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다시 짓는 프랑스…"탄소중립하려면 이 방법 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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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1.17. 오전 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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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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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화석 연료에서 청정 에너지로, 탄소중립을 향한 인류의 위대한 도전이 시작됐습니다. 주요 국가들이 기후 변화로 인한 온난화로부터 지구를 구해내기 위한 에너지대전환의 큰 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은 청정 에너지가 구현하는 새로운 경제 생태계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치열한 경제 전쟁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수소 등 청정에너지와 탄소중립 이슈를 주도해온 머니투데이는 2022년 새해를 맞아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중동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의 탄소중립 현장을 돌아보는 '에너지대전환-탄소중립 로드를 가다'를 연재합니다.

[[신년기획]에너지대전환-탄소중립 로드를 가다 : 프랑스편③]

11월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 열린 '2021 WNE (세계원자력박람회)'에 참석한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파리(프랑스)=민동훈 기자 /사진=파리(프랑스)=민동훈

한때 '탈원전'을 추진했던 프랑스가 다시 원자력발전소를 짓기 시작한다. 무탄소 전원인 원전의 신규 건설없이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신규 원자로 건설을 재개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SMR(소형모듈원자로) 개발 등 차세대 원전 연구에 10억 유로(약 1조36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도 밝혔다.

프랑스는 2035~2037년 신규 원전 6곳을 가동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롱 대통령 들어 원전 비중 50% 감축 시점을 2035년으로 10년 미루며 탈원전 속도조절에 나선 데 이어 사실상 '복(復)원전'으로 선회한 셈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5년 전력 생산 중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2025년 50%까지 줄이는 탈원전 정책을 시행한 지 약 16년 만이다.

프랑스 국영 에너지기업 EDF은 지난해 신규 원자로 6기 신규 건설 계획에 대한 타당성 조사 결과를 정부에 제출했다. 지난해 11월엔 '프랑스 2030' 계획을 통해 SMR R&D(연구개발)에 10억유로(약 1조4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도 밝혔다.

현재 프랑스는 원자로 56기를 가동 중이다. 여전히 전 세계에서 인구 대비 원자로 개수가 가장 많은 국가다. 완공이 늦어지고 있지만 2007년부터 노르망디 플라망빌에 3세대 원전 1기도 짓고 있다. 프랑스에서 20만명이 넘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3번째로 큰 산업이 원전이다.

지난해 11월30일(현지시간) 열린 '2021세계원자력전시회(World Nuclear Exhibition, 이하 WNE)'에서 기자와 만난 EDF 관계자는 "원전은 우리를 2050년 탄소중립에 도달할 수 있게 해줄 유일한 길"이라며 "전체적으로 원자력 에너지가 꽤나 오랫동안 인간들이 무탄소 에너지를 얻게 할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12월1일(현지시간) 파리 근교에서 열린 '2021 WNE (세계원자력박람회)'가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원자력 산업 관계자 등 관람객들로 북적이고 있다/파리(프랑스)=민동훈 기자 /사진=파리(프랑스)=민동훈
머니투데이가 찾은 WNE 2021 현장에선 달라진 프랑스 원전 산업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번 WME에는 76개국에서 연인원 1만7000명의 참가자와 612개의 업체가 참가했다. WNE는 프랑스원자력산업협회가 주관하는 세계 최대 원자력전시회로, 2년에 한 번씩 파리에서 열린다. 당초 지난해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연기되면서 3년 만에 열렸다.

개막식에 참석한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충분한 교육이 없었기에 (원전에 대한) 전문지식이 충분치 못했고 청년들이 원자력 산업을 외면했기에 역량이 부족했으며 때로는 자금에 대한 어려움, 수많은 의구심 등이 있었다"면서 "우리는 원전 산업을 수복하는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원자력은 2050년 프랑스가 탄소중립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며 "향후 수십년 안에 막대한 전기 수요가 생길텐데 확실한 것은 원자력이 우리의 전기 수요를 감당할 하나의 방법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탄소없는 전기를 늘리고 싶다면, 원자로를 늘려야 한다"고도 했다.

12월1일(현지시간) 파리 근교에서 열린 '2021 WNE (세계원자력박람회)'가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원자력 산업 관계자 등 관람객들로 북적이고 있다/파리(프랑스)=민동훈 기자 /사진=파리(프랑스)=민동훈
실비 버만 WNE 의장은 "이번 박람회의 주제는 '원자력 에너지의 기여 혹은 책임이 있는 미래를 위한 무탄소 경제'"라며 "지금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이슈가 지구 온난화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것인 만큼 원자력이 하나의 키워드라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 소비는 세계적으로 늘어날 것이고, 결코 줄어들지는 않을 것"아라며 "독립적이고 영구적이며 조정가능한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관련 국제기구도 프랑스의 원전 재개 움직임에 고무된 모습이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정치적 이변이 없는 한 원자력은 다시 돌아올 것"이며 "2050년까지 원전 비중을 현재보다 2배 이상 높이려면 신규원전 건설 속도는 최소 5배 빨라야 한다"고 말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도 "국제사회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영국 글래스고에서 채택한 기후협약의 목표를 이루려면 원전이 필요하다"고 했다. 글래스고 협약의 골자는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 온실가스 목표 재점검, 선진국의 기후변화 기금 확대 등이다. 카드리 심슨 EU 에너지담당 집행위원은 "2050년까지 원자력 산업은 해마다 130만개의 일자리를 더 창출해낼 것"이라며 "지금도 투자를 유치 중이며 현재 50건 정도가 실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WNE엔 한국수력원자력도 대규모 팀을 꾸려 참가했다. 국내에선 추가 원전 건설이 쉽지 않지만, 전 세계적으로 원전 건설 재개가 잇따르고 있는 만큼 수주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한수원은 이번 전시회에 한국전력공사 발전 자회사 5개사와 한국원자력산업협회를 비롯해 동인엔지니어링, 솔지, 세아에스에이, 에너지엔, 에너시스, 에너토크, 정우산기, 케이엠엑스, 테스토닉, 하이브시스템 등 협력 중소기업 10개사 등과 함께 '팀코리아' 차원에서 부스를 차렸다. 전시회 기간 중 70여건의 상담을 진행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머니투데이 기자와 만나 "탄소중립은 원자력 산업에 분명한 호재"라며 "WNE를 계기로 국내 협력 중소기업들이 해외판로를 개척함으로써 침체된 원전 생태계가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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