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외친 문재인 정부 5년, 원전 오히려 더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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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2.16. 오전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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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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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값·신재생 비용 오르자
'가성비' 좋은 원전 의존도 높아져

국책硏 "우크라 사태 유가 150弗 갈수도"
원전 더 가동할 판


◆ 탈원전의 역설 ◆

탈원전 정책을 강조해온 문재인정부 5년간 원자력발전 의존도가 되레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정부 초기인 2018년까지는 원전 의존도가 떨어지다가 2019년을 기점으로 다시 반등했다. 전력 수요가 늘면서 '가성비'가 좋은 원자력발전량이 늘어난 것이다. 겨울철을 맞아 전력 수요가 많아진 데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원전에 대한 의존도는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5일 한국전력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원자력발전량은 15만8015기가와트시(GWh)로 집계됐다. 이는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14만8427GWh)과 비교해 6.5% 증가한 수치다.

원자력발전량뿐 아니라 한국 총발전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도 오히려 커졌다. 전체 발전량에서 원전 비중은 2017년 26.8%에서 2018년 23.4%로 줄어들었다가 2019년 25.9%, 2020년 29.0%로 빠르게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27.4%로 전년보다 줄었지만, 2017년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국내 원전의 전체 설비용량 대비 발전량 비율을 나타내는 이용률도 증가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원전 이용률은 71.2%였지만 2018년 65.9%로 하락한 뒤 2019년 70.6%, 2020년 75.3%까지 올랐다. 지난해 이용률은 74.5%를 기록했다. 그만큼 원자력발전량이 많았다는 의미다.

원전 의존도가 커진 점에 대해 전문가들은 석탄발전을 줄여가는 과정에서 그 빈자리를 가스(LNG)발전으로 채워오다 2020년부터 가스 가격이 크게 오르자 원전 이용률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현 정부가 원자력발전량을 인위적으로 줄이다가 가스 가격과 신재생발전 관련 비용이 오르자 최근 원자력발전량을 다시 늘린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겨울철 한파와 지속적인 기업 전력 수요,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전력 수급 상황이 한층 빠듯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는 점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우크라이나에서 군사 개입이 발생한 뒤 주요 7개국(G7)의 대러시아 제재가 이뤄지고 대규모로 석유·가스 공급이 중단되면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상열 에경연 미래전략연구팀장은 "국제 가스 가격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면 원전이나 석탄발전 가동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 가격이 고공 행진하고 있는 데다 지정학적 위기까지 겹쳐 고유가 전망이 장기화하자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은 원전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탈탄소 과속에 화력발전 34%로 뚝…전력 모자라자 원전으로 메워

준비없이 탄소중립 외친 文정부
원전 비중 되레 늘어


석탄비중 4년새 9%P 급감
설비투자 늘린 신재생에너지
바람 등 변수많아 발전량 한계
값비싼 LNG에 의존 불가피

발전社 에너지 비용부담 늘어

지난 5년 동안 원전 의존도가 높아진 배경에는 급격한 석탄발전 감축과 이와 함께 이뤄진 신재생발전 확대가 꼽힌다. 석탄발전이 미세먼지와 탄소를 내뿜는다는 이유로 가동을 줄였지만 그 공백을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발전으로 채우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사이 신규 설비를 빠르게 늘린 태양광 등 신재생발전은 이용률(설비용량 대비 실제 발전량 비율)이 낮은 탓에 이를 대체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결국 문재인정부가 5년 내내 탈원전을 외쳤지만 원전 비중은 줄어들지 않은 '탈원전의 역설'이 드러난 셈이다.

주요 에너지원 중 2017년 대비 지난해 발전량 증가율이 가장 높은 에너지원은 신재생이다. 신재생발전은 지난해 발전량이 4만3085GWh로 2017년(3만817GWh) 대비 39.8% 증가했다. 5년 새 신재생발전의 설비 투자가 많았다는 얘기다. 그다음 가스(33.5%), 원자력(6.46%) 순으로 증가율이 높았다. 이에 비해 석탄은 발전량이 2017년 23만8799GWh에서 지난해 19만7600GWh로 17.3% 감소했다. '탈석탄' 정책에 맞춰 5개 발전 공기업이 석탄발전 비중을 빠르게 줄인 영향이다.

이 같은 변화는 전체 발전량 대비 에너지원별 비중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2017년 전체 발전량에서 5.6%를 차지한 신재생발전은 지난해 7.5%까지 비중이 높아졌다. 같은 기간 가스 비중은 22.8%에서 29.2%, 원전 비중은 26.8%에서 27.4%로 각각 증가했다. 반면 석탄은 2017년 43.1%를 차지했지만 2018년 41.9%, 2019년 30.4%, 2020년 35.6%, 지난해 34.3% 등 해마다 점진적으로 감소했다.

정부는 탄소중립 추진의 일환으로 미세먼지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석탄발전을 꾸준히 줄여왔다. 환경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오는 3월 말까지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운영하기로 했다. 국내 미세먼지 배출을 줄이기 위해 이 기간에 석탄발전 전체 53기 중 8~16기의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석탄발전을 급격히 줄인 반면 지난 5년간 대폭 늘린 신재생발전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신재생발전의 설비용량은 1만976㎿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2만545㎿로 2배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낮은 이용률 탓에 실제 발전량은 2배로 늘지 못했다. 신재생발전의 발전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배경으로는 신재생발전의 간헐성이 거론된다.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등은 특성상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다. 날씨가 맑고 바람이 많이 불 때 발전량이 충분히 나오는데,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발전량이 들쭉날쭉하거나 떨어지게 된다.

현 정책 기조에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가스발전이 크게 늘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연료비와 유지·보수비가 비싸다 보니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결국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가스발전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보니 원전 발전량과 이용률이 줄지 않고 늘어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에 대해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학과)는 "현재 기술력과 경제성을 감안할 때 기저발전은 석탄과 원전뿐인데 석탄은 미세먼지 때문에 가동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가스발전은 원가가 높아 신재생발전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브리지 전원' 역할만 할 수 있어 결국 원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지난해 가스 가격이 크게 올라 발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석탄발전 감축 기조를 이어가다 보니 원전 의존도가 높아진 것"이라며 "발전 정책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총 24기의 원전이 운전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동 중인 것은 22기이고 2기(월성 2호기·한빛 4호기)는 정비 중이다. 앞으로 준공될 원전은 총 4기다. 올해 7월 준공을 앞둔 신한울 1호기를 비롯해 신한울 2호기(2023년 7월), 신고리 5호기(2024년 3월), 신고리 6호기(2025년 3월) 등이다. 2030년까지 수명이 완료되는 원전은 2023년 4월 수명이 만료되는 고리 2호기를 포함해 총 10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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