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슬픈 상속’… 6세 온난화 재앙, 조부모의 3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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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송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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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 세대 간 불평등’ 연구
가난한 지역서 불평등 더 커질 듯
연구팀 “탄소 배출 과감히 줄여야”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존슨데일 인근의 세쿼이아 국립공원에 산불이 번지면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세쿼이아 국립공원은 지난해에도 산불로 수천년 된 세쿼이아 거목 수천 그루가 불에 타 사라졌다. AFP연합뉴스

폭염 산불 홍수 등 ‘극단적인’ 기후 재해가 교통사고처럼 흔한 일로 여겨지는 날이 올까. 인간이 기후변화를 통제하지 못한다면 과거 ‘천재지변’으로 여겨졌던 재해가 자라나는 아이들에겐 일상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게재된 한 연구는 만약 기후변화가 지금 속도로 흘러간다면 현재 6살 어린이는 조부모에 비해 평균적으로 약 3배 많은 기후 재앙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20년생 어린이는 파리협정에 따른 현행 탄소배출량 감축 공약이 이행되더라도 평생 평균 30회의 극심한 폭염을 겪는다. 1960년생보다 6.8배 높은 수치다. 만약 기온 상승 폭이 1.5도로 제한되면 18회로 크게 감소하지만 여전히 고령 세대에 비해 4배 높은 빈도를 경험해야 한다.

또 아이들은 1960년생에 비해 산불을 2배 더 겪을 것이며, 열대성 사이클론(1.7배) 홍수(2.8배) 흉작(2.8배) 가뭄(2.6배) 등 재해에 훨씬 더 많이 직면할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 책임자인 빔 티에리 브뤼셀자유대학 교수는 이를 이상기후의 ‘세대 간 불평등’이라고 명명했다. 연구팀은 세계 지도자들이 더 강력한 기후 정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오늘날 아이들은 150년 전에 비해 평균 5배 많은 재난에 노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대 간 불평등은 가난한 지역에서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다. 2016년 이후 유럽과 중앙아시아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현재 국가별 배출 약속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 세대보다 약 4배 더 많은 극심한 기후를 경험한다. 그러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 아이들은 약 5.7배 많은 극심한 기후에 직면하며, 특히 폭염은 무려 50~54배 이상으로 관측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지역적 불균형에 대해 “지구온난화에 가장 적게 기여한 곳들이 기후변화의 최악의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티에리 교수는 “오늘날 40세 미만의 사람들은 산업화 이전 세계에선 발생 확률이 0.01%에 불과했던 극단적인 재난에 노출되는 운명에 처했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이들은 기후 위기의 직격탄을 받고 있지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며 “하지만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세대(구세대)는 기후변화의 심각한 결과에 직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환경전문 매체 카본브리프는 젊은이들이 배출에 대한 책임이 없음에도 지구온난화를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조부모 세대보다 8배 적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세대 간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과감한 탄소 배출 감소를 주문했다. 205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섭씨 1.5도 유지한다면 2020년대 태어난 아이들이 마주하게 될 폭염이 45% 감소한다고 봤다. 가뭄 39%, 홍수 38%, 흉작 28%, 산불 10%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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