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차단하고 가스관 잠그고… 중·러, 에너지·자원 ‘무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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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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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이코노미

中, 외국인 샘플수집도 금지

전기차用 코발트 85% 좌우

러, 천연가스를 협상에 활용

카자흐스탄 우라늄까지 눈독


중국과 러시아가 자원·에너지를 ‘무기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방 국가들의 고강도 압박에 직면한 이들 국가가 향후 서방 국가들과의 협상이나 회담에서 쓸 수 있는 카드를 최대한 끌어모으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희토류에 대한 통제 강화, 러시아의 유럽으로 천연가스 공급 중단 등이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최근 카자흐스탄 반정부 시위대 진압을 위해 자국 군대를 파견한 러시아의 행보도 우라늄의 보고인 카자흐스탄에서 영향력을 높이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희토류 무기화 나서는 중국 = 중국 상무부와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외자 투자 진입 특별관리조치’라는 제목의 공지를 통해 올해 1월 1일부터 희토류 분야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금지했다. 중국 정부는 또 외국인 투자자의 희토류 관련 데이터 및 샘플 수집 금지, 생산 공정 접근 금지 등 자국 희토류 관련 정보에 대한 외국인의 접근을 원천 차단했다. 일각에선 중국 정부가 희토류 무기화를 노골적으로 표명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해외 자본이 자국 희토류 산업에 기웃거리지 못하게 모든 통로를 차단한 셈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조치는 중국 희토류 무기화의 ‘화룡점정’이라는 평가다. 앞선 지난해 10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국익과 안보를 위해 군사 및 기타 물품의 수출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는 수출관리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희토류는 수출관리법에 포함된 물질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22일 중국오광그룹과 중국알루미늄주식회사, 간저우희토류그룹의 자산 합병을 승인, 중국희토류그룹이라는 거대 기업의 탄생을 허용했다. 중국희토류그룹의 희토류 세계 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국제 시장 가격을 좌우할 수 있는 말 그대로 공룡기업이다. 중국은 이미 희토류를 무기화한 적도 있다. 2010년 9월 영유권 분쟁이 있는 동중국해 지역에서 일본이 중국 배를 나포해 선원들을 구금하자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를 취했다. 중국은 희토류뿐만 아니라 4차 산업에 필요한 각종 희소금속도 무기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의 주원료인 코발트의 전 세계 사용량 85%를 공급하고 있다.

◇유럽 가스관 잠근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라늄에도 군침 = 유럽 천연가스의 40%를 공급하는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21일부터 ‘야말-유럽’ 가스관을 잠근 상태다. 야말-유럽은 길이 약 2000㎞에 달하는 가스관으로 벨라루스·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연결되는 유럽의 주요 가스수송로다. 외신들은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서방과 틀어진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10일 미국을 시작으로 12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13일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연쇄 회담을 가진 러시아가 협상을 앞두고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최대한 끌어모았다는 얘기다. 러시아는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를 포함한 나토의 동진 확대 중단을 요구했다. 반면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강력한 경제적 제재를 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협상에서 양측은 평행선을 걷고 있는 상황으로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 역시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의 조치에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해 연초 대비 4배 가까이 오른 상태다.

최근 러시아가 카자흐스탄의 반정부 시위대 진압을 위해 자국 공수부대를 파견한 것을 두고 러시아가 카자흐스탄의 우라늄에 군침을 흘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군대 파견을 발판 삼아 전 세계 우라늄의 40%를 공급하는 카자흐스탄에서 영향력을 높이려 한다는 의미다. 이미 유럽 천연가스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러시아가 카자흐스탄 우라늄까지 손에 넣을 경우, 최근 원전 확대 기조로 돌아서고 있는 유럽에서의 영향력을 더 높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박노자 노르웨이 국립 오슬로대 교수는 최근 SNS를 통해 “핵과 원전의 나라인 러시아는 카자흐스탄 같은 우라늄의 보고를 그냥 놓아둘 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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