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력구매가격 8년만 최고…'에너지전환 고지서' 날아든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1.12 15:58

- SMP, 11일 164.27원/kWh기록, 2014년 3월 이후 최고



- 원-달러 환율 1200원 돌파, 물가, 유가, LNG가격 치솟아 에너지비용부담 가중



- 한전 1분기까지 대폭 적자 불가피…올해 전기요금 역대급 인상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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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전력거래소]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국전력공사의 발전사 생산 전력 구입 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이 환율·유가·물가 등 대내외 3각 파도를 맞아 약 8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매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지만 소매가격은 여전히 인상 폭이 묶여 있어 지난해 4분기는 물론 올해 1분기에도 한전의 적자폭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전은 대선 직후인 올해 4월과 10월 전기료 인상을 미리 못박아 버렸다. 에너지업계에서는 탈원전 등 에너지전환 논란에 문재인 정부가 임기 종료 한달 전 및 5개월 뒤 두 차례 그간 억눌러온 전기요금의 인상을 예고했다. 이에 올해 전기요금 인상 폭이 역대급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원료비가 값싼 원자력발전과 석탄화력발전을 줄이는 탈원전·탈석탄 정책 이후 값비싸고 효율 낮은 재생에너지 확대 과속에 전기료 인상 압박이 가중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한전의 부채가 증가하고 5대 화력발전 공기업 모두 적자 등 경영악화 상태에 빠지면서 정부의 정책 수행 역량도 급속히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정부는 에너지전환 비용의 국민부담 가중 논란을 회피하기 위해 전기요금 청구서에서 기후환경비용 분리고지 등 ‘꼼수’를 부리면서까지 탈원전 및 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전환 역풍을 맞아 위기돌파를 시도했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연료비연동제도 연간 및 분기 전기료 인상 상한 폭 제한을 둔데다 대선국면까지 겹쳐 전기요금인상을 애써 억눌러왔지만 대내외 복합적인 환경 변화에 결국 굴복한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육지 가중평균 SMP는 kWh당 164.74원을 기록, 2014년 3월31일 165.47 이후 약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날 최고가격은 kWh당173.63원까지 치솟았다. 통상 거래가 뜸해 가격이 낮은 토∼월요일 빼고 새해 들어 모두 육지 가중평균이 kWh당 160원대를 나타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토∼일요일 제외 가중평균 가격이 대체로 kWh당 130∼140원, 예외적으로 150원대였던 것에 비하면 새해 급상승세다. 지난달 평균치 kWh당 142.09원보다 무려 22.65원(15.9%) 올랐다.

SMP가 새해 들어 이처럼 급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환율·연료가격·물가 등이 크게 오른 게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올해 처음으로 배럴당 80달러 선을 돌파했다. 국제유가가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도 수요 회복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상승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11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해 들어 첫 80달러선을 돌파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전거래일 대비 3.52% 급등한 83.72 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도 1200원 돌파했다. 또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지난해 11월 수입액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입액 증가는 곧 국내 물가 상승을 의미한다. 새해 들어 이런 현상이 더 가속화되고 있으며 유가, LNG가격 상승과 맞물려 한전의 에너지비용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게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른 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구입가격은 고스란히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에 반영된다. 국제 연료비가 SMP에 반영되는 것이 평균 5~6개월 후다. 배럴당 평균 80달러를 넘긴 유가가 SMP에 반영될 경우 1월 평균 SMP는 150원/kWh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에는 평균 142.81원/kWh를 기록했다. 전력 당국은 올해 겨울 한파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로 내년 3월까지 SMP가 계속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올 겨울에도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전체 석탄발전기 53기 중 8~16기의 가동을 중단시킬 방침이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LNG 발전과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활용할 계획이지만 신재생에너지의 겨울철 피크기여도는 여전히 미미한 상황이다. SMP를 결정하는 LNG발전의 연료 수입가격(1톤당 기준)은 지난해 10월 275.8달러에서 올 10월 668.0달러로 2.5배 가량 높아졌다. SMP는 해당 시간대에서 가장 높은 발전기의 발전비용으로 결정된다. 결정된 SMP는 동일 시간대 가동된 발전기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SMP는 2018년 유가상승과 석탄가격 상승으로 높게 유지되고 있으며, 또한 친환경·안전중시의 정부 전력시장 정책에 따라 원자력과 석탄비중이 축소되고 LNG발전이 늘어나면서 상승추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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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전 전력연구원]


지난 2020년 한전이 현 정부 들어 이례적으로 4조원대의 흑자를 기록한 것은 국제유가 등 연료비 하락으로 SMP가 지금의 절반도 안되는 평균 68원/kWh였던 영향이 컸다.

그러나 한전은 발전 공기업 6사를 포함 전체 자회사 실적을 반영한 연결 재무기준으로 지난해 이미 3분기 연료비·전력구입비와 관련 발전자회사 연료비가 1조 8965억원 증가했고, 민간발전사 전력구입비는 2조 8301억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아직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 한 해 전체로는 약 4조원대 적자를 보일 것으로 추산됐다. 1년 사이 한전 실적에 극명한 반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전의 실적 악화는 국제연료가격이 크게 상승한 가운데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석탄발전 상한제약 시행, 전력수요 증가 등으로 LNG 발전량이 증가하고, 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의무이행 비율이 상향된 결과라고 한전측은 설명했다.

전기요금은 정부가 지난해 연료연동제를 도입했고 연료비가 크게 올랐지만 한 해 전체 보면 동결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난해 1분기 요금을 전년도 4분기보다 낮췄다가 2분기·3분기 동결한 뒤 4분기에 전년도 4분기 수준으로 회복시켰기 때문이다. 연료비가 크게 올라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사오는 전력가격은 높아졌는데 국민을 상대로 판매하는 소비자가격인 전기요금은 그대로였으니 그 차이가 한전의 적자로 나타난 것이다. 전력구입비는 도매요금의 성격인 만큼 소매요금에 반영해야 하지만 연료비연동제가 유명무실한 현재의 가격결정 구조에선 그 손실은 고스란히 한전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김종갑 전 한전 사장은 최근 "한국은 요금을 물가관리 수단으로 삼는 유일한 선진국"이라며 "전기요금 인상을 통제하면 결국 한전의 적자 누적으로 국민이 더 큰 부담 지게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전 관계자는 "향후 연료가격 상승영향이 지속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한전과 전력그룹사는 단위당 전력공급비용을 3% 이내로 억제하는 등 고강도 경영효율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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