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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도시 바꾸는 빌 게이츠의 실험…차세대 원전 ‘소형 원자로’ 짓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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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빌 게이츠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66·사진)가 미국 와이오밍주의 작은 탄광도시 케머러에 차세대 소형 원자로를 짓는다. 2006년 에너지회사인 테라파워를 설립하고 차세대 원자로 개발에 집중해온 게이츠의 첫 작품이다. AP통신은 16일(현지시간) 테라파워 측 성명을 인용해 ‘와이오밍 원자로’가 오는 2024년 착공돼 2028년부터 가동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와이오밍주는 미국 최대 석탄 생산지로, 석탄화력발전소가 밀집해있다. 탈(脫)석탄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화력발전소들이 줄줄이 폐쇄될 처지에 놓였다. 게이츠는 2025년 폐쇄 예정인 석탄화력발전소 부지에 자신의 신형 원자로를 설치해 탄소중립과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벼르고 있다. AP는 원자로 건설 기간 이 지역에 2000명이 고용되고, 발전기가 운영을 시작하면 250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자산 1360억 달러(약 160조원)로 전 세계 부호 4위에 올라 있는 게이츠는 오랜 기간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문제 해결에 몰두해 왔다. 전기자동차 도입 등 전력 사용량이 갈수록 급증하는 상황에서 에너지가 간헐적으로 생산되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는 결코 탄소중립을 이룰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미친 아이디어 1000개는 필요하다”며 대안 찾기에 골몰했다.

그 결과 찾은 답이 원전이다. 게이츠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빌게이츠’(2019)에 출연해 “인기를 얻고 싶다면 원전에 관심을 가지면 안 된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따져본다면 절대로 원전을 무시해선 안 된다”며 원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기존의 경수로나 중수로 방식이 아닌 차세대 소형 원자로를 개발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기존 방식은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치명적인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심각한 핵폐기물 문제를 남기기 때문에 제대로 된 에너지 대안이 아니라고 봤다.

게이츠가 원전 분야 천재인 네이선 미어볼드(62)와 머리를 맞대고 찾아낸 방식이 나트륨(소듐) 냉각 방식의 고속 증식로를 적용한 소형 원자로(SFR)다. 냉각제로 물 대신 나트륨을 쓰는데, 고속 중성자를 이용해 핵분열을 일으킨 뒤 발생한 열을 액체 나트륨으로 냉각한다. 이때 만들어진 증기로 전기를 생산하는데 기존 원자로보다 에너지 발전 효율이 훨씬 높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크리스 르베크테라파워 사장 겸 CEO는 “SFR은 긴급 상황이 벌어졌을 때 발전소 복원을 위해 외부 전원이나 펌프, 추가 장비에 의존하지 않는다”며 “나트륨을 활용한 냉각방식이 긴급 상황에서 발전소를 신속하게 폐쇄할 수 있게 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폐기물 역시 기존 경수로 및 중수로 대비 4분의 1~10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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