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발맞췄던 한수원도 ‘탈원전 중단’ 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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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0.25. 오전 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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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정부에 정책 수정 요구
한수원 “신재생만으론 탄소중립 실현 불확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에서 탄소중립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친 후 숲을 걷고 있다. /뉴시스

한국수력원자력이 정부의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에 대해 “신재생 일변도”라며 원전 운용 확대와 차세대 원전 육성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 기조에 따라 탈(脫)원전에 동원됐던 한수원이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원전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탈원전 정책의 수정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다음 달 1~2일 태양광·풍력 발전을 급격히 늘리는 내용이 담긴 시나리오를 국제사회에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확보한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 관련 한수원 의견서’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 8월 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에 “탄소 중립을 위해 원전 9기에 더해 ‘플러스 알파(α)’의 원전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제출했다. 정부의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는 현재 24기인 원전을 2050년에 9기만 남기고 나머지는 없애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원전은 저탄소 배출원이며 안정적 에너지원”이라며 2050년에 원전을 9기보다 많이 운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과 EU(유럽연합) 등도 탄소 중립을 위한 원자력 역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한수원은 각국이 개발 중인 소형모듈원전(SMR)에 대해서도 “최상의 안전성을 갖췄고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다. (우리도) 혁신형 SMR 등 차세대 원전을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탄중위는 지난 8월 중순 한수원 측과 대면 회의를 열어 “원전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직접 듣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8일 열린 탄중위 전체회의에서는 종전 초안과 거의 동일하게 신재생 발전은 최대 71%로 확대하고 원전은 6~7%로 축소하는 시나리오가 확정됐다. 정부는 오는 27일 국무회의를 열어 시나리오를 의결할 예정이다. 다음 달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에서 기존 목표보다 대폭 상향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2018년 대비 26.3%→40%)를 발표하면서 탄소 중립 시나리오도 설명할 예정이다. 2015년 체결된 파리협약에 따라 국제사회에 약속한 탄소 중립 목표는 되돌릴 수 없다. 윤영석 의원은 “정부는 지금이라도 차세대 원전을 포함한 다양한 미래 기술을 모두 활용해 현실성 있는 탄소 중립 실행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한수원의 의견 표명은 8월 초 탄중위가 초안 발표 이후 “각 기관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나선 데 따른 것이다. 한수원은 신재생 발전 비율을 현행 6%에서 61~71%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에 대해 “(신재생 만으로는) 목표 달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존한다” “신재생 일변도의 에너지 믹스(mix·전원 구성) 전환이 필요하다”며 원전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의 이용률 및 이용 시간 한계 등에 대한 보완적 대책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즉 태양광·풍력은 날씨가 좋은 시간대 위주로 운영돼 이용률이 저조한 한계가 있고, 기저 전원이자 신재생을 보완할 원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재훈(오른쪽)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지난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있다. 왼쪽은 김혜정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 /국회사진기자단

특히 정부가 원전을 급격히 축소하면서 발전 부문에서 최대 21%를 담당토록 하겠다는 ‘무탄소 가스터빈’에 대해 “현 시점에서 가시화된 무탄소 신전원은 없다”며 “상용화 이전까지 (원전 등)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수원은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그린 수소’를 해외에서 80% 이상 수입한다는 정부 계획에 대해서도 “국제 정세에 따른 연료 수급 불안 리스크가 있다”면서 원자력을 활용한 수소 생산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SMR에 대해서는 “후쿠시마와 같은 원전 사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최상의 안전성을 확보했다”며 “전기 공급이 필요 없는 안전 계통과 강력한 내진 설계로 현재보다 1000배 안전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SMR은 24개월의 공사 기간과 육상 운송 등으로 경제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탄중위는 탄소 중립 비용과 관련, “현재 기술 수준에서 미래의 전기료 상승 등 비용 추산에 한계가 있다”며 비용 추계는 아예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서도 한수원은 “산업계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소요 재원 추정 및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수원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서 정부 측의 종용으로 정책 실행에 동원됐고, 정재훈 사장은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정 사장은 지난 21일 국정감사에서 “원자력은 탄소 중립에 도움이 된다”며 “신한울 3·4호기 원자력발전소의 건설이 재개돼 (원전 생태계에) 숨통을 틔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미국 국가정보국장실(ODNI)은 최근 기후변화 및 국가 안보와 관련한 보고서에서 “SMR이 (원전의) 새로운 확대를 가져올 수 있다”며 미래 에너지 기술의 핵심으로 꼽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SMR 개발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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