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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탄소중립 시대의 원자력과 사용후핵연료

입력 : 
2022-01-04 00:04:01
수정 : 
2022-01-04 08: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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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달 24일 지금까지 수행되어 온 '사용후핵연료 처리 연구개발 사업'의 지속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3개월간 전문가 중심의 적정성 검토위원회(이하 검토위)를 운영한 결과를 발표했다. 검토위의 역할은 그동안 추진된 연구개발 결과를 바탕으로 파이로-SFR에 대한 기술성, 안전성, 핵비확산성 및 경제성을 검토하고, 동 연구개발 사업의 계속 추진 여부에 대한 권고안을 제출하는 것이다. 검토위의 권고안은 파이로-SFR 연구개발 사업을 계속 추진할 것과 미국과의 공동 연구도 성공적으로 완료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 등을 담고 있다. 이는 현재까지 기술개발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왔으며, 앞으로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파이로-SFR 연구개발을 성공적으로 완료할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제 사회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을 빼고서는 정치, 경제, 사회 그 어느 분야도 얘기하기 어렵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탄소중립을 강조했고,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6)에서는 회원국들의 강력한 탄소중립 목표가 제시되는 등 코로나19와 함께 탄소중립이 글로벌 차원에서 최대 화두 중 하나로 등장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원자력을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EU의 에너지 분류 규제안(Taxonomy Regulation) 중 환경 유해성 기준으로 볼 때 원자력이 기후변화 완화에 유익한 것으로 알려진 기존 전력 생산 방법들보다 보건이나 환경적으로 더 유해하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 오히려 원자력은 기존의 전력 생산 방식 중 수력발전이나 재생에너지에 버금갈 정도로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것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들은 최근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있어 원자력의 사용이 불가결함을 다시 강조하기 시작했다. 원자력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 에너지원이자 24시간 멈추지 않는 발전원으로,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들 국가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선진원자로 등 원자력 혁신 기술 개발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며, 원자력발전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원전은 기저부하 전원이자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할 수 있는 운전도 가능하여 재생에너지원과 공존할 수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원자력을 지속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원전의 안전성 확보와 함께 사용후핵연료 관리 문제도 해결되어야 한다. 핀란드, 스웨덴 등 일부 국가들을 제외한 원자력 이용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중 가장 문제가 되는 물질들의 독성과 부피를 대폭 줄여 처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기술적 옵션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우리 생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분리해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것처럼, 핵비확산성 선진핵주기 기술인 파이로와 제4세대 원자로인 고속로(SFR)를 결합해, 사용후핵연료 중 독성이 높은 물질들을 따로 분리·소각해 처분 부담을 크게 줄이고자 한다.

앞으로 정부는 검토위의 권고안을 기반으로 파이로-SFR 연구개발을 재개할 예정이다. 우리나라가 동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통해 국민들이 우려하는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술 옵션을 확보해 탄소중립 시대 원자력이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상현 세종연구소장·한국핵정책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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