2월 태양광 소재인 폴리실리콘 국내 생산을 중단했다. 삼성의 경우 지난해 초 삼성SDI가 태양광(PV) 페이스트 사업 매각을 결정하면서 태양광 사업을 완전히 접었다.

중국이 압도적인 경쟁력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태양광 시장에서 중국 점유율은 분야별로 60∼97% 수준이다. 웨이퍼의 경우 중국 점유율이 97%에 달하고 셀과 모듈도 각각 71%, 79% 수준이다.

이 와중에 현 정부는 탈원전을 목표로 태양광 보급을 큰 폭으로 늘렸다.

한국에너지공단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태양광 보급 실적은 4.4GW로 2018년(2.6GW)과 비교해 69.2% 증가했다.

그 수혜의 대부분은 중국 업체들이 누렸을 것으로 보인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기준 국내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모듈) 중 중국산 비율은 32.6%로, 전년도의 21.6%에 비해 11%포인트 상승했다. 업계에선 중국산 비율이 이후에 더 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중국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워낙 싸게 덤핑을 하다 보니 국내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그 결과 국산화 비율은 해가 갈수록 떨어졌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LG전자가 사업을 접고 OCI가 말레이시아에서만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며 "유럽에선 자국산 제품 구매 비중을 의무화 하는 등의 규제를 하는데, 국내는 산업 육성보다 보급 확대에만 집중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정일·은진기자

태국 라용 LG전자 생활가전 생산공장 옥상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 <LG전자 제공>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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