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들은 최근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있어 원자력의 사용이 불가결함을 다시 강조하기 시작했다. 원자력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 에너지원이자 24시간 멈추지 않는 발전원으로,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들 국가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선진원자로 등 원자력 혁신 기술 개발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며, 원자력발전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원전은 기저부하 전원이자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할 수 있는 운전도 가능하여 재생에너지원과 공존할 수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원자력을 지속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원전의 안전성 확보와 함께 사용후핵연료 관리 문제도 해결되어야 한다. 핀란드, 스웨덴 등 일부 국가들을 제외한 원자력 이용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중 가장 문제가 되는 물질들의 독성과 부피를 대폭 줄여 처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기술적 옵션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우리 생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분리해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것처럼, 핵비확산성 선진핵주기 기술인 파이로와 제4세대 원자로인 고속로(SFR)를 결합해, 사용후핵연료 중 독성이 높은 물질들을 따로 분리·소각해 처분 부담을 크게 줄이고자 한다.
앞으로 정부는 검토위의 권고안을 기반으로 파이로-SFR 연구개발을 재개할 예정이다. 우리나라가 동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통해 국민들이 우려하는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술 옵션을 확보해 탄소중립 시대 원자력이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상현 세종연구소장·한국핵정책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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