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택소노미 기획’ 탈원전 업체, 文정부 연구용역비 51억 타내
19일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환경부는 K택소노미 연구 용역을 따냈던 ‘에코앤파트너스’ 측에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연구용역비 명목으로 총 51억원을 지급했다. 이 업체가 이전 정권 시절인 2011~2017년 4월까지 환경부에서 받은 연구비는 총 27억원 수준이다. 5년 새 규모가 2배가량으로 커진 것이다. 이 업체 대표 이한경씨는 2017년 서울시의 ‘원전하나줄이기’ 실행위원, 2018년 문재인 정부 8기 녹색성장위원 등을 지낸 탈원전 찬성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업체는 모회사 ‘에코앤파트너스’와 자회사인 ‘에코앤파트너스이도씨(이도씨)’로 이루어져 있다. 사실상 하나의 기업이다. 이 업체들이 최근 10년간 따낸 환경부 연구 용역은 총 62건(78억원), 현 정부 출범 이후 따낸 연구는 이 중 40건(51억원)이다. 그런데 이 가운데 별도 경쟁 없이 환경부와 수의계약한 연구용역은 29건, 금액은 23억원으로 나타났다. 수의계약 중 일반경쟁 입찰로 시작했다가 유찰돼 수의계약으로 전환된 건은 2건이었다. 사실상 지원만 하면 뽑혔던 셈이다.
이 업체는 과거 모회사가 제출한 연구 용역 보고서를 자회사가 그대로 인용해 다른 과제의 결과물로 제출하기도 했다. 에코앤파트너스는 2019년 3~11월 한국환경공단에서 ‘배출권거래제’와 관련한 연구 용역을 맡고 5억7750만원을 받았다. 이도씨는 환경공단에서 2020년 3월~2021년 1월 이와 유사한 ‘배출권거래제 적용 방안’이라는 또 다른 연구 용역을 맡아 2억8800만원을 받았다. 그런데 이도씨가 제출한 보고서 중 상당 부분이 에코앤파트너스가 먼저 제출했던 보고서의 분석 내용과 데이터 등을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이도씨가 제출한 총 277쪽짜리 보고서 중 46쪽에서 이전 보고서의 분석·시사점·데이터 등을 문단 그대로 긁어온 부분이 75곳 발견됐다”며 “또 다른 베끼기가 있었는지 가리기 위해 문제된 업체의 보고서를 전수 조사하고 부실 보고서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연구 용역 공고를 낸 환경공단 측은 수억원대 과제를 맡겼으면서도 이 같은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두 보고서 내용이 겹치는지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환경부의 관리 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에코앤파트너스 측에 2020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K택소노미 연구 용역’을 맡기고 2억여 원을 지급했다. 환경부는 연구 용역을 맡기며 ‘해외 택소노미 사례’를 집중적으로 연구해달라고 했지만 제출받은 보고서에는 원전과 관련한 내용은 한 줄도 담기지 않았다. 이후 환경부는 화석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는 포함하면서도 원전은 제외한 상태로 K택소노미를 최종 확정했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정부가 자신들 입맛대로 정책을 추진하는 데 명분이 될 만한 자료를 만들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보고서 내용이 부실해 기초 자료로만 썼다”고 했다. 국민 세금으로 수억 원을 지급했으면서도 관리 감독은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부실한 자료를 제출받았다”고만 한 것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3
조선일보 헤드라인
더보기
조선일보 랭킹 뉴스
오후 8시~9시까지 집계한 결과입니다.
더보기
함께 볼만한 기자
함께 볼만한 뉴스
5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